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공지사항 25.04.12

저에게는 일 년짜리 기간제(교사)를 두 달도 안 되어 그만 둔 경력이 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여기 저기 제대로 말은 못했지만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는데요. 제가 너무 뭘 몰랐고 순진해서 그런 일을 겪은 것 같습니다. 이전 해에 한 학기 기간제를 한 후 다음 해에 같은 학교에서 일하게 되었는데요. 다른 사람들도 더 있었지만 대표적으로 두 사람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국어과 교사 B씨(남)

1. 자판기에서 음료수 캔 20개 뽑아 오라고 시킴

2. 급식실에서 튀김 얻어 오라고 시킴

3. 야한 사진 컴퓨터에 띄워놓고 자리로 부름

4. 밤 9시에 자기한테 전화하라고 시킴(아내가 받아서 누구냐고 길길이 날뜀)

5. 걸어가는데 뒤에서 엉덩이 침


연구부장(남)

1. 전체 담임들 한 명 한 명 한테 학생들 연락처 받으라고 시키고 다 받으니까 학생들 주소 받아오라고 또 시킴(나이스 같은데서 권한 받아서 한 번에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땐 몰랐습니다. 심지어 한 번에 같이 받은 것도 아니고 담임 선생님들이 얼마나 어이없고 귀찮았을까요. 쪽지 보내도 수합이 안 되어 담임들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며 부탁했습니다.)

2. 공문 나이스로 보는 거 안 가르쳐주고 출력해주고서 공문 내용 요약하지 말고 전체 다 옮겨 써서 전체 쪽지 보내라고 함.(이전 해에 한 학기 기간제 한 것이 기간제를 처음 한 것이었는데 그때는 업무를 안 줘서 나이스 등등 잘 몰랐네요.)

이외에도 많이 있는데요. 이게 한 2010년인가 그랬습니다. 1년짜리 기간제였는데 제가 4월에 그만뒀습니다. 4월 초부터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4월 말에야 그만둘 수 있었습니다. 경력 생각하면 4월 30일까지 했어야 하는데 하루라도 빨리 지옥을 탈출하고 싶어서 허락 받은 29일자로 그만뒀습니다.

저는 위와 같이 직장내 괴롭힘을 심하게 당해서 그만둔 것인데 말을 못해서 다른 이유로 소문이 난 것 같습니다. 친구를 못 만들어서 그렇다는 둥 남자 만나느라 그렇다는 둥 학교에서 방귀를 뀌어서 그렇다는 둥 똥을 싸서 그렇다는 둥. 그만둔다고 말한 후 그만두기까지 한 달여 동안 전체 교사들한테 조롱당했습니다. 제가 지나가면 헛기침을 하고요. 밥 먹을 때도 같이 안 앉으려고 하고요. 대놓고 비웃기도 하고요. 학교 출근하는 게 너무 괴로워 내내 울면서 다녔네요.

제가 그 학교 경력증명서를 떼면 의원면직으로 되어 있는데요. 경력이 이상하니 이후 기간제 구하는 데도 서류전형 등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15년 여 묵혀놓는 동안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생겨 약도 먹고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경력 망친 것을 어떻게든 만회해보려고 이듬해에 이 악물고 1년짜리 기간제 다시 했었고요. 그거 아니었으면 다시는 일을 못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결혼하고 아이들 낳아 키우는 것을 핑계 삼아 10여 년 간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는 끔찍했던 그때의 기억으로 사회생활에 자신이 없었던 탓이었지요. 교단에 서서 다시 아이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계속 손을 놓고 있다가 2023년에 협력강사를 시작으로 2024년 시간강사, 2025년에 들어와서 마침내 다시 기간제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야 조금 편안해졌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행복합니다. 그동안 일하기를 두려워해서 십 여 년 세월을 흘려보낸 것이 너무나 억울하네요. 솔직히 그 사람들이 제 인생을 망친 것 아닌가요? 그런데도 그 사람들은 죗값도 치르지 않고 아직도 멀쩡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겠죠. 심지어 본인들이 굉장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뻔뻔하게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오래 지난 일이고 증거도 없으니 다시 따져 물을 수도 소송을 걸 수도 없겠지만 잠도 오지 않는 이 밤에 여전히 그때의 기억이 가슴 한 켠에 멍으로 남아 있기에 이렇게 적어봅니다. 멀쩡히 눈 뜨고 그런 일을 당하고 제가 참 멍청했지요. 아무쪼록 여러분에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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