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벌받은 여자

공지사항 25.03.31

 저는  일본사람입니다  뭐...  일본사람이든 한국사람이든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요  그냥 제 지난시절 이야기나 한번  털어놓아볼까 합니다   사실 일본이든 한국이든  아니 따지고보면 보편적으로  이 세상 모든 여자들 학창시절  한두번쯤 겪어보았을법한  그런 흔하디 흔한 사연이긴 합니다  학창시절  총각선생님 한분이 발령오셨어요  정확히는 총각 선생님은 아니고  아마...한국식으로 말하면 대략  교생선생님이나 시간강사 ???  그쯤되는 위치에 계신분이  한 1-2년정도 제가 다니던 학교에  발령받아 오신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때 선생님 나이는   대략 20대 후반  전 이제 막 세상에 눈떠가는  고등학교 2학년 철없는 여학생이었고요  뭐 흔한 세상의 여고생들  그런 선생님한테 때론 선물공세도 하고  때론 공연히 그 주변을 맴돌며  관심을 보이려고도 하지만  전...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쑥맥이라고나 할까  그 선생님을 먼 발치서 쳐다만 보면서  그냥 안타깝게 가슴앓이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선생님 과목은 화학과목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전 이과계열 과목은 별 취미가 없던때라  어떻게보면 저와 선생님은  지구와 안드로메다급으로  성향이나 기호쪽으로도  차이가 있는분이었다고 봐야하겠죠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차마 선생님한테 제 마음을 직접 고백은 못하고  그냥 먼발치서 안타까이  지켜만보고 있어서 그런지  오히려 다른 아이들보다 한발 앞서  우연히 알게된 정보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그때 이미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여자분이  있었다는것을요   그러니까 그게  제가 그래도 용케 선생님 하숙집 위치를 알고는 있었기에  혼자 몇 번 찾아가본적이 있어요  하지만 차마 용기없어 하숙집 문을 두드리거나  사람을 부르거나 하진 못하고  쓸데없이 그 주변만 공연히 몇바퀴 맴돌다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곤 했는데  선생님 댁에 드나드는 젊은여성이 있다는걸  알게된게 그때였습니다  대충 분위기를 봐도 저보다는  7-8살 많아보이는 성인여성이고 언니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선생님이 사귀는 여자분이었던거죠   선생님이 저희학교에서  시간강사 혹은 교생격으로  일하신 기간이 1-2년 정도고  선생님께서 저희 학교를 그만두시고  다른곳으로 발령을 떠나신게  제가 아마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선생님이 아마 그 무렵 결혼을 하셨고  선생님을 그때까지 마냥 총각으로 알고 있었던 학생들  대다수가 충격을 받은 분위기였는데  전 혼자 슬몃 묘한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전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선생님에겐 이미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여자분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머지않아 그분과  결혼할것이라는것을요   무슨 대단한 첫사랑이나  짝사랑의 열병이라도 앓았던것도 아닌  허무개그란 표현을 갖다 붙이기도 민망한  그렇게 싱겁게 끝나버린  선생님과의 첫 인연이었지만  사실 선생님 덕분에 각성(覺醒)을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과학에 별 관심없던 제가  화학에 관심과 흥미를 갖기 시작한게  대략 그때쯤부터니까요  대학을 화학과로 진학했습니다  화학을 공부하면 나중에라도  화학 시간강사였던 선생님과  재회라도 하게될까...하는  막연힌 가대라도 했던 것은 물론 아니고요  그냥 어찌어찌하다보니 흥미가 생겨  대학진학을 그렇게 했던것입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한뒤  정부산하의 한 연구소에 취직을 하게 되었는데  아아...  이런게 일종의   운명이라고 하는걸까요  선생님께서 하필이면  제가 취직한 연구소의 연구위원으로  계셨습니다  물론 그때는 선생님께선  제가 고등학교 졸업을 할 무렵  결혼을 한 그때의 부인과  함께인 유부남의 신분이였고요  두분 사이에  여섯 살 정도된 아들도  하나 있었습니다   선생님과는 그러고보니 대략   8년만의 재회인셈인데  전 그때처럼...짝사랑하는 상대에게  말조차도 제대로 붙여보지도 못하고  늘 먼발치에서 맴돌기만 하는  그런 쑥맥도 아니었고  오히려 고등학교 시절 말도 제대로 붙여보지 못한  그 8년전의 아쉬움을 대신  보완이라도 하고픈건지  보상이라도 받고픈건지  본격적으로 선생님께 다가가기 시작한게  그때부터였습니다   뭐 다가갔다고 해서 제가 뭐 대단한  뭐라도 한건 아니고요  그저 선생님꼐...