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버지의 성희롱, 성추행, 어머니에 대한 폭언, 동물학대. 나의 20대는 한창 꽃피워야 할 시기에 이미 피기도 전에 저문 꽃이었다. 공황장애와 함께 지낸 세월이 13년째, 죽어보려 해도 살아짐에 죽는 것도 포기하고 살다 보니 얻어버린 희귀성 난치질환 베체트.
그래도 가족들 살려보겠다고 가장 노릇하며 버티고 버텼는데, 그림을 그려서 팔아 돈을 모아도, 부업을 해도, 네 식구를 혼자 책임진다는 것은 터무니 없이 힘든 것이었다.
결혼도 포기하고 가장으로 살면서 90세의 치매가 오신 할머니, 학대로 뒷다리에 영구적 장애를 얻었지만 잘 버텨주고 잘 살아 준 이제는 12살 노견이 된 강아지, 너무 고생을 하셔서 그런지 여기저기 성할 구석이 없이 병원 투어를 다녀야 하는 어머니, 모두가 내 어깨에 앉아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몇 안 되는 가족이나마 존재하기에 즐겁고, 행복한 삶이지만, 지금처럼 강아지가 아프고, 어머니와 할머니가 편찮으신 비상 사태에 내 병이 내 뇌까지 가서 닿은 희귀성 난치질환 때문에 나에 대한 병원비까지 충당해야 하는 나는 현재 너무 고달프다. 입에 풀칠할 수준의 돈도 수중에 없어서 콱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다.
분명히 한 번도 쉬지않고 달려왔는데 손가락 사이로 다 흩어져버리는 것들에 무력감을 느낀다.
가족이라도 더 있었다면, 아프면서 지인들과 연락이 전부 끊어지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달랐을까.
누군가에게든, 누구든 손 내밀고 싶고, 손 내밀어 주었으면 좋겠다.
살고 싶다.
도움받고 싶어졌다.
살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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