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공지사항 24.12.13
익명으로 무언가 적을 곳이 필요해서 돌아다니다가 여기에 왔어요.29살이에요. 이제 몇 주만 지나면 서른이고요.
어릴 때부터 우울증을 오래 앓았어요.집은 화목한 편은 아니었어요.특히나 가족 중 한 사람이 살해되고 나서 부터는 더 그랬어요.조현병이 심해진 할머니, 거기에 지쳐서 화풀이하는 엄마, 매번 연락이 조금만 안돼도 집착하고 물건을 부수는 아빠,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기저귀며 젖병이며 조금 더 커서도 밥을 매번 챙겨야 했던 막내 동생.막내 동생을 돌봐야 해서 친구들과의 약속도 매번 파토를 냈었기에 학교에서는 친구도 딱히 없었어요.집도 학교도 매번 겉돌아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없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대학은 이 지역 안에 있는 국립대에만 보내겠다고 이야기 했었기 때문에 국립대에 다 떨어진 저는 그냥 가격이 싼 전문대에 들어가 졸업했어요.
성인이 되고 들어간 첫 직장은 최악이었어요.사장은 쌍욕은 기본에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가끔 직원들한테 쇳덩이도 집어 던지는 사람이었거든요.그렇게 직장을 그만두고 방 안에 쳐박혀 살기를 거의 1년.
운 좋게 괜찮은 중소기업에 취직을 성공했어요.나쁘진 않았어요.열심히 해서 연봉이 수직상승하기 전까지는.연봉 테이블이 사장님 실수로 공개가 되고 '니 경력에 작년 내 연봉을 받냐'며 업무로 은근한 괴롭힘이 시작됐거든요.부서에서 에이스로 평판이 나서 빠르게 진급했었던 저는 업무 과중과 따돌림으로 각종 정신병에 시달리면서 폐급 소리를 듣는 사람으로 전락했어요.그래도 꾸역꾸역 정신과를 다니며 3년 반을 버텼어요.
그만두기 다섯 달 전부터 남자친구가 제 집에 얹혀살기 시작했어요.철 없이 제 카드를 긁고 툭하면 여행을 다니고.그 간의 적금이 다 날아가고 빚까지 지면서 이제 사는게 막막해지기 시작했어요.헤어지고 그간 썼던 돈을 요구는 했는데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그 후로도 취직은 했었지만 정신과 약 때문에 하루 온종일 기면에 시달리다가 결국 잘렸고 지금은 빚에 시달리며 취준생으로 살고 있어요.이제 돈이 없어서 정신과 약을 먹지도 못해요.

얼마 안 있어 서른이예요.인생은 바닥까지 떨어졌고 빌빌거리며 곰팡이 핀 음식으로 끼니를 때울 때도 있어요.물론 제가 죽을 마음을 완전히 먹지 않는 한 인생은 계속되기 때문에 바보같이 굴었던걸 되돌리려고 발버둥은 치고 있어요.가끔은 즐거울 때도 있지만 정말 잠깐이고 이제 와서 하고 싶은 것을 찾으려 해도 없어요.해야 할 것만 있지저는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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