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공지사항 25.05.13

6년 전에 임신 18주차에 유산하고 5년 전에 유방암 초기 진단 받고 살이 무척 쪘어요

항암 끝나고 나서 현미밥 양상추 닭가슴살만 먹으면서 식단도 하고 출근 전에 공복 조깅도 하고 저녁엔 남편이랑 링피트 하면서 운동도 열심히 했어요

근데도 이상하게 살이 안 빠지더라구요

처음엔 살 쪘다고 싫어하던 남편도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걸 보더니 포기했는지 의리로 살면 된다고.. 쿠션감 있어서 오히려 좋다고ㅎㅎ 건강이나 잘 챙기랍디다

작년 크리스마스 쯤에 이제 식단 그만 하자면서 남편이 한 상 푸짐하게 차려줬는데 그거 먹으면서 괜히 눈물도 났네요

제가 다이어트 한다고 유난 떠는 동안 남편도 강제로 다이어트식만 먹느라 힘들었을 텐데 아무 말 않고 잘 참아줬거든요

그래서 그냥.. 너무 아둥바둥 하지 않고 마음을 좀 편하게 먹고 나니까 살이 빠지기 시작했어요

아침 조깅도 힘들어서 포기했는데 살 빠지는 거 보니까 참 신기했어요

근데 최근에 가벼운 마음으로 검진을 다시 갔다가 암이 재발했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나이가 젊어서 빨리 자란 것 같다고 벌써 여기저기 전이됐다네요

마지막 검진일이 재작년 겨울이었는데 그때 상태가 괜찮으니까 이제 1년 뒤에 오라고 해서 마음 놓고 있다가..

상반기 동안엔 회사 일이 너무 바빴어서 야근하느라 도저히 시간도 안 나고 체력도 안 돼서 고작 몇 달 늦은 게 다거든요...

어떻게 1년 반만에 말기가 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가족력이 있어서 원래도 매년 검진을 받았었는데.. 그래서 저번에도 초기에 발견했던 건데..

올해 들어서 체력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피로감이 안 가시고 살도 빠지고 했던 게 운동 그만두고 야근 많이 해서 그런 줄만 알았어요

저번 달에 큰 프로젝트 하나 끝나고 번아웃이 확 와서 엄청 무기력해지고 염세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됐는데 이것도 말기 증상 중에 하나래요

다 암 때문이었는데 헛다리만 짚고 있었어요

남편이랑은.. 이제 일도 줄이고 슬슬 애기 생각 다시 해보자는 얘기 하는 중이었는데 너무 미안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직 병원에서 들은 얘기 하나도 못했어요

수술은 안 되고 항암이랑 방사선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는데 도저히 입이 안 떨어져요

아빠한테도 너무 미안해요...

병원에서 보호자 불러오라는 말에 덜컥 겁이 나서 아빠한테 연락했거든요

엄마도 유방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딸래미도 유방암이라는 말 듣게 해서 너무너무 미안하고 죄스러워요

아빠는 저만 보고 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시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남편도 자기 나이가 더 많으니까 이젠 제가 마지막 여자라며 종종 청승을 떨어서 아주 질색팔색을 했었는데 그러지 말걸 그랬어요

정말... 눈앞이 캄캄합니다

어제 병원 갔더니 진행 속도가 빨라서 당장 1년 후에도 살아 있을지 장담을 못하겠대요

그 소리를 듣고 나니까 남편한테도 빨리 말해야겠다 싶어서 오늘 퇴근하고 나면 말하려고 결심했는데 벌써부터 너무 걱정되고 착잡해서 잠이 안 오네요

누가 속을 쥐어 짜는 것처럼 답답하고 숨이 안 쉬어져요....
  • 이전글
  • 다음글

댓글쓰기

0/200자

(댓글은 자신을 나타내는 얼굴입니다. 비방 및 악성댓글을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동방지 코드 9729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