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집에서 나가라고 했어요.

공지사항 24.10.04
아는 사람에게는 창피해서 말할 수도 없고 너무 답답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판에 몇번 글 안써봐서 혹시 여기 규칙과 맞지 앉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먼저 저희 모녀 관계에 대해서 설명드리고싶어요.
저는 30대 중반에 미혼 여성입니다. 

현재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고요.

제가 초등학생 때 아버지의 바람이 원인이 되어 두 분은 이혼을 하셨고, 저는 조부모님 손에서 자라다가 성인이 된 이후부터 엄마와 함께 살기 시작했어요.

아버지께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시면서 이전에 살던 집보다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그때 엄마가 같이 살자고 제안해 주셨거든요. 

동생은 엄마의 잔소리가 싫다는 이유로 원래 살던 집에 남았고, 저 혼자 엄마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본가에 제가 지낼 방이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있는 거라고는 빚 밖에 없고 매일 같이 죽어라 싸워대는 콩가루 집안에서 하루라도 빨리 탈출하고 싶었어요.

원래부터 엄마와 사이가 좋기도 했고요.

아빠는 저희를 할머니 할아버지께 맡겨둔 채 관심을 주지 않으셨는데 반해 어머니께서는 자식들이 엄마와 떨어져 사는 설움을 느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거든요.



저는 그런 어머니께 어떻게든 보답해 드리고 싶었어요.

처음 막 대학을 졸업한 시기에는 어머니께 얹혀 사는 처지나 마찬가지였지만 

2년 정도가 지난 뒤에는 저와 엄마가 반반 씩 돈을 합쳐 좀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갔고, 

그 이후에는 제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둬서 신축 아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엄마가 가지고 있던 전세금에 제가 모은 돈을 더해서 신축 아파트에 들어갔는데, 어머니께서 한 15%정도 자금을 대셨고 제가 85%정도댔죠.

그렇게 우린 긴 전세 살이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새 아파트에 이사갈 때,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평생 남의 집 월세살이에 전세만 돌다가 내 명의로 된 새 아파트에서 속 편하게 지내면서 이자 걱정 없이, 생활비 월세 걱정없이 넉넉히 살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았죠.

평생 동안 고생스럽게 살아온 엄마를 호강시켜 드릴 수 있다는 것도 뿌듯했고요.

어머니는 너 같은 딸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고, 저 역시 그 말을 듣는 낙으로 살았습니다.

그만큼 우리 모녀 관계는 애틋했어요.


마냥 좋았던 우리 모녀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건 대략 4년 전부터 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열렬한 기독교 신자세요.

저도 어머니를 따라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제 성향 자체가 건조한 편이라 어머니 같은 믿음 생활은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처음에는 엄마의 기대에 맞춰 교회에서 봉사도 하곤 했는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힘들고 

일 때문에 피곤하기도 해서 저는 그냥 집 앞 교회에서 1시간 예배를 드리고 곧장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에 반해 엄마는 아침 일찍 교회에 나가서 저녁에나 들어오실 정도로 열정적이셨죠.

이전에는 그런 면이 마냥 존경스럽기만 했는데, 몇 년 전부터 저는 엄마가 비정상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어머니께서 다니는 교회 때문에요.


어머니께서는 코로나로 예배가 금지되었을 때 유튜브로 알게된 어느 교회를 6~7년 째 다니고 계시는데 


그 교회가.... 아시는 분은 이름을 이야기 하지 않아도 짐작하실 수 있을 만큼 안 좋은 쪽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어디가서 차마 부끄러워서 말도 못하는 그런 교회죠.


목사라는 사람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서 수시로 뉴스에 나오기도 하고, 문제가 될 만한 이단성 발언도 여러번 해서 논란이 된 적도 있죠.


그뿐만이 아니에요. 

목사란 사람이 얼마나 돈을 밝히는지 강단에서 대놓고 돈돈하고 실제로 악덕 사업자들이나 할 법한 돈벌이에 열중해서 매스컴도 타고 욕도 많이 먹더군요.

그 교회의 실체를 알았을 때, 저는 즉시 엄마에게 교회를 옮기라고 이야기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자상하던 어머니께서 철천지 원수 보듯 저를 바라보며 "감히 내가 사랑하는 목사님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무섭게 고함을 치시더군요.

너무 충격적인 말이라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어찌나 적개심에 가득찬 눈길로 저를 바라보시던지, 제가 그 목사에 대해 계속 부정적인 말을 하면 엄마가 나를 미워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까지 생길 정도였죠.

그래서 그 뒤로는 그 교회나 목사에 대해 언급하길 피했습니다. 마음 한편에서는 엄마도 언젠가는 정신을 차릴 거라는 기대를 했었죠.

그 교회 목사란 사람은 입만 열면 욕설에 거짓말에...
심지어는 하나님과 예수님까지 모욕하고 성도들에게도 음란한 말들을 떠들어 대고.... 

정말이지 지속적으로 논란을 만들어 대더군요.

하지만 엄마는그런 모습들을 보고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목사님께서 가벼운 농담을 하신 걸 가지고 언론에서 문제를 삼는 거라고 생각하셨죠.

지금까지도 어머니께서는 밤이고 낮이고 그 교회 집회나 행사에 참여하시고 기도원에 들어가서 며칠동안 지내다 오곤 하십니다.

지난 여름에는 뙤약볕에 길거리에 나가 그 교회에서 하라고 하는 서명운동까지 하셨고요.

