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인데 남들 다 퇴근하고 회사에 나밖에 없었음. 그때 시간 10시 정도. 원래 업무시간 7시까진데 일이 많이 남아서 초과근무 한 거야. 일 계속 하다보니까 점점 끝이 보이는데 회사 건물 전체에 사람 나밖에 없고(5층짜리 건물) 불은 내가 있는 사무실 말곤 다 꺼져있고 심지어 지하라서 너무... 행복한 거야.
일은 그냥 하면 되고 딱히 외로움을 타는 편도 아님. 오히려 난 혼자 일하는 게 편하고 남들이랑 같이 있으면 너무너무너무 불편해서 밥도 따로먹고 싶고 얘기도 그냥 안 하고 싶은 스타일임. 직장 동료들은 내가 사회성은 있는데 말이 너무 없다고 하던데 난 오히려 회사에서 일만 하면 되지 왜 스몰토크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고픈 심정이야. 그리고 난 늦은 시간에 혼자 있다는 것 때문에 무서움을 느끼는 편도 아니거든. 걍 신경도 안 쓰여. 그래서 그냥 일 끝나면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었지.
그러고 있는데 엄마가 문자로 '혼자 있으면 먹을 것 좀 갖다줄까?' 하는 거야. 근데 난 이미 밥을 먹었거든. 간식도 먹었고. 그래서 엄마한테 나 밥 먹었고 회사에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했어. 엄마도 알겠대. 그리고 다시 일하고 있는데 자꾸 그 문자가 생각이 나는거야. 그래서 몇 분 있다가 엄마한테 전화했어. 혹시 집에 뭐 있냐고. 그니까 집엔 아무것도 없는데 배고프면 편의점에서 뭐 하나 사다줄까? 하는거야. 난 그냥 브이콘 하나 사와달라고 했어. 배고프진 않았는데 그냥 엄마 보고 싶더라. 배 안 고프다고 하면 엄마가 굳이 여기 올 이유도 명분도 없으니까... 그래서 그냥 핑계댔어.
집에서 회사까지 도보 3분이거든. 진짜 거짓말 안 치고 30분에 나가면 33분에 회사 도착하는 거리야. 엄마도 편의점에서 과자 사고 회사 도착하니까 한 10분? 걸렸어. 근데 그 짧은 시간이 길게 느껴지더라. 그것도 못 기다려서 엄마한테 오고 있냐고 전화했어. 원래 전화 잘 안 하는데.
엄마가 "전화하면 문 앞으로 나와" 하길래 나 지금 여기서 못 움직이니까 그냥 문 열고 들어오라고 했어. 사실 움직일 수 있는데 일부러 못 움직이는 척 했어. 그냥 엄마 옆에 앉혀두고 일하고 싶었거든. 엄마가 뭐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암튼 엄마 옆에 앉혀두고 계속 일했어. 한 15분 동안? 어차피 사무실에 cctv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외부인 들어온지도 모를 거야.
22살 먹고 진짜 애같은 짓 했다. 내일부터 정신차리고 다시 야근해야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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