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겨운 친척들

공지사항 25.04.14
최근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역겹던 친척들의 일화를 이제야 얘기해볼까 합니다.


먼저 사정을 얘기하기전에 구성원을 이야기 해야 겠군요.


아버지는 오남매중 네번째로 혼자 남자여서 장남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누나 혹은 여동생이었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와 결혼해서 삶을 꾸리셨습니다.


당연하게도 시댁은 시누이가 넷이나 되니 쉬운 곳 이
아니었습니다. 고생을 많이 하셨지요.

저에게는 고모들인 아버지의 형제들은 참......


그래요 남보다도 못 한 존재였습니다.


허구한 날 저의 형제를 본인의 자식과 비교하는 분이
한 분, 자기가 하대해도 마땅하다 생각하는 한 분, 어머니의
어머니이자 제게 외할머니인 분의 죽음에 찬 물 끼얹는 분
한 분, 그리고 그것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한 분..


그래도 뭐 친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까지에 비하면
양반이었습니다.

문제는 친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다음해였습니다.

당시 친할머니의 첫 제사때 어머니와 저는 코로나에
걸려 있었습니다. 한창 유행이던 시기였습니다.

어머니는 아픈 몸으로 누워계셨는데, 그때 전화가 한 통
오더군요. 첫째 고모의 전화였습니다. 전화를 받자 첫째
고모의 첫 말은


"동서 코로나에 걸렸다면서, 우리 제사는 어떻게하지?"


였습니다.

사람이 아픈데, 괜찮냐고 물어보는게 순서 아닌가 싶지만..

뭐 본인은 천주교라 제사 준비도 안 해본 양반이
그러실수도 있죠.. 암요 며느리한테 제사 지내라는
시짜 노릇이 하고싶어 안달 나실수도 있죠..^^..

아무튼 어머니는 그 소리를 듣고 묵묵히 코로나에서
격리가 끝나자마자 바로 제사 준비를 했습니다.
직장도 다니시는 분이 말입니다.
(아버지는 형제들과 나이차이가 있어서, 고모들은 전부
직장에서 은퇴하신 나이였습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그러고 첫째 고모는 오시지도 않더군요..


코로나가 옮을까 걱정되셨나 봅니다.



아무튼간에 제사는 어찌저찌 마무리되고, 할아버지가
혼자 집에 계시는 게 걱정되었던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겨울이 되면 집으로 모시고 오셨습니다.

당시에 저는 집에 있던터라 할아버지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 편 이었습니다.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나이가 아주 많으시고 고지식한 분 이라
밥도 차려드리지 않으면 못 드시는 분 이었고. 커피도
꼬박 꼬박 드리려면 알아서 잘 눈치채야 했거든요.

아버지는 용돈 받으며 할아버지 간병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렵나 라고 하셨지만, 글쎄요.. 제가 설명한다고
이해하실 것 같지 않으니 그냥 그렇구나 하겠습니다.

아무튼간에 이 얘기를 왜하냐면, 고모들의 자식들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실때까지 한 번도 할아버지를
모셔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셋째 고모는 친할머니 장례식장에서 그러더군요.

"이쁜 손주들" 이라고.

그런데 친할머니 돌아가시자 저와 제 형제 빼고는
손주들이 할아버지를 모신 적이 없으니 우습지
아니한 "이쁜 손주들" 아니겠습니까?

심지어 그 말을 할때, 셋째 고모는 자기 자식들과
고모의 자식들은 보듬고 저와 제 형제보고는
신발 제대로 안 치우냐며 눈치를 주었습니다.
(고모한테 예쁨 받고 싶다는 생각 추호도 없습니다만,
그 나이먹고 그러시니 예후가 훤 하십니다^^.)

그래요.. 그 "이쁜 손주들"은 할아버지가 무슨 커피를
좋아하시는지. 무슨 과일을 좋아하는지. 무슨 라면을
제일 맛있게 먹었는지. 아무것도 모를겁니다. 그래도
셋째 고모 눈에는 "이쁜 손주들" 이겠지요.

그렇게 살 던 어느 날 "이쁜 손주들" 중 하나는
결혼을 했습니다. 첫째 고모의 딸 이었죠.


그리고 첫째 고모는 손주를 얻게 되었고, 아주 기뻐했습니다.


나이 90먹은 할아버지에게 손주의 100일 잔치를 위해
힘겹게 자기 집으로 와서 참여해 달라고 부탁할만큼 말입니다.

첫째 고모의 딸인 언니는 어찌나 눈치도 양심도 팔아먹었는지
거동이 힘든 노인에게 그리고 일하느라 바쁜 우리 부모님도
참석해달라 하더군요. 제 부모는 제 돌잔치도 못 했는데
말입니다. 뭐 그럴수도 있죠. 제 어머니한테 친척 언니가
시짜 노릇 하고 싶었을수도 있죠. 유감입니다.


그렇게 힘겹게 100일 잔치에 참여하신 할아버지는
잔치가 끝나자마자 바로 부산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후후 90먹은 노인에게 먼 길 왔다가게 하더군요.
그럴수도 있죠.

아무튼 비슷한 일들이 몇번 있고 할아버지는 최근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주가 친할머니의 기일 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모들은 절에 전화해서 제사를 치뤄도 되겠냐고,
미리 물어보고 저희 엄마에게 얘기하더군요.

"제사 지낸다."

그래요... 부산에서 장례식 하느라 왔다 갔다 하고
쉴틈도 없이 나가서 일 해야하는 부모님에게.
엄마의 엄마도 아닌분의 제사를 치루라고 이야기 좀
할 수 있지요? 아니 그렇겠습니까?

본인들은 이미 은퇴하신 뒤라 제 부모님은 일 나가시는 걸
모르시나 봅니다. 그럴수도 있죠.



그런 일들이 지나가고 난 오늘이네요..


이것말고도 얘기는 많지만 잘 정제해서 순하게 골라봤습니다.
아무도 관심 없으시겠지만, 이 글 보시면 다들 적당히
하세요. 제사 끝나면 밥도 우리집 말고 나가서 드세요.
친척 언니, ㅈㅇ 언니 눈치 좀 챙겨. 아빠 좀 그만 괴롭혀.
엄마도 그만 괴롭히고. 자식이나 잘 키워, 첫째 고모 같이
안 크게.


+덕분에 정신과 약 잘챙겨 먹어 힘들어서 여기에나
털어봅니다. 내 8년치 정신병에 4년은 영향이 있으신
친척분들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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