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보고 싶은 밤

공지사항 25.06.28
난 제주도 사람이고 지금은 육지에서 살고 있어
아빠쪽 가족은 전부 제주도에 살고 있고
엄마쪽은 다 육지에 살고 있어서 방학때마다
제주도에 내려가서 가족들을 보곤 했는데

작년 1월에 나 혼자 제주도에 가게 된 거야
물론 난 할머니 뵈러 가는 거니까 좋아서 갔지
제주도에 도착해서 바로 할머니댁으로 가서
같이 떡볶이 먹고 뉴스도 보고... 수다도 떨었는데
그렇게 별 의미없던 며칠이 지났어
밤 12시에 편의점에 가고 싶은 거야 할머니댁이
시골이었지만 편의점이 6분 거리에 있었거든
그래서 빨리 다녀오겠다 하고 나갔어 그런데
네이버 지도에서 24시간 한다던 편의점이 닫은 거야
어쩔 수 없이 좀 더 걸어가면 있는 cu에 갔는데원래 갈려던 편의점 앞에서 당황해가지고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린 거야.. cu에서
먹을 걸 사고 돌아가는 길인데 저 멀리서 할머니가
걸어오시는 거야 진짜 우리 할머니 눈도 잘 안 보여서
계단도 겨우 내려오시는 분인데 심지어 다리 관절도 안 좋았는데.... 진짜 조금만 걸어도 숨차하던 할머니가 손녀딸이 늦은 시간에 안 들어오니까 걱정되는 마음에 나오신 거야... 나 진짜 그거보고 너무 놀라서 할머니 부축하면서 집으로 돌아오고.. 방에서 혼자 엄청 울었어.. 그렇게 고모랑 할머니랑 집에서 시간 보내다가 내가 육지에 돌아가야 하는 날이 왔고.. 할머니는 설거지 하는 내 옆에 오셔서 3일만 더 있다가 가면 안되냐고 물어보시더라.. 근데 이미 비행기표도 예매했고 난 학교 개학일에 맞춰야 했어서안 된다고 했지... 3일만 자고 가면 안되냐고
웃으시던 할머니의 얼굴이 너무 생생하다

내가 육지로 가고 2개월 뒤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어
난 바빠서 당일치기로라도 장례에 못 갔지만...
진짜 자꾸 할머니 생각이 나서 계속 울었어

그때 조금만 더 자고 갈 걸 할머니 힘드실텐데
어디 나가실 때마다 부축해드릴 걸
맛있는 간식 하나 사드릴 걸 부족한 손녀딸로
태어난 내가 너무 원망스러웠어 이걸 쓰는
지금도 눈물이 너무 난다.. 진짜 난 너무
못된 손녀딸 같아 할머니랑 같이 지낸
시간이 많다보니 너무 그립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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