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서 몰랐던 감정을 알게 되는 거 신기하지 않아?

공지사항 25.08.06
갑자기 옛날 생각나서 적어봤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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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쿠와크라는 아이스크림은 지금은 단종된
아이스크림이다.
나에게는 이 아이스크림이 절대 잊지 못하는
기억으로 남겨져 있다.

그 기억은, 몇 살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정말 어렸을 때, 아마도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쯤 정도 될 것이다.
내 기억으론 가족 다 같이 친가의 할머니였나 할아버지였나? 두 분 모두였나?
그건 잘 모르겠지만 그 분을 뵈러 병원 같은 커다란 한 건물에 갔었다.

그 건물에 들어가면 검은 엘리베이터가
두 대가 있었고, 내가 어려서 그런 건지 정말 넓었다.
가족과 같이 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그 분을 뵈었었다.
아빠는 애잔한 눈빛으로 그 분을 바라보고 손을 만지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어려서 그런 건지 그 분에게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나는 그저 지루하고 따분했다.

엄마가 언니와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했다.
1층 로비에는 작은 매점이 있었는데, 로비로 내려가 신이 난 나는 아이스크림 냉장고로 갔다.
그땐 언니가 하는 건 다 더 좋아 보였었는데, 그래서 언니가 고른 아이스크림도 따라 골라 먹었는데
커다란 초콜릿이 정말 맛있고 그때 내가 본 콘 아이스크림 중에 제일 커서 너무 기분이 좋았었다.
그래서 들떴었는데… 엄마의 표정이 뭔가 평소랑 달랐다. 지쳐 보였달까.?
그치만 나는 그저 아이스크림에 집중했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병원에 갔다.
또 저번과 다 같이 검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그 분을 보고 난 후, 나 혼자 로비에 있었다.
정말 너무 지루해하고 있었는데, 아빠가 전화를 하러 내려왔다가 나를 발견했다.
아빠가 먹고 싶은 게 있냐고 했는데, 나는 와쿠와크가 떠올랐고 바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 후 나는 또 그 커다란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매달리듯이 와쿠와크를 꺼냈다.

정말 기뻤는데, 그때의 아빠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섞인 얼굴이었다.
그땐 그 얼굴의 뜻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치만 나는 그 얼굴의 뜻을, 조금 더 큰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야 조금 알게 되었다.

설레는 새 학기를 맞이한 지 얼마 안 돼, 친할아버지가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시고
장례식이 끝난 며칠 후, 혼자 식탁에서 술잔을
따르는 그 아빠의 얼굴과
그때의 아빠의 얼굴이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인터넷에서 그 아이스크림을 볼 때마다
이 생각에 먹먹한 감정이 들곤 한다.

그때는 꼭 다시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먹고 싶지 않다.
그 한 입 한 입을 먹을 때마다 여러 감정이 쌓여갈 것 같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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