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날 구해준 친구

공지사항 25.03.08
네이트판에서 글 쓰는거 중딩 이후로 오랜만이네..
그냥 판 자체를 15년?만에 들어와

음슴체 요즘도 쓰지?
친구 얘기 하고싶은데
커뮤니티를 원래 안하지만 여기가 유일하게
중학교때 경험해본 곳이라 왔어

나는 지금 29살 (97년생)
친구랑은 20살때부터 알았던 대학교 동기

걔는 인기가 진짜 많았어
워낙 예뻤고 금수저고 학점관리도 꽤 잘하고
선배동기한테 다 사랑받으면서
동아리 학생회 열심히하고.
애초에 대학교 온 목적도 취직이 아니라
공부하면서 자기 사업 꾸리고싶어서
경영학과 동기로 만났던 친구

신입생 환영회 할 때
걔랑 나랑 같은 테이블이었거든?
진짜 모두가 걔한테 시선집중이었어
왜냐면 전형적인 동양미인상있잖아
수지 닮음 ㅋㅋㅋㅋㅋ

다들 걔를 궁금해하고
다른 테이블에 있던 남자 선배들이
우리를 계속 흘끗거리더니
담배피고온다, 화장실 갔다온다고하고
잠깐 나갔다가 원래 자기네 테이블 안가고
야 니네 뭐가 그렇게 재밌냐? 이러면서
의자를 굳이 갖고와서 없는 자리 비집고 들어오더니
친구한테 말섞을라함ㅋㅋㅋㅋ
그러다보니 다른 테이블에는 여자선배들만 남음
나중에 들었는데 여자 선배들이 좀 짜증났다그럼
친구한테가 아니라 짜치는 남자선배들의 태도가..ㅋㅋㅋ

근데 나포함 동기들은 좀 뻘쭘했지ㅋㅋㅋㅋ
나도 처음에 좀 내성적인데,
하필이면 걔 옆자리여서 좀 쭈구리처럼 있었어

이상하게 여자 남자 동기들 선배들
다 걔의 상황들에 관심이 많았다?
강남역 근처 아파트 본가에서 사는거
외고 나온거
해외여행 경험 많은거
그것도 지 용돈으로 다녀온거

사실 스스로 자랑한건 아무것도 없고
모두가 걔한테 질문하다보니까
대답하다보니 다같이 알게된 ㅋㅋㅋㅋㅋ

근데 그 때 내가 옆자리라 느꼈는지는 몰라도
자기한테 관심 쏠리는게 갈수록 부담스러워보였음
미소도 점점 굳어지고 말을 아끼려하는데
좀만 얼버무려도 다들 캐물어서
어쩔수없이 대답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음

그렇지만 진짜.. 솔직히 우리과에서 인기가 처음부터 폭발이었음
근데 왠지 모르게 나는 걔한테 다가가지 않았음
엄청 완벽한 엄친딸 스타일이지만
그게 나랑 뭔상관이지 ㅇㅅㅇ 이느낌ㅋㅋㅋ

나는 그냥 친해지면 좋고 아니면 말고 정도..
다들 지만 좋아하는게 쟤도 참 피곤하겠다..
예쁘니까 카톡 프사에 셀카 많이 올려줬음 좋겠다 구경하게
(그땐 인스타 없었다^^)
이정도만 생각하고 말았음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우리는 새내기때 거의 모르는 사이랑 다름없었음
걔는 늘 인싸무리에 있었고
난 어쩌다 친해진 애들이나 선배들이랑 다니고
과엠티나 단체 술자리 있어도 따로 놀았음

근데 어느날 1학년 2학기 종강파티하는데
걔가 안온거임
맨날 그런 모임에서 걔 있는 테이블이
제일 핫하고 시끄러워서 존재감 뿜뿜이었는데
그날은 다들 걍 수다 재밌게 떨고있긴한데
튀는 테이블이 없는거야..

