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찾아 삼만리

공지사항 25.08.18
  어릴때는 몰랐는데  우리집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게  대략 내가 초등학교 5,6학년때부터였다  어릴때는 그냥 우리집도  그냥 아빠,엄마 그리고 나  일단 다른 형제는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저그런 중산층 가정의 세식구  그냥 그 정도의 평범한 가정이라고  생각했었다   엄마가  나를 유달리 신경쓰고  뭔가 늘 날 안타깝고 애타는듯한 모습으로  지켜보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좀 하긴 했는데  그거야 뭐 세상 엄마들이  알고보면 다 그렇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친척관계는   일단 내가 2대독자라 아버지도 외아들  즉 아버지한테도 다른 형제는 없고  다만 아버지한테 사촌누이뻘 되는 친척분이  몇분 더 계시다는 것 정도를 알고 있었다  그래도 외가(?)쪽은 좀 달라서  외할머니...계시고  그리고 엄마한테 위로 언니 한명 아래로 여동생 한명  그렇게 내게 이모(?)가 되는 친척이 두분 계셨고  큰이모는 아마 엄마보다 결혼을 좀 일찍했는지  이모가 낳은 딸 두명  즉 나한테 이종사촌되는 누이가  나랑 열 살정도 차이나는 이종사촌이  두명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5-6학년쯤 되었을때는  이종사촌 누나들은 이미 대학다니는  20대 초반 성인인거지   외할머니의 경우엔...  그래도 이모들은 여러 가지로 엄마가 어떻게 사는지  걱정이라도 하는지 자주 우리집에  오시는 것 같았는데  외할머니의 경우엔  일단 우리집에 그리 자주 오시는 것 같진 않았다  외할머니의 느낌은 어릴때부터  뭔가 모르게 귀티가나는  부잣집에서 자란 귀부인 같은  그런 느낌이 들긴 했는데  일단 외할머니는 명절정도 제외하면  그렇게 내가 자주 뵐수 있는분은 아니었고  또 가끔 명절 때 봐도  엄마까진 몰라도 아빠하곤  거의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듯한  그런 뭔가가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나에 대해서도  뭐 그리...  호감스러운 눈빛은 아니었다고나 할까  날 뭔가 좀 경멸스럽게 바라보는 기분도 들었고  가끔은 혼자 뭔가 답답한 듯 가슴치시는듯한  그런것도 느껴졌다   대충 가끔 엄마가 자기 친구들이나  친척들하고 대화하는걸보면  엄마쪽 친척은 그렇게 이모 둘 외에도  아마 엄마한테 사촌쯤 되는 다른 친척 형제들이  몇몇 더 있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일단 엄마의 친구나 친척과 대화하는 느낌은  그래도 친구들이 전화하면 일상의 평범한 다른 아줌마들처럼  반갑게 수다도 떨고 그러는 것 같았는데  다만 친척이 전화했을때는  뭔가 주위 눈치를 좀 살피는 것 같고  뭐랄까...  가급적 내가 자신이 전화통화하는 것을  듣지 않게하려는듯한   뭔가 좀 그런게 느껴졌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원래 엄마와 나의 관계는  엄마가 유난히 나에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  - 가령 어디 아픈데 없는지 또는 애가   배고프진 않는지 하는등...  그것 외엔 딱히  이상한 것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정도의 신경은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  다 아이한테 쓰는 신경이니  나로선 딱히 이싱할 것은 없는거고   엄마가 나에게 뭔가 숨기는게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게  그렇게 대총 초등학교 5,6학년 무렵  엄마가 이따금 사촌오빠나 사촌언니쯤 되는 친척과  전화통화를 할 때  뭔가 좀 이상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럴때는  혹여 내가 우연히라도 자기 전화통화를  엿듣게 되지는 않나 경계하는 느낌이었고  사실 어릴때는 누구나 다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끼어드는거 아니다’  그런 꾸지람이나 나무람은  다 한번쯤 듣게되는 이야기니까  나도 뭐...