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썸 탔던 너를...미야

공지사항 25.07.15
이름 : K.K.미
#대구 #김천 #포항 #임상병리 #윈앰프 #대구역

미야! 오랜만에...아니 25년만에 불러보는 너.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 부쩍 그 시절이 그립다. 돌아갈 수도 없는 시절이 너무도 아프기만 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2001년이었던 것 같아. 6개월 정도 알고 지냈던 것 같고. 난 24~5살 정도. 넌 아마 21~2살? 이미 켜켜이 쌓인 시간으로 인해 얼굴도 흐릿한데...그때의 우리 나이보다 두 배가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 기억이 또렷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테지.

알고지낸 그 짧던 시간들을 지나 25년이 넘어 다시 그리워질 줄은 몰랐지. 마지막 너의 부름에 답하지 않았던 나를 원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마지막 너와의 데이트를 생각하면 더욱더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우리의 사이를 이제는 썸이었던 걸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하단 느낌도 들어.

항상 넌 작고 귀엽고 예쁜 아이였어. 널 그렇게 대하는 나에게 항상 넌 미야는 바부팅이라며 널 예뻐해주는 내게 고마워했지.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넌 내게 그런 사람으로 남아있어. 이미 40대 중반의 나이에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있을 너이지만. 이렇게 그리워하는 것조차 미안해야 할지 모를일이라 이 글 마저 망설였어.

몇 달 전부터 불쑥 네 생각이 났어. 그저 잘 지내고 있을까? 뭘하고 살까? 어디에 살까? 그냥 안부 한 번 묻고 싶다는 생각. 25년이 지난 지금의 넌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내가 알던 넌 그 어디에도 없을테지만 우리가 함께 지내왔던 그 짧은 순간의 기억들은 그래도 조금은 남아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

내가 기억하는 너는 아주 작은 파편들 뿐. 이름과 학교, 그리고 널 알게된 계기. 카페에서 이야기하다가 나왔던 네 사인(sign). 오직 그것 뿐. 시간이 한 층, 한 층 쌓이며 흐릿해져 네 얼굴조차도 이젠 알아볼 수 없을 것만 같아. 25년 전의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다고 해도...그만큼 시간이 흘렀지.

무덥던 날들이 이어지더니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어. 난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해. 어떤 계절이었는지도. 25년이란 시간은 모든 기억을 뒤죽박죽 섞어놓기에 모자라지 않으니까. 그 수많은 시간들이 흐른 지금에 널 찾을 수 있을까..?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도 없을텐데 널 찾는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과연 이 글을 네가 알아본다해도 날 찾고싶을까?

지금까지의 인생 중 딱 중간쯤에 있었던 아주 작고 사소한 인연이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아프게 기억되는 것인지. 너에겐 그저 잊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을텐데...마지막 너의 부름에 답하지 못한 미안함 때문인지. 그 시절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인지. 너무도 빛나던 청춘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어쩌다 기억난 것이 아니라 많은 그리움으로 다시 살아난 그때의 우리와 그 감정들이 소중하고 조금은 아프기도 해서. 다시 한번쯤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그 한번쯤을 기약하고 싶어서. 이렇게 닿지도 않을 글을 남겨 본다. 그때도 날씬하진 않았지만 배불뚝이가 된 아저씨의 마지막 간절함으로 너에게 닿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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