그래서 친한 동기들이랑 술마시면서
근데 00이는 오늘 안왔네? 웬일이여
이러니까 갑자기 갑분싸됨
갑자기 정적과 어색한 웃음만 감돌길래
나도 물음표 표정이 됐음

그때 친한 여자 선배가 머뭇거리다가 알려줌

‘너 남들한테 관심없는거 아는데 이것도 모르냐..?
걔 남자애들 사이에서 소문 진짜 이상하게 났다
동기 남자애가 00이 아파트 편의점에서 죽치고 기다리다가
00이 나올때 쫓아가서 애걸복걸 고백을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한번도 아닌 여러번이었음)
그래서 결국 00이 부모님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근데 그 남자애는 지 친구들한테
00이가 먼저 꼬셨고, 00이가 자기를 먼저 집 앞으로 불렀다
편의점에서 기다리게 유도해서
자기도 호감이 있었으니 고백했더니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얘기함
00이가 허언증이나 피해망상 정신병이 있는것같다고 소문냈고
걔 외에도 00이랑 사귀어보려고했다가 까인 남자애들이 너무 많아서
다같이 믿게 되어서 00이가 지금 이상한 애가 됐다
(정황상 남자애가 이상한건 맞지만
경찰에 신고했을 때 아무런 처벌도 없었음
-> 진짜 스토킹이었으면 내가 왜 안잡혀갔겠어
이런 논리로 00의 거짓말이었다고 소문냄)
근데 문제는 00이가 억울하면 해명을 해야되는데
아무런 말도 안해주고 그 일 이후
조용히 수업만 듣고 집에 가니까 오해를 풀어줄수가 없다’

이 얘기를 들었을때
뭔가 나도 억울한 감정이 들었음.
잘나고 완벽한 애가 왜 이런 소문을 달고다녀야돼?
라는 생각에 기분이 확 안 좋아짐

근데 여자 동기들도 00이를 꽤 좋아했는데
괜히 그런 얘기 들으니까 찜찜하다며 소문을 좀 믿음

00이가 해명을 안하고 가만있는다는 게
그 소문이 진짜이기에 가만있을거라는 추측이 제일 컸음

어쨌든 난 찜찜하게 종강총회 2차를 갔는데
그 소문낸 동기 남자애랑 같은 테이블에 앉음

앉자마자 00이 뒷담 개신나게 시작하더라

걔가 워낙 억울하게 말을 잘해서
다들 믿게되는 눈치였고
난 갈수록 화가나는 이상한 기분을 참느라 가만히있었음

근데 그 남자애가 나한테
(그 남자애랑 나는 거의 1년 내내 말해본적도 없었음)

야 너는 00이랑 제일 안친하지? 니가 똑똑한거야
그런 ㄴ들이랑 친하게 지내면 나처럼 뒤통수 맞아
여자애들도 조심하셈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

뭐 이런식으로 얘기함

나도 그 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정색하고 말함

‘야 00이한테 차인게 그렇게 쪽팔리냐 허언증은 니겠지
다 알면서 모르는척해주니까 호구로보냐?’

사실 난 00이한테 한번도 그 때의 진실을 들은 적이 없었음
걔랑 애초에 신입생 환영회 이후로 말도 안해봤는걸..
근데 이상하게 난 걔한테 신뢰가 있었어
자기 자랑 하기 싫어하고 말 아끼려하고
남자들이 껄떡거릴때 은근 단호하게 꼽주고
그런 애라서 진짜일리 없다고 확신해버려서
그렇게 얘기함

그 동기 남자애 난리남

너 00이랑 연락하냐? ㅅㅂ 남은 대학교 생활 정신병자랑 다니게?
걔가 뭐라디? 와 ㅋㅋㅋㅋㅋㅋ;;

이런식으로 소리지르는데
내 말이 틀렸다고는 말 못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얘 뭐 캥기는거 있구나 눈치 챔

