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망한 채로 뭣도 없이 시작하는 21살은

공지사항 24.11.19
너무 비참하고 속상하다 그냥 내가 너무 한심하고

현역 때 공부 정말 안 했어 그냥 미치도록 하기 싫더라 그때는

불길하게..스스로도 업보를 쌓는다는 느낌을 받았었고 그래도 올해까지일 줄 알았는데..ㅎㅎ

현역수능은 물론 망했고 수시는 당연히 안 챙겼던지라 뭐 1월에 바로 기숙학원 입소했고
입소 전에 처방받은 adhd 약에 기숙학원 생활패턴 교정 파워로
최소 10시간에서 11시간 내리 공부했던 것 같아

처음 제대로 해보는 공부가 너무 재밌었고,
꿈같은 미래를 상상하는데 그게 더 이상 망상 같지 않고 스스로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니까..
학원이 좀 작은 곳이긴 했는데 선생님한테 니가 제일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소리도 들어보고 그랬어

지금 생각해보면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건데 난 그때 내 모습에 취했던 건지?
올해부터 가능해진 사탐런에 다 같이 상승세인 타과목과는 다르게 계속 20점대에 머무르고있는 과탐을 바꾸지 않고 고집을 부렸어

난 그렇게 공부 안 하던 나 자신도 극복했는데 뭐가 안 될까 싶었던 것 같아

수학이랑 과학에 미치도록 재능 없는 건 내심 알고있었는데,
이 두과목에 너무 치였던 지라 정말 6월까지 수학 과학에 6~7시간 가량 투자했어

특히 수학이 너무 재밌었고..그냥 빠져들면서 공부했음.
지금 생각해보면 입시가 뭐가 대단한 거라고..
그걸 빠져들어서 방향성을 제대로 헛짚은 것 같음.

6모 보기 직전에 지구과학을 던져버리고 급하게 사문을 챙겨들고선 화미물사로 시험봤는데
12214 나왔고 와 이거 대학 가겠다 싶었다

솔직히 국어 사문은 안중에도 없었고 물리는 모르겠는데 수학이 백분위가 95 떠서 그거 하나 때문에 너무 행복했음

그러다 6월에 슬럼프 오고 손톱뜯고 귀 후비는 습관이 생겼음
귀를 너무 파서 염증 생기고 이명이 들릴 정도로 한쪽 귀가 망가져버림
기숙이니까 물론 딴짓은 못하는데 너무 힘들면 울면서 공부하고 샤프로 팔 찍으면서 이렇게 공부하면 괜찮겠지 대학은 갈 수 있을 거야 생각했어
그때부터 내가 공부가 아닌 공부행세를 했던 걸까?
언제부턴가 나 스스로 보완하고 발전하면서 단단해지는 것 같은 느낌은 안 들고
이렇게 하는데 나와야돼..같은 느낌으로..시간만 때운 건가 내가

너무 힘들어서 7월에 휴가 나와서 부모님이랑 상의 끝에 조금 더 컨텐츠 좋은 대형기숙으로 이사감

그때 탐구가 너무 안 나와서 스멀스멀 컨텐츠에 대한 불안이 올라왔던 것 같아

아무튼 이사가서도 열심히 했고..수능 직전엔 어느정도 원하는 성적대가 나와주기 시작했다

글고 수능 봤어

24224

이렇게 나올 것 같네

그러니까 내가 멍청하고 오만했던 건 사실이야
솔직히 이 한국에서 기도메타로 공부해서 성적이 나올 거라고 믿은 것 자체가 그냥 멍청한 거고
이과기질 전혀 아니면서 있어보이고싶어서 미적물리 선택해놓고 그 와중에 선택과 집중을 못해서 이런 점수를 받는다는 게..ㅎㅎ
근데그냥 너무 속상하다
ㅎㅎ과탐은 솔직히 9모때부터 진짜 하..아니다 싶었는데 그래도 최악은 면해야하니까 비역학부터 미친듯이 보완하면서 하방 지키려고 노력하고 수학은 진짜 여기 다 쓰기도 힘들 정도로 시행착오 반복하면서 노력했는데

그냥 1년 동안 최소 5시간씩 공부하면서 잘하고싶어서 발악했던 공부가 44! 넌 안 돼
이렇게 말해주고 있으니까

나 이제 어떻게 살면 좋을까
내가 잘하고싶고 좋아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너무 높이 있어
그러니까 높다기보다 내가 내 생각보다 너무..별로인 것 같은데
내가 어디까지 멍청한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더 이상의 리스크를 감수하고싶지도 않고
솔직히 더 이상 뭔가에 도전하기도 두렵고
삼수..?수능..? 그래서 더더욱 볼 자신이 없고

그냥..입시는 인생의 첫번째 관문이라고들 하잖아
첫번째잖아

다들 자기 인생을 찬란하고 아름답게 꾸미고싶어서 열심히 살고 울면서 노력하는 거잖아
근데 거기에 나 같은 오물이 끼는 걸 누가 좋아하겠어

잘 모르겠어
이런 데 제대로 글 써보는 것도 처음이고
상처받을 것 같아서 무서워서 안 썼는데
그냥 일기라 생각하고 쓰는 거야 이해해줘


올해부터 입시 시작하는 사람들은 음..
나같은 케이스도 있으니까 꼭 계획적으로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욕심부리지 마..
ㅎㅎ 나도 예전엔 이런 글 보고 그래도 나는 아니겠지 했는데
그 생각이 제일 위험한 거더라
지금이라도 다이어리 펼쳐..j가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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