엄마가 엄마의 사촌뻘 친척들과 대화나누는거  너무 관심갖고 신경쓰는게 이상할수도 있어서  별다른 신경은 쓰지 않으려 했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거였어  뭐...어쨌든...  가령...‘이건 어차피 내 선택’이다 ‘내가 끝까지 가져가야할 책임이다’  또 어떨땐  ‘그냥 이게 내 전생부터의 인연이고 업보라고 생각한다’  뭐 이런 취지의 말  그게 앞뒤 맥락상 결국 나를 두고 하는 말같긴 했는데  모르곘다. 뭐 자꾸 이상하게 생각하니까  엄마가 사촌친척들과 대화나누는 통화가  뭔가 더 이상하게 느껴질수도 있는거지만   한번은 뭔가 석연찮음에  혹시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알게되지도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학교갔다와서 엄마가 외출을 해 집에없는 어느날  한번 엄마방을 몰래 뒤져보았다  일단 거기있는 엄마 젊은 시절 사진이라던가  아빠랑 연애할 때 모습...또는 결혼식 사진등  일단 별다른 이상한 것은 없었다  사실 그런게 있다하더라도  혹시 몰라서 엄마가 나중에 내가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혹시 의심이 갈수도 있을만한 사진은  미리 다 치워버리거나 어디 은밀한곳에  숨겨놓았을수도 있다 싶기도 했는데    사실 그보다  뜻하지 않은데서 이상한점을 발견하였다  그러고보니  보통 아이들이 자기 부모 나이에 대해  정확히 알게되는게 언제더라...  보통 그냥 어릴 때 호기심에서 물어보기도 하고  아빠,엄마가 직접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하고  아마...학교 입학하면서 쓰게되는  가족관계 같은 신상명세 쓰면서  다 자연스럽게 알게되는 것 같은데  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  엄마 나이가 30대 초반  이거...뭔가 나이가 맞지 않는구나  그 생각을 했던 것이다  엄마랑 나의 나이차이가 스무살 차이면  뭐...결혼을 좀 일찍 해서 나를 낳았을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이 들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엄마가 나 낳았을 때 나이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   일단 엄마가  4년제 대학은 정상적으로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  가령 엄마가 만나는 또래 친구나 동료들이  대다수 같은학교를 4학년까지 다 마친  그런 친구들이었으니까  그러고보니 엄마가 엄마 친구들과 이야기나눌때도  ‘동창중에서 니가 먼저 결혼한거잖아’   그런식의 말이 나왔던 것 같기도 한데  여하튼 뭔가 엄마와 나 사이에  내가 모르는 비밀이 뭔가 존재한다는 느낌이  차츰 들기 시작했다   나는 고민 끝에  아무래도 엄마나 아빠한테 직접 물어보면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차리리 외할머니를 직접 찾아가  여쭤보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대충 눈치를 봐도 우리집엔 그리 자주 오시는 것 같지도 않고  엄마는 몰라도 아빠에 대해선  뭔가 탐탁찮게 보는 느낌  무엇보다 명절떼 뵙게되면  날 뭔가 경멸하듯 또는 딱하고 답답하는 듯  가슴치며 내쉬는 한숨  이건 분명  뭔가 사연이 있다  나로 하여금 그런 의심이 자연스레 들지 않을수  없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외할머니를 직접 찾아가 여줘보기로 한거지  그러고보니 외할머니한테 딸이 세명  그중 엄마에게 손윗 언니가 되는 이모가  엄마랑 한 열 살 가까이 차이가 나고  그리고 그 이모도 결혼을 일찍해서  현재 20대 초반 대학생 딸이 둘 있고  3자매중 막내인 작은이모는  또 엄마랑 나이터울이 져서  현재 20대 중반 미혼  그런 가족관계인데  여하튼 그렇게 딸 셋을 키워오신 외할머니  일찍 시집가서 어느덧 대학생 딸이 둘이나 있는  큰이모  그리고 엄마...  