안녕하세요. 30대 중반 여자입니다.
새벽에 들어온 월급을 여기저기 보내다가
한 달을 30만원으로 살아야 하는 상황이
너무 막막해서 울고 있었습니다.
울음이 그치고 혼자 멍하니 앉았다가
누군가는 제 이야기를 조금 들어주셨으면 해서
처음 네이트 판에 글을 써 봅니다.
대학도 늦게 졸업하고
취직도 늦게 한 편입니다.
20대에 방황이 길었습니다.
공무원 준비를 하다가 휴학을 오래 했고
대학을 20대 중반에 복학해서
10년 조금 못 되게 다녔습니다.
그러고는 무슨 자신감인지
대학원을 다녀오는 바람에
빚이 크게 늘었었습니다.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는
알량한 제 생각은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사는 물정을 모른다고 할까요?
저는 셈이 그리 바르지 못한 편입니다.
학비는 장학재단에서 대출이 나온다 하지만
생활비는 연구비 등을 받아서 충당해야 했는데
학과 특성 상 꼬박꼬박 괜찮은 금액이 들어오는게
아니어서... 생활비 때문에 따로 대출을 받았었습니다.
정확히는 카드 리볼빙이죠.
절대 하면 안되는 것이라고 경제 유튜버들이 말하는
그 일을 해버렸습니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그와중에 대환 대출이라며 브로커 대출을 받았습니다.
취직을 해서 금전적 어려움을
벗어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통장에 꽂히는 돈의 90프로 이상이
원금과 이자 갚는 데에 다 쓰였습니다.
그렇다고 상여나 성과급이
따박따박 들어오는
돈 많이 주는 직장도 아니기에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막막한 심정에 정신 없이 찾아보다가
결국 신용회복위원회 상담 후에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회생... 법원... 사건...
무서웠습니다.
아니, 지금도 무섭습니다.
3년의 기간 중 2년이 남았고
14개월 정도를 갚아 나갔습니다.
회생을 시작하기 전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코인이나 주식 투자로 잃은 거냐' 였습니다.
요즘 정말 많은 사람들이
투자로 인해서 빚이 늘고
개인회생/파산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서류를 준비하고 제출하고
또 다시 준비해서 제출하는 과정이 2개월,
인가까지는 1개월이 걸렸습니다.
저는 빠르게 진행된 편이라고 하더라구요.
법정에 가서 결정을 받습니다.
그 안에는 50명이 함께 들어가서
개시결정을 받게 됩니다.
남녀노소 정말 다양한 인간 군상이
제각각의 차림과 표정으로 앉아서
판사가 들어오길 기다립니다.
그 때 다시 한번 무섭더군요.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들을 저질렀는지,
앞으로 감내해야할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법원의 결정은 생각보다 강력한 것이기에
정말... 어려운 길을 시작하는 구나
생각하면서 법정을 나왔습니다.
회생이 끝나고 나서도
아마 타격이 클 거라 생각합니다.
무지한 소비와 계획 없는 삶,
혼자 서울 살이를 해야하는 막막함,
이 모든 게 지금의 제 처지에 닿아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죽을동살동
열심히 갚아나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 처지를 측은하게 여기고
오랜 기간 기다려주는 지인들이 있어
하루하루 안 죽고 갚아나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얼마나 철이 없냐면요...
이 모든 걸 함께 해주는
비혼주의자인 남친에게
어제는 왜 결혼 안하냐며
블같이 화를 냈습니다.
남친은 결혼 생각도 없고
저와의 결혼 생활이 그려지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사실 맞습니다.
지금도 시궁창인데...
제가 언감생심 누굴 고생시킬까요?
죽지 않고 살아서...
2년 뒤에는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결혼도, 출산도,
그냥 제게는 먼 일입니다.
제 인생... 제발 지금 제가 벌려놓은 것만큼
남들에게 그만 폐끼치고
조용히 살다가고 싶습니다.
조금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했는데
아직 저는
빛이 들지 않는 동굴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두서 없는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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