예전에는 집에서 하루 종일 그 목사의 설교 영상을 크게 틀어 놓곤 하셨는데, 제가 듣기 싫다고 해서 크게 싸운 뒤로는 방문을 닫고 들으시더군요. 

제 눈에 그런 엄마의 모습은 사이비 종교에 빠진 광신도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못 참고 그 교회나 목사에 대해비난하는 말을 하면,

그 목사가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는 둥
위대한 선지자라는 둥
사탄 마귀가 목사님을 공격하고 있는 거라는 둥

제정신으로 듣고 있기 힘든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데... 너무나 무력감이 들고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습니다.

가장 비참한 것은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진심으로 믿고 있는 엄마에게 혐오감까지 든다는 거에요.


심지어 그 교회에서 큰 건물을 짓겠다는 명목으로 신도들에게 헌금까지 내라고 했는데, 어머니께서도 1억이 넘는 금액을 헌금하셨어요.

아마 제가 모르는 것까지 합치면 더 크겠죠. 

물론 엄마가 저축해서 모으신 돈, 어떻게 쓰던 엄마의 마음이죠.

하지만 왠 사기꾼에게 노년의 귀한 시간과 재산을 전부 바치고 있는 엄마가 너무나 한심해 보이고 이제는 답답하다 못해 화가 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이제 교회도 나가지 않아요.

그런 탐욕스러운 인간이 목사라고 설치고 다니는데도 아멘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왜 세상 사람들이 개독개독 하는지 뼈저리게 알겠더라고요.

저런 사람들과 같은 부류로 묶일까봐 어디가서 기독교인이라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어머니께도 점점 더 분노의 감정이 들더군요.

그것을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꾹꾹 눌러 참다가 최근에 터뜨리고 만 거죠.


저는 엄마에게 그 교회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같이 못산다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크게 충격을 받으신 거 같더군요. 아마 제가 그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신 거겠죠.

교회 문제를 제외하고는 어머니께서 제게 극진하셨고 저 역시 엄마에게 극진했거든요.

하지만 저로서는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상태였어요. 모든 게 지긋지긋했죠.

집안에 그 교회에서 발행한 홍보물이나 전단지, 신문같은 게 굴러다니는 것도 끔찍했고, 

길거리에서 도대체 뭘 하는지...이상한 구호가 적힌 띠나 현수막, 그 교회에서 만든 선동 문구가 적힌 티셔츠 같은 게 피팅룸이나 안방에 지저분하게 널려 있는 것도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 보기 창피했어요.


엄마가 수시로 그 교회 사람들과 통화하며, 사명이 어쩌고 목사님의 은사가 어쩌고 하는 이상한 소리를 떠들어 대는 것도 듣기 괴로웠고요.

무엇보다 엄마에게 환멸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괴로웠습니다.

엄마의 인생이니 어떻게 살든 엄마의 자유고 내게는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마음을 다잡아 왔지만 점점 환멸의 감정이 생기는 것을 어쩔 수 없더라고요.

차라리 저 꼴을 안보고 살면 더 이상 이런 감정이 들지는 않겠지... 하고 속으로만 생각하던 걸 결국 입밖으로 터트리고만 거죠.

엄마는 서러운 표정으로 최대한 빠른 시간 내로 집을 구해서 나간다고 하시더군요.

그 이후로 한 1주일 간 냉전 상태로 있다가 오늘 "네 눈치 보여서 얼른 월세 구해서 나가겠다"고 하시는데, 울컥해서 또 싸우고 말았습니다.

왜 꼭 그 교회여야 하냐고, 다른 교회로 옮기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는 저에게

엄마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데 왜 네 생각을 강요하냐고 내가 이러는 거 자체를 이해 못하겠대요.

따지고보면 엄마의 말이 맞아요.
제가 보기에는 엄마가 사기꾼에게 속아 돈도 잃고 사서 고생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처럼 보여도 엄마가 만족한다면 그만이겠죠.


하지만 저는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기가 너무 힘들어요. 

엄마한테 내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데 다른 교회로 옮겨 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엄마가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예수님이 중요한 거지 특정 목사한테 왜 연연하냐고 설득해 봤지만 엄마는 끝끝내 그 교회를 다니겠대요.

저도 홧김에 그러면 새 집을 구하는 데로 말하라고, 이 집을 매매할 때 들어갔던 엄마 돈을 빼서 이체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저보고 '니가 니 아빠보다 더 지독하다'고 하시고는 방에 들어가서 우시더군요.

아마 의지하고 믿었던 딸에게 배신당한 것 같은 기분이시겠죠. 

하지만 저 역시 엄마에게 배신당한 기분이에요. 

자식과 갈라서서라도 그 교회를 다니겠다는 게 이해가 안되고 너무 화가 납니다.

마음 한 편에서는 엄마가 그동안 나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내가 더 인내하고 참았어야 하는 거 아닌 가 하는 생각에 괴롭기도 하고요.

같이 못살겠다는 말은 엄마에게 이 집에서 나가라고 한 거나 다름 없는데, 내가 너무 비열하게 구는 거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들어요.




정말로 어쩌면 좋을지 정말 모르겠네요. 








  • 이전글
  • 다음글

댓글쓰기

0/200자

(댓글은 자신을 나타내는 얼굴입니다. 비방 및 악성댓글을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동방지 코드 3408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