식사나 같이 하자  같이 영화라도 한편 보자  그렇게  선생님이 이미 부인과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란 사실을 잊은채  선생님과 함께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려고  적극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사건이 벌어진건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전 사실 그때 이미  대범해질대로 대범해져  이런저런 잔심부름이나 혹은  연구소 일로 들렀다는 핑계까지 대며  선생님 댁도 사흘이 멀다 하고 드나들 때 일인데  사실 사모님도 처음에는  그냥 연구소 직원이고 고등학교 시절에도  그런 인연이 있었다고 하니까  처음엔 별 의심없이 그저  절 연구소 직원겸 남편의 옛 제자  그 이상으로 대하진 않는 느낌이었는데  그러다 차츰  사모님의 의심이 본격화 되더이다  ‘조심좀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눈치를 주시더라구요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습니다  사모님께서 한 일주일정도 일이 있어  친정에 내려가 계셔야했고  전 선생님 아이를 그 일주일 정도  돌봐드렸죠  전 선생님 아이를 돌보는 문제도 문제지만  그 일주일을 선생님 댁에서  함께 있을수 있다는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흥분되어  어쩔줄 몰랐습니다  그 일주일...   아마 어떤 기다리는 일이 있거나  혹은 견디기 힘든 그런 일이 있는  그런 시기였다면  일주일이 마치 천날처럼 느껴졌을지 모르겠는데  전 그 일주일이  너무나 짧게 느껴지더라구요  솔직한 심정 그대로라면  선생님과 선생님 아이와 함께 있는 이 시간  이쯤에서 시간이 멈춰져  그냥 이대로 영원히  선생님과 함께였으면 좋겠다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아니면 어떤 이상한 타임슬립의 동굴에라도 들어가  하루가 이미 지났는데 다음날이 되면  내일이 온게 아니라 전날이 되어있는  그렇게...  사모님께서 돌아오시게 되어있는 일주일후 그날  그날이 영원히 오지않고  영원히 타임워프 되는 그런 시간의 동굴에라도 갇혀  끊임없이 내일이 오지않고 오늘 하루가  영원히 반복되는  그런 공간이고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인간의 힘으로 마음대로 해볼수 없는 것  일주일의 시간은 아쉽게도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전 사모님이 돌아오시자  그야말로 허무개그처럼 아이와 선생님을  사모님께 인계해드리고  집을 나와야 했습니다  그때 그 가슴이 뻥 뚫린것만 같은 허무한 심정  가슴 한켠이 텅 비어버린것만 같은  그런 느낌  어떤 표현할수 없는 아련함  그 느낌을  선생님이나 사모님은  눈치라도 채셨나 모르겠네요   솔직히...  사모님께서 언제부터 그리고  무엇 때문에 절 의심하신건지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저 전 가끔씩 선생님과 함께  식사하고...영화보고...  또 가끔씩은 연구소에서  선생님과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어서  조금만 늦게 퇴근해달라  보채기도 했고  그리고 가끔 사모님 안 계실떄  선생님 아이 돌봐드린 것...그게 전부인데  제가 비정상인건지  아니면 사모님께서 예민하신건지  솔직히 그건 제3자가 판단할수 있는 문제이지  제가 객관적으로 판단할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고요  전 다만 그렇게 선생님과  연구소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한지는  대략 1-2년 정도의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아...  한번은 이런일이 있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선생님과 지방출장을 간일이 있었는데  둘이 한 여관방에서  자는일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 너무나 가슴뛰고  설레는 밤이 될 수밖에 없었죠  선생님과 이렇게  한방에서 잘수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요  전 선생님을 품에 안은채  단꿈에 젖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진 한 장을 찍었어요  선생님과 저  방안에서 함께 잠들어있는  그 사진을  어쩌면 제게 두 번다시 오지않을  쉽지않은 시간이자 기회  선생님과 저만의 추억 하나 만들어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다만 그 마음뿐이었습니다   사실...그 사진이  유출될 가능성은 없는데  제가 일부러 고의로 유츌하지 않는한  다른이 손에 그 사진이  들어갈 가능성은 없는거잖아요  저는 선생님과 단둘이  여관방에서 찍은사진  제 방 깊숙한곳에 숨겨놓고  혼자만 밤에 몰래 꺼내보며   살며시 묘한 미소도 지어보고  또 혼자만의 야릇한 상상에도 젖어보고   그게...