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일 눈팅만 하다가 처음 글을 올려봅니다. 저는 30살 평범한 여자입니다.
ㅡ
저에게는 이 세상 누구보다 가부장적이고 옛날 사람인 아버지가 계십니다. 가부장적인걸 떠나서 어릴 때부터 본인 마음에 안들면 때려부수고 때리고 욕하고 그런 폭력 속에서 자라서 아버지에 대해서 딱히 애정이 없습니다.
가족이라지만 따뜻했던 기억이나 추억따위 저는 없네요. 어린 시절 생각하면 그냥 나는 불행했지 정도?
위로 오빠가 한명 있는데 둘이서 아버지한테 정말 많이 맞으면서 자랐습니다. 회초리로 때리다가 분이 안풀리면 손지검.. 발로도 때리고 손에 잡히는 모든걸로 폭럭을 휘둘렀습니다.
어릴 땐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고 내가 잘못해서 혼나고 맞는거구나 했는데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 주변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저처럼 맞고 살아온 사람이 없더라구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고 그러면서 집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 부모님이랑 같이 산 적이 없습니다. 그냥 의무적으로 한 달 마다 집에 갔었고 취업을 해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집에 갈 때 마다 아빠는 무슨일이든 한번은 꼭 저한테 소리를 지르고 해서 항상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오랜만에 집에 온 제가 신발장에 신발을 정리 안해놨다고 잔소리 수준이 아닌 무슨 년 욕하고 소리지르고 .. 치우겠다 그냥 둬라 하면 버르장머리 없다 그러고 말대꾸 한다 그러고
부모자식 간이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아랫사람처럼 합니다.. 함부로 해도 되는 사람처럼 막대해요.
그래서 관심을 끊은지 오래됐지만 아빠 옆에서 평생 고생한 엄마 생각해서 그냥 의무적으로 집에 가고 연락도 하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저녁을 먹는데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나는 부모가 처음이다. 너네 엄마도 부모가 처음이고 나도 처음이다. 그러니까 경험이 없어서 잘못하더라도 그게 잘못된 줄 모르고 한다. 근데 너네도 자식이 처음이니까 똑같이 잘못한다. 그게 잘못된지 모르고. 그러니까 부모자식은 그걸 그냥 서로 퉁치는거다. 미안하고 서운하고 그럴 필요 없다. 그렇게 말을 하시더라구요..
저는 이 말을 듣는데 오만 정이 떨어지더라구요.
부모는 자신들 선택으로 자식을 낳지만 자식에게 부모를 선택 할 기회가 있나요? 그리고 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나 싶었어요.
아버지라는 사람이 세상 이기적이고 자기 자신 밖에 모르는 사람인건 평생 잘 알고 있습니다. 어릴 때 저는 치킨먹으면 닭다리 한번 먹어본 적 없어요. 늘 닭다리는 부모가 먹는거야. 하면서 밥상 위에 제일 좋은건 당신 입에 다 들어갔네요.
작은아빠 , 고모 싹다 손절하고 얼굴 안보고 산지 오래되서 저는 집안 어른들 얼굴 하나도 모르고 살고 친가쪽 친척 아무도 모를 정도 입니다.
그나마 내 부모니까 불쌍해서.. 어릴 적에 할머니, 할아버지 다 일찍 돌아가시고 가장 노릇 했다니까 사랑 못받고 못배워서 그렇구나 하다가도 그래도 사람이 어떻게 저렇지? 싶을 때가 있어요.
어디가서도 자기 맘에 안들면 소리 꽥꽥 윗사람 불러라 난리치는 사람이에요. 거두절미하고 다 참고 살았는데 이제는 정말 안보고싶네요..
평생 살면서 저나 오빠한테 미안하다 단 한번 한적없는 사람이고 아직도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잘났고 가족한테 맘에 안들면 폭언에 .. 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글에 다 담을 수 없네요..
자식에겐 부모가 하늘이고 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빠도 저도 어린시절 상처가 너무 커서 지금도 꿈에 얻어맞던 그 장면이 나온다고 서로 얘기하고 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다 취업하고 부모님한테 때마다 용돈드리고 아버지 나이가 많아서 일도 못하고 쉬고 있는데 생활비며 집에 들어가는 돈 다 보태고 살았습니다. 불평하나 한적 없어요.
근데 이제는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요.. 저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결혼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저런 아버지를 가족이라고 소개하기도 싫고 보여주기도 싫습니다.
제가 자식을 낳게 된다면 저에게 했던 것처럼 할까봐 제 자식도 안보여주고 싶어요..
저는 왜 부모복이 없을까요 .. 아빠랑 친구처럼 지내는 친구들 보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요. 왜 나는 저런 아빠가 없을까.
오랜만에 집에 가면 밥 한끼를 먹어도 내가 돈 내야하나 눈치보지 않고 맘껏 어리광 부리면서 얻어먹고 싶고 .. 여기서 이런 푸념해서 소용없지만 ..
옆에서 고생한 불쌍한 엄마 때문에 연을 아예 끊을 수 없겠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안하려고 해요..
남아있던 정도 사라지네요..
정말 부모가 자식한테 한 잘못들은 자식도 부모에게 똑같이 잘못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게 되는걸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너무 무서워서 엇나갈 생각 한번 못하고 컸어요. 오빠랑 집에 있으면 아빠가 도어락 여는 소리만 나도 긴장하면서 책상에 앉아있었고 평생 눈치보면서 비위맞추면서 살았습니다.. 근데 이젠 그만하고 싶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은 자신을 나타내는 얼굴입니다. 비방 및 악성댓글을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