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음이 너무 싱숭생숭한데 도저히 털어 놓을 곳이 없어서 익명의 힘을 빌려 용기내서 써 봅니다.
핸드폰으로 쓰는 거라 두서 없을 수 있고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간단하게 저희 부모님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두 분은 동갑이시고 초등학교 동창이십니다.
평소에도 두 분이 이런저런 일로 자주 다투시지만 보통은 일상적인 다툼이고, 제가 느끼기엔 아버지가 은연 중에 어머니를 약간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하십니다.
(경상도 분이라 사투리로 쓰자면, 느그 엄마는 이런 말 백 번해도 못 알아 듣는다, (혼잣말) 이 놈의 아줌마는 뭘 말하면 제대로 하는게 없노 등)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아버지가 경제력의 대부분을, 어머니는 집안일의 대부분을 책임지셨습니다. (어머니도 경제활동을 하시긴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엔 어머니께 밖에 나가서 돈 좀 더 벌어오라고 말씀하셨다고 하십니다.
제가 느끼기에 아버지는 상대방의 감정은 고려하지 않고 말을 하시며, 본인의 의도가 상대를 욕하려는 의도가 아니면 사과하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많지만 이 부분을 가장 크게 느꼈던 사건 두 개만 간단히 요약해서 쓰겠습니다.)
1.
부모님 초등학교 동창 단톡방(어머니 아버지 포함 5-60명 정도 됨)에 어머니 포함 5-6명의 아주머니들끼리 점프샷한 사진이 올라옴.
아버지가 ‘미친년들’ 네글자 올림
어머니가 어떻게 와이프 사진에 그런 저급한 말을 하냐며 너무 속상하다고 얘기함.
(이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과를 못 받으셨다고 생각하셨는지, 아니면 생각할 때 마다 화가 나서인지는 몰라도 이 일로 여러 번 아버지께 화내심)
아버지가 말씀하신 내용: 옛말에 ‘미친년 널뛰기하네(?)’ 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을 인용한 것 뿐이다.
욕하려는 의도가 없는데 혼자 상처받고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내 의도가 그게 아닌데 뭘 사과를 하냐.
2.
부부동반 모임 중 아버지가 사람들 다 있는 곳에서 ‘아우 미친년 저거 데리고 어떻게 계속 같이 사냐’라고 얘기함.
어머니 말씀으론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고 함.
어머니가 비참하기도 하고 너무 서운하셔서 냉랭한 분위기로 일주일 정도를 보냈으나, 아버지가 별 반응이 없자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며 먼저 서운하다고 말을 꺼내심.
아버지가 말씀하신 내용: 그 당시의 상황이 기억 안난다. 이제와서 뭘 어쩌라는거냐.
결국 두 일 모두 아버지의 사과없이 또 일단락 되었습니다.
--여기서부턴 제 생각입니다.--
어릴 때 제가 대부분의 시간을 어머니랑 보내고 어머니랑 더 친해서 그런지 전 사실 어머니 입장에 더 감정이입이 됩니다.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년이라고 욕하실 거라 생각이 듭니다만, 전 아버지가 어머니만큼 그리 좋진 않습니다.
(아버지는 술과 친구를 좋아하십니다.
그래도 자라면서 가정 폭력이라 할만한 건 딱히 없었고, 무뚝뚝하시지만 저를 아끼시는 건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다만, 제가 어릴 때 매번 늦게 들어오셔서 유치원이나 학교 가기 전 아침 식사할 때 말곤 거의 아버지랑 마주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관계가 지속되기도 했고 저와도 위 상황과 비슷한 다툼이 잦아서 전 웬만하면 아버지와 대화를 잘 안 합니다.)
보통 서운한 부분을 어머니가 아버지께 말씀하시면 (아버지는 감정 내색을 잘 안하십니다.) 계속 폰 보시거나 티비보시며 침묵으로 일관하시다 그냥 일어나서 방에 들어가버리십니다. 이번 일도 몇 번 대꾸하시다가 그냥 방에 들어가버리셨고 어머니는 비참하신지 우시다가 거실에서 잠드셨네요.
아버지가 어머니께 제대로 사과를 하실지 의문이지만, 전 진심으로 사과를 안하신다면 정말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너무 실망할 것 같은데 중간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하는게 좋을까요?
저를 혼내시는 꾸중의 말씀이든 조언이든 뭐든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늦은 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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