전부인데...  대체 사모님께서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잘못알고 오해하신건지   하루는 사모님께서 연구소로 찾아오셔선  제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휘어잡고  그야말로 어느 불륜극이나 치정극 한 장면 못지않게  거칠게 절 때리고 할퀴고 꼬집고  정말이지 그 사건의 소문  연구소 직원들은 물론 그 주변에까지  소문이 나지 않는게 이상할정도로  거칠고 세게 항의하고  무섭고도 심하게 절 때리셨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선생님께서  절 찾아오셔서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만...떠나달라고  제게 질렸다면서...  떠나달라...하소연 하셨습니다   전 너무 억울하고 분하여  선생님 품안에 안겨 펑펑 울었습니다  억울하다고 몇 번이나 하소연도 해보았고요  대체 제가 뭘 잘못했는지  전 그저 사모하던 선생님과 조금이라도 오랜시간  단둘이 있고 싶어서  그 시간을 만들어본게 전부인데  그게 잘못인건지  둘이 함께 식사하고 영화보고  그리고 가끔 선생님 아이 돌봐드리고  그리고 출장갔을 때  여관방에서 한방에서 같이자고 사진짝고  그리고 연구소에서 퇴근시간이면  조금만 더 같이 함께...있어달라고  보챈게 전부인데  그게 그렇게 잘못한거냐고  그게 이렇게 제가 연구소를  떠나야할만큼 잘못이냐며  한참을 오랜시간 억울하다며  하소연하며 펑펑울며 애원했습니다  제가 대체 뭘 그리 잘못한건지  모르겠다고요  선생님은 그런 제게  그만...떠나달라고  제가 없어야만 선생님 평온한 가정이  유지될수 있을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떠나달라  그 말씀만 반복하셨습니다.   자살을 시도하려 하엿습니다  뭐...그 정도 일을 가지고 자살이냐  책망하실분이 혹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뭐...그만큼 저 자신에 대한  애착이 강한 탓이었다 봐야할까요  솔직히 이날 이때까지  그렇게까지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  말하진 못해도  최소한 세상의 보편적인 상식과 가치관에  그렇게 크게 어긋나는짓은  안해왔다고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그런 저를...그것도 제가 일하는 직장까지 찾아와서  (* 물론 선생님도 일하시는 일터이긴 합니다만)  그렇게까지 직원들 다 보는 앞에서  저를 천하몹쓸 불륜녀...악녀로 몰아붙인  사모님의 처사에  그로인해 받은 모멸감과 굴욕  그게 절 견딜수 없게 만들었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솔직히 사모님 안 계실떄  대신 선생님 애 봐드리고  그리고 퇴근때 가끔 선생님께  좀 오래 곁에 있어달라고 보챈게  그렇게까지 죽을죄는 아닌거잖아요  하지만  사모님의 난동으로 이미 전 직장에서   천하 몹쓸 불륜녀로 낙인찍혔고  선생님마저 떠나달라고 애원하시는 것이  절 견딜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기왕 자살하는거  남들 흔히 하는방식보다는  좀 특이한 방식으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최소한 제 시신을 발견한 기자나 경찰들에게  좀 오래 인상깊게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첫 번째 자살시도는  한번 철길위에서 자살을 시도하려 하였습니다  마치 참선이라도 하는 구도자같은 자세로  정장차림으로 철길위에 앉아서  조용하고 차분하게  기차가 올때를 기다렸습니다  허나 막상...  저만치서 기적소리가 들려오니  그만 겁이 덜컥 나더라구요  그래서...  그만 부리나케 일어나 달아나려 했는데  아뿔싸...근데 이건 또 뭔지  달아나려 하는 찰나 그만 구두가  철길틈에 빠져 제대로 빠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봐도 웃기네요  차음엔 자살하려고 일부러 철길 한가운데 앉아있던 제가  막상 기차소리가 들리자 달아나려했고  철길틈사이에 구두밑창이 빠지자  그걸 또...살자고 달아나려고 애를 썼으니  다행히 기차가 거의 다가오기 직전에   구두는 그대로 끼인채 제 발이 빠져서   저만치로 나동그라지고 말았습니다  기차를 운전하는 운전사야 많이 당황했을지 몰라도  전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건졌죠  기차는 무심히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고  철로틈에 낀 구두야 빠른속도로 달리는 기차에 깔려  형편없이 박살이 낫겠지만  전 저만치 나동그러져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는거죠   이걸 참...다행이라 봐야하는건지 불행이라 봐야하는건지  참 어이없이 실패로 끝난  첫 번째 자살기도  후후...처음엔 죽으려고 철길 한가운데 앉았고  그 다음엔 막상 기차가 달려오니 겁이나서  달아나려했고  그 와중에 구두 밑창이 철길틈에 끼어  그로인해 몹시 당황했고  구사일생(?)