그리고 아직 20대 중반인 막내이모  그렇게 딸 셋을 키워오신 외할머니는  뭔가 내가 모르는 비밀을 알고 계실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직접 찾아가 여쭤보기로 했다.   외할머니댁은  일단 서울 강남에 있는  꽤 으리으리한 저택인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는데  물론 추석이나 설명절 같은때는  보통 아버지차로 이동을 했었고  얼핏 아마 엄마가 이모들이랑 대화나눌 때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몇 번 버스를 타야하느니   지하철 몇호선을 타고 어느역에서 내려야 한다느니  그 정도 이야기는 귀동냥으로 들은적이 있었다  그래도 기왕이면 좀 더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용돈을 모아 서울시내 버스노선도가 있는  책자도 하나 구입하고 교통비도 모아서  그렇게  대략 금요일 오후 학교갔다 왔을때쯤을 시간대로 잡아  외할머니댁을 직접 찾아갔었다   막상 그렇게 금요일 저녁때쯤 찾아간 날  너무 뜻밖이라 외할머니는 놀라는 눈길로 나를 맞았고  그랴도 명색이 외손주인데 아주 문전박대는 할수 없었는지  간단하게 쥬스라도 한잔 내주시더라  난 뭐 굳이 시간을 끌 필요도 없고  솔직히 초등학교 5,6학년 정도면 아직은 그래도  그렇게 빙빙 돌려서 말할만한  눈치나 화술정도는 아직 없는 나이잖아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혹시 우리 엄마 친엄마 아닌거냐 ?’고  웬지 모르게 어릴때부터  알게모르게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하니  일단 잊을수가 없는 것은  순간 당황해하는 외할머니의 눈빛이었다  마치 뭔가... ‘올것이 왔구나’ 하는  당황하는 눈빛이랄까  일단 내게 물으시더군  ‘누가 그런 소리를 하더냐 ?’고  혹시 ‘엄마가 너 구박하더냐 ?’고   대충 물어보고 짐작할만한 정황을  한두개 묻기도 했는데   일단 외할머니는 어차피 더 이상 숨기고 뭐고 할 것 없다는 듯  모든 것을 말씀해주시더군  요약정리하면 대충 이와 같았어  엄마는 그때 대학 3-4학년 나이로  아빠가 일하시는 대기업 사무실에  일종의 알바랄까 비정규직 같은 위치로  일하던 중이었고  헌데 그때 하필 아빠는 이혼한 상태라서  그때 아직 대략 2-3세쯤 되는 나를  돌볼곳이 마땅치않아 전전긍긍 하실때였지  그래서 공교롭게도 아빠에게 여비서 비슷한 위치로  일하던 엄마가  가끔씩 나를...아직 만 3세도 되기전인 날  가끔씩 돌봐주신거야  그렇게 나를 대신 봐주며 그리고 아버지하고도 사이가 점점 가까워진  상황이 대충 그렇다 하더군  나중에 엄마의 친정 즉 외할머니댁에선  결사반대하셨고  또 두 사람 사이를 어떻게든 갈라놓으시려고  별의별 방해공작을 다해봤지만  일이 수포로 돌아갔고  그렇게 두 사람 결혼을  허락하실 수밖에 없었다하더라   이제야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것 같더군  왜 명절 때 보는 외할머니의 아빠를 바라보는 눈빛은  그렇게 싸늘하고 경멸의 눈빛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또는...이모들은 그래도  걱정도 되고 차마 자매간의 연까지 끊고 살수는 없어서  가끔 그래도 엄마 사는걸 보러오기도 하지만  외할머니는 왜 생전 우리집에 한번 오시는적도 없고  또 어쩌다 명절 때 가끔 뵈어도  날 그렇게 뭔가 딱하고 답답하다는 듯  바라보셨는지  외할머니가 말씀하시더라  ‘니 엄마 알고보면 불쌍한 사람이다.  그리고 일이 이 지경이 된게 어떻게보면  니 아빠보다도 너때문이야  니 에미가 그렇게 처음에 어린 너한테 물리지만 않았어도  일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텐데  그러니 니가 나중에 니 엄마한테나 잘해’   물렸다...는말  나중에 집에와서 사전까지 찾아보았다  그러고보니 일상적으로 이런 상황에선  잘 안 쓰는 표현이지 않나  가령 누가 누구한테 깨물렸다던가 이럴 때 쓰지  뭐...어린애에게 정이 들었건  엄마잃은 갓난아기가 딱하고 불쌍해  애틋한 정이라도 잃었건 또는 측은지심이 되었건간에  보통은 그렇게 표현하는데  하필...물렸다니...  그것도 당시 세 살도 안되는 어린아이인 내게  엄마가 물렸다 ???  이거 참...  