그래서 걍 걔가 난리치는거 보고만 있었음
다른 남자선배들이 결국 좀 진정시켰고
난 가만히 구경하다가 짐싸서 나오면서
‘찌질한 새끼 어휴’ 이러고 나옴
발작하는거 술집 문닫고 나와도 다 들림
무시함ㅋㅋ 개꿀

그러고 나서 남아있던 동기들이 다음날 물어보더라
00이 진짜 왜그렇게 된건지,
넌 뭘 어떻게 아는건지,
처음엔 왜 모르는척 했는지

근데 그냥 난 아무것도 모르지만
00이가 결백하다는 암시를 꼭 주고싶었음

그래서
자세한건 말 못해 근데 그 남자애 반응 보면 딱 알지?
걔 말이 다 진짜는 아니라는거 누가봐도 확실하잖아

누가 물어볼때마다 이렇게 말했고
난 말한게 없지만 어느새 소문의 진실이 따로 있을거다,
00이가 결백할거라고 믿는 애들이 방학동안 늘어남

그리고 2학년 개강했는데..
00이가 전공필수과목 포함 어떤 수업에서도 안 보임

소문이 나아지고 있는데도,
소문을 믿었던 애들조차도 그 이야기를 까먹고있는데도
왜 수업때 안나왔는지 궁금해서
결국엔 00이 카톡을 과단톡에서 찾아서 첫 갠톡해봄
그 때의 난 지금보다 사회성이 없어서
인사 없이 그냥..

‘너 전필 왜 안나와?’

한마디 띡 보냄..
읽씹당함

ㅋㅋㅋㅋㅋ;;;
근데 말했지? 난 사회성을 밥 말아먹으면서
눈치는 반찬으로 곁들여먹어버린지 오래야

다시 카톡함

‘전필 교수님 오티때부터 풀강하는디? 너 그러다 학사경고먹어’

ㅇㅈㄹ..
그 때 답장 하나 옴

‘신경쓰지마’

이상하게 신경 쓰이기 시작
진짜 이상해 왜 자꾸 걔가 신경쓰였는지..

난 걔가 어떤 말을 하든
어쨌든 걔의 말이 너무 듣고싶었고
결국엔 최후의 방법을 씀.

나 대학교 기숙사 살았거든?
난 밥을 매우 잘 챙겨먹는 사람이기에
기숙사에서 주는 식권을 늘 남김없이 썼어
거의 매일 기숙사 석식을 챙겨먹었는데
(저녁약속 있으면 석식이랑 저녁약속 두번 다 쳐먹음)

매일 저녁마다 00이한테 석식 메뉴를 사진으로 보내기 시작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티쌤이랑 식단관리 하는줄..

솔직히 걔랑 안친해서 카톡으로 할말은 없었어
근데 걔랑 대화는 나눠보고싶고
괜히 어색하게 말걸면 걔는 반응 없을거같고

그래서 그냥 나도 말없이
저녁 6시 30분-7시 사이에 매번 저녁메뉴를 보냄
보통 수요일이랑 금요일이 맛있었거든?
수금에는 따봉 이모티콘도 종종 같이 보냄
한달정도 꾸준히 보냈고
한달내내 꾸준히 읽씹당함

근데 어느날도 어김없이 석식사진 찍어서 보냈는데
답장이 옴
‘석식 식권 남은거 있어?’
‘ㅇㅇ같이 드실?’
‘내일 저녁 먹으러 가도 돼?
‘7시에 오면 줄 개길어서 기다려야되니까 6시반까지 꼭 긱사앞으로 와’

이러고 다음날 같이 석식 먹게됐는데..
내가 이 얘기를 아무한테도 나눈적이 없어서
신나서 너무 자세히 길게 써버렸다
지금 팔에 쥐날거같아..
누군가 봐준다면.. 또 내가 내일 컨디션 괜찮으면
이 썰 다 풀고싶어..
일단 오늘은 자겠음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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