으로 발이 빠져나와  저만치 나동그러져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저  막상 살았다는 다행이란 생각과 동시에  참으로 여러 가지로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더이다   두 번째 자살시도는  버스안에서 해보려 했어요  그러니까...첫번째 기차길 자살시도처럼  버스가 달려올 때 자살을 하려한건 아니구  약을먹고 음독자살을 하되  그 장소를 버스로 택한거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기왕 자살하는거  그 방식이나 좀 특이하게 해보자  그 생각이었을뿐 그 외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작은 유리병에 독한 술을 가득담아  거기에 약까지 탄뒤 버스를 탔습니다  그리고 버스 뒺좌석에 앉아 조금씩   술을 마시기 시작했죠  다행이 버스승객중 맨 뒷좌석 구석에 앉아   조용히 음료(?)를 들이키는 저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직 날도 덥지 않은데 그것도 버스안에서  자주 음료를 들이키는 저를  그렇게 크게 의심은 안 했던거죠  그냥 뭐...목이 자주마른 여자인가보다  그렇게 생각한걸까요  어느덧 약을 탄 술 한병을 거의 다 마신 저  그대로 곯아떨어졌습니다  아니 곯아떨어지는게 아니라  그냥 이대로 이 세상을 하직하기로 한거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봐요 아가씨...정신좀 차려봐요’  아아...  하는 소리에 그렇게 눈을 뜬겁니다  결과적으로 두 번쨰 자살시도도  실패한거죠  원래는 버스안에서 약을 탄 술을먹고 자살을 하려 한건데  그게 아니라...버스가 어느덧 종점에 다다랐을 때  깨우는 기사와 종점 관계자들에 의해  허무개그처럼 깨어났습니다  옆에는 이미 제가 토한 구토물이  하나가득 쏟아져내려와 있었고  버스기사와 관계자들은 절 한참을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았습니다  그렇게 실패한 두 번째 자살시도  전 무안해서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허겁지겁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그런 일련의 사건들이 있고나서  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는  단지 연구소를 떠나달라는  선생님의 애원때문이 아니더라도  일터까지 찾아와 절 모욕주시며 난리를 치셨던 사모님  그리고  두차례의 어처구니 없는 자살시도 실패때문에라도  구 수치심...부끄러움...민망함때문에라도  연구소뿐만 아니라 그 지역을 아예 떠나서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곳을 떠나서  제가 나고 자란 고향(* 그러니까 선생님을 처음 만난  고등학교가 있던 지역이기도 한)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구소가 있던 도쿄 인근지역도 아닌  다른 제3의 지역에서  편의점 알바를 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였습니다  최소한 제 얼굴을 아는 사람이  저에대한 정보나 지식이 전혀 없는 그런 사람들이 사는  아주 낯선 고장에서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었죠  묵묵히 편의점에서 알바라도 하며 돈을벌며  그냥 말수도 적고 사람들과 못 어울리는  그저그런 조용하고 차분한 이미지정도의 여자로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여생을 보내다가  이 세상을 떠나면 그만이지  그렇게 생각하고  낯선고장에서 편의점 알바를 하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한것입니다   그렇게 5년의 세월  이제 어느덧 선생님과의 일도  어느덧 아련한 과거의 추억이 될것만 같은  대략 그런 시점이 되었는데  그런던 어느날...  뜻밖의 손님이 한밤중에  24시간 편의점으로 찾아왔습니다  그것도 술에 흠뻑 취한 모습으로    ......   저는 대번에  선생님이란걸 알아볼수가 있었죠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제가 지금 살고있는 이 고장  제가 나고자란 고장에서도  그리고 연구소가 있던 도쿄 인근지역에서도  한참 멀리 떨어진 그런곳인데  어떻게 저의 소식을 들을수 있으셨는지는  둘쨰치고라도  어떻게 이 한밤중에 이 먼곳의 편의점까지  찾아오실수 있었던것인지  선생님께선 절 대번에 알아보시고  제 품에 안겨 울며 애원하더라구요  이렇게 말씀하시더이다  자기 아이를 좀...맡아줄수 없겠냐고   이게 대체 뜬금없이 무슨소리인지  그것도 5년만에 찾아와서는  전 일단 선생님을 저의 처소로 안내했고  다음날 술에 께서 정신이 드신 얼굴로  차분하게 그간의 일들을 말씀하시더군요  일단 결론적으로  사모님께서 정신병원에 입원하셨다는겁니다  많이 놀랐습니다  일단 제가 선생님곁을 떠난 것은  벌써 5년전의 일이니  설마...