사람 기분 되게 이상해지게 만드는 표현이더라   어쨌든 외할머니로부터 모든 이야기를 듣게된 나  혼란스러운 머릿속과 함께  뭔가 허탈해진 심정으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보니 밤늦게야 귀가한셈인데  한번도 이런일이 없었던 나의 이런 늦은 귀가에  엄마는 무척이나 놀라워했고  ‘어디갔다 온거냐 ?’는 물음에  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냥 내 방으로 들어가  풀썩 쓰러져 잠이 들었다.  - 그러고보니 외할머니가...아무리 그래도 애가 직접   할머니 집까지 찾아가 그런걸 묻고 갔는데   그에대해 엄마한테 아무런 말도 안한 모양이네 ?   심지어 전화한통 조차도   그리고 다음날인 토요일  학교에 갔다와서 엄마한테 물어봤다  혹시 나 태어났을 때 어땠냐고  그때 기억 나냐구  이미 외할머니로부터 모든 것을 다 듣고난 뒤건만  굳이 엄마한테 그런식으로 물어본 것은  엄마의 진심을 알고 싶었거나  아니면 행여 외할머니가 한 말이  진실이 아니고 거짓임을 바라는  한가닥 기대에서일까  엄마는 순간 당황한 기색이 좀 보이긴 했지만  나를 한번 꼭 품에 안더라  그리고는 말하더군  ‘넌 내가 아주 축복속에 낳은 아이라’고...  아...순간  난 엄마의 그 뻔뻔스러운 눈 하나 깜짝 안하는 거짓말에  진짜 뺨이라도 한 대 때리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있는나한테  그런식으로 답할정도면  만약 내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면  난 엄마의 그 철저한 기만술에  넘어가서...꼼짝없이 친엄마도 아닌 사람을  평생을 친엄마로 여기고  살아갈수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가  사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5학년밖에 되지않은 어린아이가  그래도 30대 초반의 성인여성 뺨을 때린다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순간적으로나마  그런 충동이 일었다   헌데...엄마도 뭔가 순간 심상찮다는  직감을 한것일까  그날밤 엄마는 내 방으로 들어와  날 품에 안고 자더라  순간 난 달갑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색을 하고싶지 않아서  엄마의 그와같은 애정행위를  순순히 받아들였지  하지만 그날밤  솔직히 맘편히 잠들수가 없었다  아니, 내 머릿속은  여전히 어지러웠지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한번...날 낳아주신 친엄마가 누구인가  한번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막상 생각을 해보니  어디서 어떻게 친엄마를 찾는단말인가  그게 막막하더라  일단 내가 알 수 있는 단서가 거의 없짆아  솔직히 초등학교 5-6학년 정도 나이면  돈만 있다면야 얼마든지 자의로  장거리 기차나 고속버스를 탈수도 있는 나이이긴 하지만  그래도...  친엄마에 대한 단서가 아는바가 거의없고  게다가 알아낼 방법도 없는 나는  막상 결심만 그렇게 섰을뿐  이게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어  일단 아빠나 엄마(* 길러준 엄마, 즉 새엄마)한테 물어본들  제대로 가르쳐주실 것 같지도 않고  엄마의 친정식구인 외할머니나 이모들이  날 낳아준 친엄마에 대해 아는바가 있을리는  거의 없잖아  엄마 친구들이라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고  어딜가서 친엄마 단서를 찾는가  그게 일단 막막한일이 되더라   한참을 그렇게  어떻게하면 어디서 친엄마를 찾을수있을까  딱히 어떤 단서나 방도가 없어 고민중이었는데  이럴떄...  어떤 지성이면 감천이던가  아니면 하늘의 도우심이라고나 할까  실은 이상한 꿈을 하나 꾸었어  그게 아마 그러니까  어느덧 초등학교 5학년 과정이 거의 다 지나고  이제 얼마 안있으면 겨울방학  대충 그럴 무렵인데  이상한 꿈울 꾸었어  꿈에 어떤 이상한 아줌마가 나타나  네 엄마 고향은 전남 진도라고 말해주는거야  전남 진도 ???  