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폰에서 우연히 이상한 카톡내용을 봤어요.

공지사항 25.08.13
안녕하세요.
판을 구경만 했지 글 쓴 건 처음이라 주저리주저리 써봐요.

저는 20살 대학생, 외동입니다.
저희 집은 분위기가 되게 유쾌하고 장난이 많아요.
저도 엄마랑 하루에도 몇 번씩 티키타카하고, 농담으로 서로 놀리기도 하고… 진짜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친한 친구 같은 모녀예요.

저희 엄마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집안일, 육아에만 매달리느라 취미생활도 못 하고, 친구도 별로 없었어요. 집순이에 술, 담배, 화장도 안 하고, 어렸을 때 할머니 말도 잘 듣는 그런 순수한 사람이에요.

근데 엄마가 몇 년 전부터 조금씩 달라졌어요.
몇 년 전, 동네에서 친구들이 생기고부터는 제가 아는 엄마가 아니었어요. 술도 가끔 마시고, 모임에서 새벽 늦게 들어오는 일이 많아졌어요. 자주 밖에 나가는 일도 많아졌고요.자주 갔던 모임에 남자들도 있지만, 엄마가 부부끼리도 온다, 나한테도 이제 좀 자유를 달라 하길래 저는 그냥 이해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되게 밝아지고 웃음도 많아지길래 저는 좋기도 했어요.

바뀌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고 이젠 다른 동네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지고 밖에 자주 나가서 늦게 들어오는 상황이 됐어요. 그치만 엄마가 원래 산책이랑 풍경 보는 걸 진짜 좋아해서, 밖에 자주 나가도 저는 그게 의심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 안 했고 누구 만나냐고 물어보면 다 여자길래 의심 안했어요. 저희가족끼리 농담으로 엄마 남자생겼지! 하기도 하는데 당연히 엄마는 부정했고요.

그런데 밖을 나가는 건 둘째치고, 엄마가 핸드폰을 엄청 숨기기도 해요. 제가 장난으로 가져가려고 하면 깜짝 놀라면서 바로 빼앗고, 새벽에 카톡하면서 막 웃기도 해요. 저는 엄마가 단체톡방도 많길래 오늘 일을 겪기 전까진 그냥 단톡인 줄 알았어요.

그리고 오늘… 제가 원래 뒤에서 “와!” 하고 놀래켜주려고 했는데, 그 순간 엄마 폰 화면이 보였고, 그 톡을 본 이후 심란해져 글을 쓰게 됐습니다. 상대방 이름은 그냥 ‘.’으로 저장돼 있었어요.

대화 내용은 이랬습니다.
상대: 좋은 꿈 꿔요
엄마: 무슨 꿈이요?
상대: 야한 꿈? 내꿈?
엄마: 괴롭혀야겠다.
상대: 제가 괴롭혀야죠
엄마: 왜 장악하려고 해요?
상대: 꼭 안고 있어야겠어요. (잘 기억 안나는데 못 움직이게 안아야겠다 이런 내용)

그 자리에서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요. 저는 제발… 상대가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엄마가 여성 친구들도 많고, 언니·여동생으로 지내는 사람도 많거든요. 근데 대화내용이 너무… 그냥 친구끼리 하는 장난 같진 않아서 멘탈이 나갔어요.

엄마는 진짜 눈치 없고 순진한 스타일이에요. 평생 나쁜 짓 한 번도 안 한 사람이었는데, 이걸 보니까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은 부모님 사이가 엄청 좋아졌어요. 몇달전에는 엄마가 아빠한테 벽을 쌓았는데 요즘은 아침마다 엄마아빠 장난치는 소리에 깰 정도고, 투닥거리는 것 같으면서도 서로 이름 부르면서 재밌게 놀아요.

혹시 이런 대화, 그냥 장난으로 할 수 있는 건가요? 여자일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저는 뭘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엄마한테 너무 실망이라 차라리 제가 착각이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엄마를 볼때 표정관리가 안될 거 같은데 친구같던 관계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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