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9살 성범죄 피해자입니다.
오늘 변호사측에 연락받고 너무 억울해서 어디 털어놓고 싶은 마음에 글써봐요.
긴글일수도 있고 두서없을수도 있지만 한번씩 읽어봐주시면 감사합니다.
저는 중3이었던 2012년도 8월에 아는 오빠였던 가해자에게 강ㄱ을 당했습니다. 당시에는그 다음년도에 특성화였던 같은학교에 입학예정이었고 너무 무서웠어서 신고하지 못했고 그렇게 같은학교에 입학 후 최대한 가해자를 피해다니며 학교를 다녔어요.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해서 3년동안 혼자 앓았고 3년이 지나 고3때 엄마에게 처음으로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미 지난일인데 어쩔거야" 라는 말이었고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괜찮냐 힘들었겠다 등의 위로의 말이나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는 등의 위로의 행동은 전혀 없었네요. 이후로 저는 엄마에게 모든 기대를 내려놨어요.
고3때 엄마를 겪고나니 더욱 얘기하지 않았고 그저 참고 버티면 되는줄알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불안증상은 심해졌고 결국 22살부터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하며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게 됐어요. 결국 24살때부터는 약없이 못자고 일상생활을 못할정도로 심해졌었고 27살쯤부터 한번씩 극단적 시도를 하게 됐었네요.
이 일에 대해 당연히 시간이 많이 지났고 현장증거가 없으니 더이상 방법이 없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일로 알게된 국선변호사님께 여쭤보니 미성년의 일은 성인이 된 후 10년까지 신고가 가능하다는걸 알게됐고 가해자에게 연락을 취했어요. 하지만 가해자는 그날의 일에 대해 인정하지만 너도 즐기지 않았냐, 합의금 300이면 되겠냐 라는 말을 하네요. 저는 그 당시 2시간가량을 처절하게 하지말아달라고 부탁했는데 말이에요....
솔직히 처음엔 저 같은거 당연히 잊고 새 인생 살고있는거 뻔히 아는데 그 인생까지 망치고 싶지 않았어요. 이미 망친건 제 삶 하나면 충분하니까요. 그냥 제 앞에와서 무릎꿇고 진심어린 사과를 바랬어요. 합의금 300따위가 아니라요....
결국 고소를 준비하게 됐고 고소를 준비하면서 잊혀지지않지만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다시금 꺼내면서 멘탈이 부서질대로 부서졌습니다. 고소는 처음 경찰조사때 미ㅅ년 강ㄱ이라는 죄목으로 나왔고 검찰로 이송된 후 올해 2월에 불기소 처분이 됐다고 하네요. 폴리그래프(거짓말 탐지기)가 이유가 됐다고 하는데 제가 아는 조사에서 가해자는 강제성이 없었다, 하지말라고 말한걸 듣지 못했다< 라는 부분과 다른 부분에서 거짓이 나온걸로 알고있어요. 하지만 불기소 처분이 났고 바로 항고 신청을 했는데 오늘자로 항고가 기각됐다고 하네요.
작년 고소를 접수하고 결국 아주 조금의 멘탈도 남아있지 않아 그냥 끝내는게 더 속편하겠다는 마음이 너무 컸고 집에있던 모든 약을 주워먹었습니다. 제 태도가 평소와 달랐던 걸 눈치챈 친구들이 자취방으로 119를 불렀고 3일동안 의식불명으로 있다가 깨어난 후 지금까지도 PTSD, 불안증상, 약 후유증에 시달리며 지내오고 있네요.
이제는 재정신청이나 대검찰청에 재항고 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이제 뭘 해야 제 억울함이 풀릴수 있는 확률이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저 모든게 제 잘못 같아요.
당시에 신고하지 못하고 겁먹었던, 나쁜일이 있을거라 의심하지 못한, 가족이라고 나를 도와줄거라 믿었던, 가해자는 꼭 벌을 받을거라 생각했던, 증상들이 심해지면서 최소한의 경제활동밖에 하지 못해 돈을 별로 못모아 비싼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한 그냥 모든게 제 잘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제 뭘 위해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뭘 의지하며 힘든일이 있으면 누구에게 의지하고 기대며 살아야할까요. 이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드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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