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런 글을 지금 와서야 적는다는 게
나 스스로도 참 어색하고,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일이란 걸 알아.
그런데도 이렇게 꺼내보는 건,
이 마음을 이제는 조용히 내려놓아 보려는거야.
요즘은 그냥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문득 문득 너와 함께였던 순간들이 떠올라.
지나가는 아기를 볼 때면 생각하게 돼.
우리가 그때 조금만 더 얘기하고,
서로를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더라면,
내가 자존심 같은 건 내려놓고 한 발 더 다가갔더라면…지금쯤 너와 나, 그리고 우리 아이가 함께 웃고 있지 않았을까.
나는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
너랑, 그리고 우리 아이와 함께.
한때는 우리 이혼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었지.
지치고 상처받고, 서로에게 너무 날카로웠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벅찼던 기억들보다,
우리가 손잡고 걷던 길, 사소한 말에도 웃던 순간들만 자꾸 생각나.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이혼한 걸 후회해.
물론 그 후회가 지금 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
되돌릴 수 없단 걸 나도 알아.
그래도 이 말마저 안 하면 계속 마음 한켠이 저릿할 것 같아서 이렇게 적어.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는데,
나는 왜 자꾸 좋은 기억만 떠오르고,
그 기억들이 또 이렇게 나를 붙잡는 걸까.
사진 한 장, 너의 웃던 얼굴,
우리가 함께 갔던 길들…
그 안에 아직 머물러 있는 건 나더라.
나는 너가 밉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계속 너의 손을 잡고 싶었어
그런데 결국 먼저 손 내밀지 않았던 내가,
지금 와서는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가 단순히 연애하다 헤어진 사이였다면
이렇게까지 깊이 남아있진 않았을 거야.
‘이혼’이라는 건
서로가 진짜 많은 걸 내려놓고,
끝까지 가서야 겨우 내린 결정이잖아.
그래서 더더욱,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있어.
지금 너는 다른 삶을 살고 있고,
나는 그 길 끝에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잘 알아.
그러니 이건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쓰는 글이 아니라,
그냥 한때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전하는 인사라고 생각해줘.
좋은 기억, 나쁜 기억,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복했던 기억들을 남겨줘서 고마워.
너는 내 인생이었고,
내가 이루고 싶었던 모든 꿈들이었어.
그 시간들은 내게 상처도 줬지만,
그만큼 진심이었기에
지금도 이렇게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는 거겠지.
미안했어.
그리고 정말 고마웠어.
이제는 정말 조금씩,
그때의 너를 보내보려고 해.
아니, 보내려고 노력해볼게.
행복했던 그때의 우리처럼,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그저 따뜻하게 잘 지내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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