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담긴 물건을 버려야 할 때 어떻게 하시나요

공지사항 25.08.10
원래 저희 집은 평범했어요
솔직히 지방에 살아서 부족한 줄 몰랐어요

저는 다른 지역의 기숙사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입학 절차가 끝난 뒤 갑자기 학교에서 기숙사 공사를 한다며 들어올 수 없다고 통보를 했어요
결국 기숙사는 1년 넘게 공사를 했고, 저는 그 지역에서 지내게 됐어요
언니는 n수를 하게 되면서 재수종합학원에 다니게 됐고 서울에 집이 필요해졌어요

그때부터 집이 갑자기 세 채가 되면서 부모님이 많이 무리하셨던 것 같아요
고1 때부터 지금까지 이사를 대여섯 번은 했어요
이사하면서 아끼던 옷들 부피 큰 패딩, 뽀글이, 코트 전부 다 버렸고, 찢어져서 쓸 순 없지만 정이 들어있던 애착 이불들도 다 버렸어요

실바니안도 원래 언니랑 엄청 많이 모았는데, 제일 작은 캠핑카만 남기고 집 종류와 가구들은 전부 버렸어요 마지막 남은 캠핑카까지도 버리면 언니와의 추억들이 사라질까봐 못버리겠어요


집에 있던 침대들도 다 버렸고, 소파와 거실에 있던 대형 스피커들도 전부 다 버렸어요 지금은 제 침대 하나만 남았어요



내년에 스무 살이 되는데, 이제 제 짐을 다 정리하라고 하셨어요
저는 맥시멀리스트라 물건이 정말 많아요
덕질도, 취미도 다양하게 해서 팔기도 어려운 짐들이 많아요
게다가 전부 추억이 담겨 있어서 버리려니 눈물이 계속 나요
수능 끝나면 정말 다 정리해야 하는데 어떡하죠


언니 짐은 에코백 하나에 다 들어갈 정도인데, 저는 그렇지 않아요
아빠의 캠핑장비들도 다 버렸고, 원래 집에 책방이 두 개 있었는데 거기 있던 책들도 다 버렸어요
지금은 진짜 제가 아끼는 책만 남겨뒀어요
저는 물건을 못 버리겠는데, 저 때문에 엄마 아빠 언니의 물건들을 다 정리해야 했어요 그래서 더 죄책감이 들어요

정리할 자신이 없어요 너무 슬퍼요 다 제 탓인 것 같아요.
제가 언니 고등학생 때 언니한테 피해를 줘서, 언니의 20대 초반을 날려버렸고, 돈도 많이 쓰게 했고, 다른 지역 학교에 가겠다고 해서 또 돈을 쓰게 했고…

저는 왜 이렇게 이기적일까요 저 때문에 다들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그냥 가족들에게서 저만 사라지면 될 줄 알았어요 조용히 기숙사에서 3년을 버티고 싶었는데 ... 왜 모든 일이 이렇게 꼬이는 걸까요

실바니안에는 언니와의 추억이 너무 많이 있어서 버리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끝도 없을 것 같아요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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