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F인데 T친구들 둬서 너무 행복함

공지사항 24.11.14
나는 MBTI 검사할 때마다 INFP가 나오는 사람임. 전에는 주로 F 친구들이랑 어울리다가(친구 골라서 사귄 건 아님) 올해 우연히 T 친구들이랑 친해지게 됐음. 친해지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세 명 모두 INTX였음.

처음엔 애들이 말투가 너무 직설적이라 적응이 안 됐음. 그런데 이제 1년 가까이 되니까, 진짜 친해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듦. 일단 쿨한 게 제일 좋음. 물론 모든 T가 그렇진 않겠지만 내 친구들은 별거 아닌 것 같고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감정적으로 굴지 않음. 그리고 기분이 상하더라도 논리적으로 이유를 설명해 주니까 다들 좋게좋게 넘어감. 덕분에 설사 갈등이 생겨도 다음에는 안 생기게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음. 처음엔 '이렇게 끝난다고?' 싶었는데 지금은 세상 편할 수가 없음.

또 내가 원래 별것도 아닌 일에 스트레스받고 우울해하는 편인데 그때마다 친구들이 나를 우울에서 건져주는 느낌임. 한때 주변 사람들이 나한테 하는 말 때문에 '내가 잘못했나? 내가 뭘 고쳐야 하나?' 하면서 엄청 우울했던 적이 있었음. 근데 친구들한테 털어놓으니까 딱 잘라서 '그건 그 사람이 잘못한 거야. 안 해도 될 말을 했네. 나 같으면 걍 한 귀로 듣고 흘릴 거야'라고 말해줌. 근데 그때 내가 잘못된 게 아니구나, 내가 잘못한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찐으로 감동함. 감정적인 위로가 없었는데도 그때처럼 위로받은 적이 없음.

그리고 이건 번외인데 친구들 전부 N이라서 대화가 진짜 잘 통하는 것 같음. 만약에~ 이런 얘기 시작하면 다들 엄청 신나서 왕창 얘기함. 부모님이 극강의 S라서 내가 밤새 꾼 꿈이나 망상 얘기하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밥이나 먹으라고 하셔서 속상했는데 친구들은 오히려 내가 질세랴 얘기해 주니까 대화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음.

굳이 단점을 꼽자면 셋 중 두 명이 언쟁을 너무 자주 벌임. 한 명은 사회화가 잘 된 건지 말에 딴지도 잘 안 걸고 공감하는 척 넘어가는데(근데 이마저도 친해지니까 노력조차 안해서 다들 동태눈깔이라고 놀림 ㅋㅋㅋㅋ) 나머지 둘은 거의 옆에서 토론을 벌이는 수준임. 그렇다고 싸우는 건 아니고 걍 '오늘 급식은 불고기임.' '아닌데? 떡갈비라던데?' '아니야, 내 친구가 말해줬어.' '근데 급식표 보니까 떡갈비던데?' 이런 식으로 사소한 걸로 계속 언쟁함. 솔직히 하루 종일 듣다 보니 좀 지쳐서 중간에 개입해서 중재해 보려 했는데 나까지 끌어들일 기세라 빠르게 포기함. 그래도 둘이 사이 좋아서 뭐라 할 말은 없고, 걍 적당히 무시하면서 잘 지내고 있음.

써놓고 보니 너무 MBTI 정병 같긴 한데 그래도 올해 사귄 친구들한테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한 번 써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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