그 지명을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못 들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거기 가본적도 없고  또 내 주변 가족이든 친구든 친척이든  그런 지역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한번도 듣거나 본적이 없던 것 같은데  느닷없이 꿈에 나타난 이상한 아줌마  꿈속에 보았지만 일단   얼굴이 꽤 크고 덩치도 꽤 큰 뚱뚱한 아줌마였던걸로  기억한다  확실히...  지금의 엄마는 아닌 다른 존재였어   그리고...그러고보니  아주 어릴 때 갓난아기때지만  확실히 친엄마의 느낌과 지금의 엄마가  뭔가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것도  떠올려졌다  아무리 그래도 아빠가 친엄마랑 이혼한게  내가 세 살도 되기전이면  내게 친엄마에 대한 무슨 기억이 있겠냐만  기억에 어렴풋이 아무리 그래도  갓난아기때 날 안아주던 여인은  키도 꽤 크고 덩치도 큰 여자였던걸로 기억해  지금 엄마와는 확실히 분위기나 느낌 자체가  달랐던 것 같은데  물론 어릴 때 보는 어른들이야 다 커보이는거지만  그래도 지금 엄마는 중간키에 마른체구인데  갓난아기때 날 안아주던 엄마와는  확실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꿈속에 느닷없이 나타나  네 엄마 고향이 진도라고 말해준 여자  그 여자가 내 친엄마일것이란 확신은 없지만  용돈을 한번 모아서  겨울방학때 진도로 한번 내려가보기로 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초등학교 5,6학년 정도면  돈만 있으면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고  얼마든지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는 나이야  겨울방학이 시작하자마자  적당히 짐을 챙겨들고  고속버스 터미널로 가서  진도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헌데 막상 그렇게 가본 진도땅  가보니 막막해지더라  그러고보니 나의 친엄마에 대한 단서는  꿈속에서 본 이상한 여자가 한 말  네 엄마 고향이 진도  그게 전부지  가만생각해보니 난 날 낳아준 엄마의  이름도 성도 몰라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보다  더한 상황 아닌가.  김서방 찾기는 그나마 성이라도 알지  난 아예 성조차도 모르잖아  그렇다고 꿈속에 본 그 이상한 뚱뚱한 아줌마를  막연히 내 친엄마일거라 단정하고  꿈속에서 본 그 이상한 아줌마 체구만 막연히 기억한채로  무작정 진도바닥을 헤매고 돌아다닐수는  없는일이니까말야   처음엔 사실 진도란곳을  - 그것도 태어나서 처음가보는곳을  너무 만만하게 보았던것같다  막상 가보니 진도땅이 생각보다 넓었고  게다가 무작정 이름도 성도 모르는채  막연히 체구(?)나 분위기(?)만을 기억한다는 엄마를  웬 초등학교 5-6학년 정도 되어보이는 어린아이가  무작정 찾으며 돌아다니니까  솔직히 나도 어느덧 지치기도 했고  어른들이 걱정이 되었는지  경찰에 신고를 했더라  아마 집을 나온 아이거나 아니면  정신에 좀 문제가 있는 아이정도로 생각을 한건지  경찰로 인계된 나는 집주소나 부모님 성함등  인적사항을 묻는 경찰아저씨들에게  결국 사실그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막상 작심하고 그것도 한겨울...겨울방학때  엄마를 찾기위해 떠난 첫 번째 가출시도는  허무개그처럼 끝이 나 버렸다.   첫 번째 가출시도가 실패한뒤  두 번째는 좀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한번 내 주변 가족,친척중에  내 친엄마를 알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곰곰 생각을 해보기로 했어  일단...아빠랑 친엄마도 결혼식은 올렸을테고  그럼 그 결혼식에 참석할만한 하객  그러다 문득 떠오른게 아버지의 사촌누이  즉 내게 당고모님이 되는 분들이었더  정확히 아버지의 사촌누나가 두분 계신걸로 아는데  - 참고로 할아버지,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시고 안 계시다  이번엔...어느덧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  여름방학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무렵  혼자 당고모님을 찾아가보았어  그냥...