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17일 남은 고삼입니다.
고민하다가 처음으로 글 남겨봐요.
한달 전에 수시 원서 마감일이 있었고, 추석 연휴가 바로 붙어있었어요.
원서 마감일이 금요일이었고 마지막까지 경쟁률 보다가 원서 넣느라고 좀 지쳤었어요.
일주일 간 긴장하고 있다보니 힘이 쭉 빠져서 그랬나봐요.
아버지가 토요일에 바로 할머니댁에 내려가겠다고 하셨었는데,
괜히 거기다 본인을 빼놓고 가면 안되겠냐고 묻는 건 유세부리는 것 같아 별 말 없이 따라나섰어요.저희 아버지가 성격이 좀 급하셔서 새벽 5시쯤 출발했어요. 할머니댁은 강원도라 늦게 출발하면 차가 막히기도 하거든요. 먼저 도착해있으니 저녁에 큰아버지댁과 사촌형이 도착했어요.
아버지가 사촌 형이랑 늦은 저녁에 술을 드시는데, 저도 몇잔 마시라고 하더라고요. 그 전에도 아버지랑 이미 몇잔 마셔보긴 했어요.
제가 자리에 앉으니 대학 얘기를 꺼내시더라고요. 아무래도 고삼이니까.. 불가피한 주제죠.전 내신이 그리 높지 않아서 인서울은 무리고 주변 국립대 정도가 적정이에요. 아버지께도 제가 원서 넣을 때 이미 말씀드려서 훤히 알고 계시고요….
아버지가 운을 떼시는데, 제가 넣은 지방 국립대와 이름이 비슷한 인서울 대학에 원서를 넣었다고 사촌 형에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전 제가 잘못 들었나하고 가만히 듣고 있었어요. 근데 사촌형도 잘 못들었는지 한번 더 묻더라고요.
아버지는 정정하지 않으시고 그 대학이 맞다고 하셨어요. 제가 말을 꺼낸 적도 없는 서울 대학이요. 저도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란 걸 깨닫고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어요.사촌형이 저한테 뭘 물어볼까봐 조마조마하면서요. 사촌 형은 그저
“아, 그 대학 좋죠. 거기 주변에 - ”
뭐 이런 식으로 대화가 이어졌어요.
그 날 이후로 계속 생각중이에요. 아버지가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여전히 모르겠어요. 인서울도 못하는 자식이 부끄러우셨다는 거 밖에는 도저히 다른 이유가 생각나질 않아요. 아버지에게 굳이 이 주제로 여쭤봐야하는 걸까요? 진짜 제가 부끄러우신 게 맞다면 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제가 삼형제 중 첫째라 저한테 기대가 많으셨던 건 알고 있지만, 제가 이미 이런 사람인데 어떻게 해야될지도 모르겠고요…. 부디 경험많으신 분들께서 조언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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