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생일 잊는 아빠가 자주 있나요?

공지사항 25.02.25
남편이랑 9살 딸 하나를 키우는 중입니다
작년, 딸이 초1때는 제가 휴직을 하면서 학교적응을 돕다가 이번에 초2가 되면서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갑자기 애 혼자 학원뺑뺑이를 돌아야하고.. 집에서 혼자 있을 시간도 생길텐데.. 아직 어리게만 느껴지는 딸이 걱정되어서 해외에서 사업중인 남편에게 잠시만 귀국을 부탁했어요. 새학기 3월 초만이라도 집에 와있어달라고요.
남편이 작년 11월부터 나가있어서 몇개월간 아빠 얼굴도 못본 딸이 안됐기도 하고요.
제가 출근시작일이 00일이라고 하니 딱 그날 아침에 귀국을 하겠대요. 좀 얄궂지만 바쁘니까 그러려니 했습니다.

딱 3일만 더 일찍 귀국하면 아이 생일도 같이 보낼 수 있는데 좀 많이 아쉬웠지만 바빠서 그렇겠거니 하고 속내를 삼키고 있었는데요...

오늘이 아이 생일인데 전화한통이 없더라고요.
제가 이른오후쯤 보이스톡을 걸었는데도 안받아요.
카톡에 1은 없어졌는데 다시 전화가 오지는 않더라고요.
바빠서 그러겠지 애써 생각했습니다.

열두시가 지나 아이생일이 끝나도록 연락한통이 없으니 도무지 이해가 안가서 새벽한시에 제가 전화를 했습니다.
사실 받으리라는 기대고뭐고 없이 그냥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손가락만 움직여서 잠자리에 누운채로 걸어봤어요.
이번엔 연결이 되더라고요.
옆에 자던 아이가 신호음 듣고는 잠이 깨버려서 아빠랑 통화한다고 신나하길래 아무렇지 않은척 서로 즐거운 얘기만 하고 생일축하인사도 하고 통화를 마무리했는데요...


다 큰 자녀도 아니고 이제 여덟번째 생일을 맞는 어린아이인데 아빠한테 축하전화 한통 챙겨받을 수 없나 싶으니 제가 다 미안하고 불쌍하고 그래요..
더불어 이렇게 무심함 속에 가정을 일구는 제 자신도 설명할 수 없이 처량하고..

알콩달콩 가진것 없이도 화목하고 서로를 챙겨주는 가정이었으면 하는 바람뿐인데... 울컥하고 서운한 마음이 물밀듯해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생각과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이 새벽에 답답함만 치밀어서 두서 없이 여기에 글을 쓰고 있네요..

딱히 기념일을 챙긴다거나 선물을 해준다거나 하는 다정다감한 사람이 아닌줄은 알고야 있었지만...
전화통화 하나가 저의 인내의 마지노선이었나 봅니다..

그냥 다들 이렇게 사는건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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