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30대 중반 넘었다.
그냥 답답해서 긴 글을 쓴다.
나는 심리상담에 천만원 넘게 쓴것 같다.
억압적인 엄마와 무관심한 아빠 사이에서 자랐다.
어릴때 엄마가 아빠강 싸우면 자주 집을 나갔다.
초등학교때 왕따도 당했다.
엄마는 무슨 일에 무조건 참으라고 한다.
나 왕따당할때도 참으라고 했다.
내가 5살쯤 됐을 때
부부싸움 후에 아빠가 회사에 가면
엄마는 나를 혼자두고 집을 나갔다. 엄마가 못참은거지.
그때마다 엄마가 나 버린줄 알고 울다가 울다가
나중에는 그냥 내 할거 했다.
조금 더 크고나서는(아마 중학교때 부터)
아빠욕, 시댁욕, 할머니욕을 수시로 들었다.
반면 친정식구는 안타까운 동정의 대상이었다.
내가 15년전에 쓴 일기에 시댁과 아빠를 욕하고 있고,
그래서 엄마가 너무 불쌍하다고 적혀 있더라.
소름돋았다.
부부싸움나면 엄마는 나한테 와서 감정을 쏟아냈다.
한번은 내가 그럴꺼면 둘이 이혼하라고 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혼자 참아내더라.
티가 안나게 참으면 모르겠는데 사방에 티내면서 참더라.
아빠는 거의 항상 회사로 도망갔고
엄마 옆에는 거의 내가 있었다.
숨막히는 분위기가 싫어서 내가 뭐라고하면
"너는 내가 이렇게 힘든데 자식새끼라는 놈이~~~"
이러면서 엄청 혼나기 때문에
그냥 엄마의 감정을 옆에서 다 쳐맞아야 끝났다.
그렇게 불안형+회피형 애착유형에
억압적 양육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나다.
이게 내가 심리상담을 받으며 알아낸 것들이다.
나는 사춘기도 없었다.
애초에 감정이라는게 뭔지도 잘 모른다.
나라는 사람의 자아도 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연애할 때마다 괴로웠다.
사람이 좋으면서도 사람이 싫어서 마음이 괴롭더라.
다가가면서도 불편한 감정이 섞여서 밀어냈다 가까워졌다가.
근데 또 사귀는 사람에게는 파워 애기가 된다.
상대도 나도 혼란스러웠다.
나라는 인간의 도화지 밑바탕은 불안과 우울이다.
좋다,편안하다 라는 감정을 1년에 1번 느낄까 말까한다.
그것도 매우 짧게.
어릴때부터 긍정적인 감정만 수용받았고,
부정적인 감정은 죄악시하고 억압당했다.
그래서 건강하게 살지 못한다.
회사다니다 쉬고 회사다니다 쉬고 반복이다.
사람에게 눈치를 너무많이 보고, 사람이라는게 무섭다.
너무 힘들면 회사를 그만두고 잠수탄다.
인간관계도 매우 좁다.
스스로 고립된걸 아는데, 사람을 못믿겠다.
독립은 했다.
집에 자주 안간다. 집이 불편하다.
매주 엄마가 나한테 전화좀 안했으면 좋겠다.
근데 엄마 전화마저 안오면 나에게 연락하는 사람이 없다.
나는 외동이다.
엄마가 나를 낳고 자궁수술을 받아서 더이상 애기를 못낳았다.
여기에도 책임감을 느낀다. 이게 정말 오질나게 괴롭다.
나에게 형제가 있었다면 이 스트레스도 분산됐을거다.
대를 이어야 하는 책임도 분산됐을거다.
내가 책임감을 모두 떠맡은거 같아서 괴롭다.
근데 엄마는 자꾸 이중메시지를 준다.
'요새 결혼안해도 되는데 그래도 내자식은 결혼하길 바라는게 부모 마음이지'
그래서 결혼을 하고싶은게 아니라, 해야해서 괴롭다.
무시하고 결혼을 안하자니 그건 시선때문에 괴롭다.
한국에서 결혼안하면 노총각.노처녀가 되고,
결혼생활 유지를 못하면 이혼남.이혼녀가 된다.
나에게 결혼이란,
평생을 배우자와 감정을 유지보수하며 살아가는건데,
그 감정에 너덜너덜해질 미래가 벌써부터 스트레스다.
게다가 결혼하면 애기를 낳긴 낳아야 하는데
나조차도 자아도 불안정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데
애기라는 존재 자체를 어떻게 다뤄야 하나 싶다.
최선은 다하겠지만 방임시킬거 같아서 두렵다.
정서적으로 미성숙한거 스스로 알고 있고
평생 나아지려고 노력하면서 나를 끌고 가야 하는데
앞으로 살아내야 할 것들이 싫다.
부모한테 개기지도 못하는 착한 내가 보인다.
혼자살겠다 하는게 나에게는 부모를 배신하는 느낌이든다.
뭐가 됐든 먹이고 입히고 희생하고 고생해서 키웠는데
하나뿐인 자식놈이 내 멋대로 살테니 신경끄세요. 하면,
부모입장에서 요놈봐라? 니만 살겠다고? 이런 이기적인 새꺄!
하는 느낌이 든다.
인간이니까 유전자에 대를 잇는 본능이 있는데
자신의 유전자가 끊기는 두려움과,
그걸 자식이 이어주지 않았다는 배신감이 동시에 나에게 흘러들어온다.
그래서 괴롭다.. 너무 괴롭다.
내가 즐겁게 살아보려고 노력을 안한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겁다는 것들...
여행도 가고, 기타도 배우고, 스포츠도 보러하고 하러가고,
동호회도 가고, 독서모임도 가고. 자전거도 타고 등등등.
실제로 해보면 막상 생각보다 즐겁지 않다.
오히려 상대를 맞춰야하고 단체생활해야하는 것이 너무 귀찮고 짜증난다.
인생의 끝은 죽음이라는데,
나는 어떻게 살고싶나 물어보면 뭘 하고싶은건 없고
그저 내 마음이 평화롭고 편안하게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부모쪽을 바라보면
나에게 주어진 퀘스트가 보여서 마주하기 싫다.
평생 반대편을 보며 외면하고 살고 싶다.
나는 왜이렇게 불안정하고 자아가 희미한지.
정체성라는게 도대체 뭔지. 나라는게 뭔지.
나에게 고립이라는것은 너무도 편안을 주면서 괴롭고 외롭다.
이런 삶을 살아내게 만든 부모에게 억울하고,
세상을 사는 난이도가 너무 힘들어서 분노스럽고,
내 인생을 같이 걸어줄 사람조차도 거부하는 내가 밉고,
나이먹고 부모한테 탓을 돌리는 내가 수치스럽다.
외국에 나가서 살면 어떨까 생각 하면서도
일단 너무 외로울 것 같고 영어도 못하고
하나밖에 없는 자식놈 외국가서 인연끊고 사는건 또 아닌것 같아서 괴롭다.
결국 내 인생은..... 괴롭다.
내 마음에 공허하지만 커다란 감옥이 있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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