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택배기사 남편을 둔 28주 임산부입니다.
바로 어제였던 1/4일(토) 너무 어이없고 황당해서 화도 나고 힘도 빠지는 일을 겪어서 글을 씁니다.
남편이 어제 오후 1시쯤 퇴근해서 집에서 점심먹고, 같이 병원에 갔다가, 오랜만에 아버님과 만나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남편에게 전화가 왔는데 “택배 배송완료 문자가 왔는데 믄앞에 나가보니 택배가 없다. 지금 당장 쓰려고 하는 택배다” 하며 화를 막 내더군요. 상품은 토마토였습니다. 식사자리를 빨리 마무리짓고 그 고객 집으로 이동했습니다.
거의 다 도착할 즈음, 쿠X 고객센터에게서 전화가 와서 “지금 확인하러 가는 중” 이라고 답했습니다. (남편이 일하는 택배사가 쿠X은 아니고, 쿠X 판매자 직배송입니다. 그 고객이 고객센터에다가 항의를 넣었나 봅니다)
엘리베이터 있는 5층짜리 빌라였습니다.
그 고객 집은 202호이고,
혹시라도 오배송 한건가 싶어 다른집부터 가보자 하고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5층, 4층, 3층 순서로 가봤는데 택배박스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2층에 딱 내렸는데,
내린 순간 문앞에 택배박스가 보이더군요. 멀쩡히 택배가 문앞에 떡하니 있는데, 왜 없다고 한건지? 사람 똥개 훈련 시키는건지 화가 나고 황당해서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남편은 “문앞에 떡하니 택배박스가 있는데 왜 없다고 하셨냐” 고 물었더니 60~65세로 추정되는 그 아주머니가 “분명히 아깐 없었는데 밖에서 슬쩍 물건 갖고와놓고 거짓말 하는 것 아니냐?” 며 악을 쓰며 마구 소리를 막 지르시는겁니다.
남편도 황당해서 “무슨 말씀하시는 거냐. 지금 왔는데 떡하니 문앞에 택배박스 놓여있었다. 제가 오배송 한거라면 슬쩍 갖다놓고 미안하다고 했을 거다. 이렇게 굳이 나오라고 불러서 따지겠느냐” 고 말했습니다.
저는 뱃속의 아기가 잘못되거나 해코지 당할까봐 몸사리느라 같이 따지지는 못했습니다. 그게 남편에게 참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귀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소리지르는 걸 들으니 스트레스가 되었는지 막 심장이 빨리 뛰고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남편도 옆에 임산부라고 말했는데도, 그 고객은 아랑곳않고 고래고래 소리를 막 질러서 더이상 말도 안 통하고 상품 그대로 있는거 봤으니 저흰 간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수십분 지나 또 전화가 오더군요. “CCTV 봤더니 당신들 손에 아무것도 안 들고 있던데 옷 사이에 몰래 택배박스 숨겨놓고 들어온거 아니냐?” 라며 말도안되는 이야기를 하며 또 소리를 마구 질러대더라구요.
그정도 사이즈의 택배박스를, 게다가 토마토가 들어있다는 그 택배박스를. 도대체 어떻게 옷 속에다가 숨기고 온다는건지 그 발상을 하는 것도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CCTV로 조사해보면, 말도 안된다는 걸 바로 알수 있을 겁니다. 저희가 그 빌라 들어갔을때부터 빈손으로 들어가자마자 엘리베이터타고 내리는 모습 하나하나 전부 다 CCTV에 고스란히 있을테구요.
이 일 때문에 주말 저녁에 스트레스 받고 시간 쓰고 기름값 들고 너무 화가 납니다.
그렇지 않아도 남편 몸도 힘들게 일해서 걱정도 많고 속상한데, 저런 어이없는 일까지 상대해야 한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니 너무 마음이 안좋고 속상합니다.
도대체 그 고객은 왜 그랬을까요. 이게 갑질이 아니면 뭘까요. 이런 갑질… 제발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똥개훈련 시켜놓고 미안하다는 태도는 하나도 없고, 이런건 어디가서 신고할수도 없고 그냥 꼼짝없이 당해야 한다는 게 너무 속상해서 주저리주저리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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