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날을 정해 놓은 배우자

공지사항 25.03.09
결혼한 지 10년됐습니다.
아이는 둘, 이제 첫째가 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아내는 결혼 후 뭔가 매사 멍하게 시키는대로나 하는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갔고, 그런 사람 제대로 된 사람만들어놓으려고 이직처도 제가 알아보고 그 과정에서 임신도 하고 하면서 바쁘게 지나갔네요. 어느 순간부터 아내도 정신을 차린건지 투잡 쓰리잡해가며 아이들 살뜰히 돌보고 가르치며 경제적 성장을 많이 이루어 마침내 집 대출도 끝났습니다. 봉급자체는 제가 높지만 다양한 투잡 수익을 합하면 아내가 더 높아져 가능한 일이었고 고맙게도 모든 벌이 다 제게 주어서 경제관리도 편안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돈 더 모아 더 큰 집 가면 되겠다 수고했다 해도 무덤덤해서 성격이겠거니 했는데, 우연히 재활용쓰레기 분류하다 아내 수첩? 같은 것을 보았는데 죽을날을 정해놨더라고요.
앞으로 얼마 안 남은 년도를 써놓고 딱 이때까지만 참자. 그때까지 마무리 할 것 등등 리스트를 써놨어요.
제가 너무 괴롭고, 숨막히고 소통할 수 없다고, 욕먹지 않을 만큼 다 불태워 이루어놓고 쉬고 싶답니다. 부부싸움하고 화나서 쓴 글인가 싶다기엔 싸운 적이 아주 오래전입니다. 아내는 제가 화나서 폭언을 하고(절대 뒤끝없는편입니다) 물건을 던지고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어도 차분하게 다 들어주고 알겠다 미안하다 사과하고 맞추는 온화한 성격이라 애초에 싸움도 성립이 안되는데, 저런 글을 왜 썼는지도 모르겠고... 애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 날짜 돼도 아직 어린 애들 두고 왜?
아무튼 며칠 생각하다 영 찜찜해서 그런 수첩 봤는데 뭐냐 하니까 아주 무덤덤하게 화내는 것도 뭐도 아니고 그러게. 더 열심히 마무리해볼게. 하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부드럽게 답합니다. 죽기살기로 하겠단 건지, 저더러 잘해라 경고하려고 머리쓴건지.... 괜히 찜찜해서 또래 여자분들 의견 알아보려 찾아 글씁니다. 뭐가 그리 불만이냐고 버럭 화를 내는 편이 나을지 좀 달래고 얼러보는 편이 나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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