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손절 하며 쓰는 편지 연락오면 보낼꺼임

공지사항 25.05.09
아빠, 이제는 감정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동안 너무 많이 울고, 너무 많이 참았으니까요.

20살에 반도체 공장 다니며 3교대 하면서 월급 260만 원 넘게 벌 때, 용돈 20~40만 원만 쓰고 나머지는 다 아빠 드렸어요. 그땐 뿌듯했고, ‘아빠가 우리를 키웠으니 내가 도와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 돈으로 아마 우리 집 빚은 다 갚고도 남았을 거라 생각해요. 자식 월급 두 달만 모아도 400~500인데, 제가 2년 6개월 동안 드린 돈이면 충분히 가능했을 거예요.

그런데도 아빠는 계속 “이혼한 네 엄마가 집 나가면서 현금서비스 다 써서 지금까지 빚이 남아 있다”고 세뇌하듯 말하셨죠. 그땐 그런가보다 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다른 부모들은 자식이 준 돈을 결혼할 때 돌려주기도 하던데, 저는 결혼할 때 받은 게 0원이었어요.

근데 나중에 그 돈으로 아줌마랑 좋은 데만 다녔다는 얘기를 그 사람 입에서 가족들 앞에서 듣고 저는 진짜 세상이 무너졌어요.

결혼식도 없이 혼인신고만 하고, 아이 낳고 살 때 아빠는 단 한 번도 손 내민 적 없었고, 임신했을 때도 “배 무겁진 않냐, 뭐 먹고 싶은 거 없냐” 그런 말 한마디 없었어요.

제가 합의금 문제로 전화드렸을 때, 아빠는 "부담스럽다"고 했고 “대출이라도 받아서 주랴?”라는 말로 되묻더니 결국엔 화내고, 제가 또 전화하니까 그냥 차단하셨죠.

그 순간 저는 진짜 ‘기댈 곳 없는 둥지 없는 새’가 된 기분이었어요. 마치 그동안 나는 둥지도 없는 빈 나무에 부모 오기만을 기다리는 새였던 거 같았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저를 따뜻하게 감싸준 건 남편의 부모님이었어요.

아무 조건 없이 “걱정 말라, 힘내라,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다” 다 잊어버려라. 울지 말라고 더 못해줘서 미안하다 말하며 400만 원을 선뜻 내어주셨어요.

그때 처음으로 알았어요. 아, 이게 부모의 사랑이구나. 내가 그토록 찾고 싶었던 둥지가 여기에 있었구나. 이런 느낌이구나. 진짜 따뜻했어. 난 분명 사랑 못 받고 자랐었구나 다시금 느끼게 되었죠.

반면에 예전부터 아줌마는 돈 필요하다 하면 “빌려줄게, 나도 이거 마이너스통장에서 이자 나가” 그렇게 말했죠. 솔직히 빌려줄게 이 말 정말 거북했어요. 돈 많으면 그래도 되나요? 결혼식 비용도 빌려줄 테니 하라면서, 조건 달고 이자 달고, 20년이나 아빠 옆에 있었으면 자식 같은 마음도 있을 텐데 너무 실망스러웠어요.

그리고 옆에 있던 아빠는 그 말에 한마디 없이 오히려 날 ‘눈 크게 뜨고’ 설득했죠. 부모가 자식한테 돈을 ‘이자 받고 빌려주는 것처럼’ 대해도 되는 건가요?

그리고 저는 “나는 됐으니까, 남동생 결혼할 때를 위해 소액이라도 티끌 모아 태산처럼 몇 년 모아뒀다가 그때 줘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그게 아빠 부담되라는 게 아니라, 저라도 못하니 아빠라도 동생 챙겨줬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근데 아빠는 “나는 내 남은 인생 아줌마랑 즐겁게 살 거다. 왜 내가 돈 모아줘야 하냐” 하고 되레 저한테 화를 냈죠.

그때 느꼈어요. 나는 여전히 자식인데, 아빠는 이제 가족을 내려놓았구나.

손자가 태어났을 때, 베넷저고리 하나, 옷 한 벌, 장난감 하나도 선물해준 적 없었죠.

예전에 아빠는 카드 돌려막기 하다 빚이 눈덩이처럼 커졌고, 남동생은 자기 차를 팔아서 아빠 도왔고, 저는 신랑 눈치 보면서 친정을 도왔어요. 그런데 아빠는 자식의 돈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 같으면 그렇게 힘들고 긴 터널에서 자식을 통해 구원받았다면 그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절히 느끼며 반드시 갚고 말겠다, 그 사랑을 돌려주겠다는 마음으로 살 것 같은데 아빠는 정말 아줌마만 있으면 되나요?

아빠, 예전에 그러셨죠? “내가 너네 안 버리고 키워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라.”

그 말은 이제 저에게 상처로 남아 있어요.

저는 지금 아이를 키우며, 예전 아빠가 했던 그 말이 얼마나 잔인하고 화나는 말이었는지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키워준 것만으로 고마워해라'는 말은, 부모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마치 큰 은혜처럼 말한 거였고, 저는 그걸 너무 오래, 너무 무섭게 믿고 살았어요. 아이를 낳아보니 알겠어요. 키우는 건 사랑이자 책임이고, 그건 부모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라는 걸요.

아줌마를 20년 넘게 만나오시면서 사랑받는 느낌 많이 받았을 테고 그 기쁨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 텐데 자식들에게 조금도 나눠주지 못하셨네요.

아빠가 도움 필요할 땐 가족이고 내가 도움 필요할 땐 외면당하네요.

저는 이제 그 역할을 내려놓으려 해요. 저는 딸로서 정말 많은 걸 했고, 아빠는 부모로서 너무 많은 걸 놓쳤어요.

앞으로 연락하지 마세요. 저는 이제 나를 위해, 내 아이를 위해 진짜 부모가 되는 삶을 살 거예요.

사랑했고, 실망했고, 이제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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