선생님 사모님의 입원이  저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하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를 것 같고  일단 선생님께서 제게 해주신 그간 5년의 일들을  요약하자면  엇비슷한 불륜 오해 소동이 그뒤 두어번 더 있었고  그후 사모님의 정신상태가 많이 황폐화되어  그 지경에까지 이른것이라 합니다   후우...  최소한 이쯤되면  제가 문제가 있는것인지 아니면 사모님이 예민하신것인지  그 두가지 문제중 제 문제는 누명을 벗을수 있을 것 같네요  제가 좀 그때 너무 선생님에대한 제 감정에  치우쳐버린 나머지  다소 과잉된 태도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선생남의 성격 자체가 그렇게 바람을 피우거나  여자를 밝히는 그런 성격은 분명 아니시더군요  헌데 그런 선생님을 두고  제가 떠난 이후에도 두 번이나 더  불륜으로 오해받는 사건이 있었다면  그건 아무리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해봐도  사모님 성격도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  인정 안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그렇게 이런 상황에서 선생님이  제 손을 붙잡고 울면서 애원하신것입니다  자기 아이라도 저더러  맡아줄수 없겠느냐구요   이런 상황에서  전 뭘 어떻게 하는게  현명한 판단일까요 ?   5년전에는 저한테 질렸다면서  저는 그래도 나름 선생님에 대한 저의 마음을  표현한 것을 그렇게 부정하며  제발 떠나달라며 연구소도 그만두라고  그러셨던 선생님이  이제와서  그것도...선생님이 사시는 지역에서  제가 새로 편의점 일을 하게된 지역이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곳까지 찾아와 한밤중에  그것도 자기 부인이 입원했다며  이렇게 애걸복걸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저는 어떡하면 좋은걸까요 ?   일단...  사모님이 입원하셨다는 말에  걱정은 되어 찾아뵈러 가봤습니다  가봤더니...  사모님의 얼굴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5년전 제가 뵈었을떄만 해도  나이는 좀 들어보일지언정  그런대로 기품있고 차분한 매력의  중년부인의 모습이던 사모님  지금은 초췌한 몰골의   미*여자...그것외엔 딱히 다른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그냥  초췌한 몰골의 미*여자  5년만에 다시본 사모님의 첫 인상에는  그것외에 다른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네여   그나마  사모님께서 절 보시더니  그래도 절 기억은 하시는지  살포시 미소지으시며  제 손을 한번 꼭 잡아주시더이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시더라구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절더러 뭐...  자신은 이렇게 되어 남편이고 아이고  더 이상 책임질수 없으니  나더러 대신 맡아달라는 의미라도 되는것인지  아니면  그래도 아이를 믿고 맡길 사람이  저밖에 없다는 의미라도 되는것인지  저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없이 장시간 사모님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사모님은 거듭 미소지은 얼굴로  고개만 끄덕이시더군요   일단...  어느덧 소학교 5학년이 되어있는  선생님의 아들 히토시를  마냥 외면만 하고 떠날수는 없어  - 그래도 제가 그 시절 가끔 히토시를 봐줄떄는  그런대로 절 믿고 잘 따르던  꼬마아이였거든요  그야말로 무슨 측인지심이라도 들었는지  일단 선생님의 부탁도 계셨고  사모님의 고개 끄덕임도 결국  그것을 의미하는듯하니  편의점일은 그만두고 당분간  선생님의 아이를 돌봐드리는 일을  하도록하자  그리 생각하였습니다   벌...받은걸까요 ?  만약 유부남을 사랑한 댓가가  그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대신  남자의 전처소생 자녀를 대신 맡아키우는거라면  벌이라고 해야할지 뭐라고 봐야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전 얼떨결에  선생님의 아이를 다시 봐드리며  그렇게 다시 선생님과  한집에 사는 모양새가 된거니까요  일단 아직 선생님이 사모님과  정식으로 이혼한건 아니기 때문에  전 선생님의 부인도 아이의 새엄마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선생님과 살면서 히토시를 맡아 키우는  그 일을 하기 시작한거죠   벌...받은걸까요 ?  정녕 유부남을 사랑한 댓가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은 허락되는대신  그 사람의 전처소생 자녀들을 대신 떠맡아  키우게 되는거라면  이걸...  ‘벌받는 여자’라고 말한다면  이치에 맞는것일지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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