친엄마에 대해 알고싶으니 아는대로 말해달라고하니까  일단 당고모님들도 아버지와 내 친엄마 결혼식때  하객으로 참석을 하셨으니까  당고모님들 말씀으론  친엄마 고향이 부산 어디쯤 된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아쉽게도 실명은 정확하게  기억을 못하신다고했엄  무슨...박 무슨 자라고 했던가 아니면 백 무슨 순이라도 했던가  그러니까 이름도 성도 그렇게 비슷한 글자도 아닌  막연히 기억하고 계신가본데  - 하긴 그러고보면 아버이와 친엄마 결혼식도 벌써 10여년전 일이고  (* 솔직히 5촌정도의 친척이면 요즘은 피차 실명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인지 열 살 터울지는 사촌동생(* 우리아빠)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내 친엄마의 실명은  정확히 기억못하고  여하튼 그때 어디 출신이란 말은 언뜻 들어보긴 했는지  부산 어디쯤에 산다고만 들었다  그 단서를 갖고  이번엔 6학년 여름방학때 다시 치밀하게 계획을 짜서  배낭하나 달랑매고 부산으로 떠났다  그러니까 친엄마를 찾기위한  첫 번째 가출은 5학년 겨울방학때, 두 번째 가출은  6학년 여름방학때  그렇게 시도한셈이네 ?   결론적으로 말하면  두 번째 가출도 허무개그처럼 끝나고 말았다  사실 따지고보면 전남 진도든 부산이든간에  나로선 생전 처음 가보는곳인데  거기서 실명도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친엄마를  아직 초등학교 5-6학년정도 되는 어린아이가  무슨수로 찾을까.  결국 부산바닥을 무작정 헤매돌아다니며 찾아본 친엄마찾기도  실패로 끝났고  부산에서도 지난번 진도로의 가출처럼  그곳 경찰아저씨가 집으로 연락해서  그래서 아빠와 엄마가 찾으러왔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달은 이제부터였어  일단...당고모님들한테 내가 친엄마에 대해 알고싶다고  찾아간 문제는 그렇다치고  헌데 그 일 자체가 결국 내가 지금의 엄마가 친엄마가 아니라는걸  알고있다는 소리가 되는거잖아  그러고보면...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렇게  외할머니를 찾아가 지금 엄마가 친엄마가 아니란걸 처음안게  1년전 가을 그러니까 5학년 가을때의 일인데  어느덧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 6학년 여름방학때나 되어서야  내가 그와같은 사실을 알게되었다는 것을  엄마,아빠가 알게되었다는건   이건 그간 내게 무심했던거라고 봐야한  아니면 뭐라고 봐야하나   일단 엄마가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는지  외할머니를 찾아가 닦달을 하신 모양이더라  혹시 OO(* 내 이름)이한테  무슨 이상한 이야기 한적 없냐구  그리고...그제서야 외할머니가 엄마한테  모든걸 말씀하신모양이야  그냥 작년 가을무렵에 하루는 날 찾아와서  혹시 지금 엄마가 친엄마가 아닌거냐고 말하길래  그냥 OO이도 이제 모든걸 알아야할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아빠랑 지금의 엄마 결혼할 무렵의 일들을  모든걸 다 이야기해주었노라고  헌데 외할머니의 경우도 생각해보니 참 이해안가는게  나나 아빠를 평상시 탐탁치 않게 여겨온 문제까진 둘쨰치더라도  그날 그렇게 찾아가 내가 물어보았다는 것을  왜 그제서야 엄마한테 이야길한건지  그만큼 외할머니가 입이 무거운건지  아니면 굳이 말할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말을 안하고 잊고 산건지   그건 뭐...내가 외할머니가 아닌이상 알 수 없는 일이고  엄마는 뒤늦게서야 그 모든 사실을 알고  참...기가막혀 하셨던것같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우선 엄마한테 모질게 매를 맞아야만 했다  후우...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러고보면  엄마한테 그렇게 맞아본 것은   처음인 것 같기도 한데  뭐 거기까진 그런대로 이해할수야 있다  가출을 했다 돌아온 아이를  어이구 잘했다고 말할 부모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테니까  친엄마든 새엄마든 그런 문제를 떠나서  게다가 그것도 지금의 엄마가 친엄마가 아니란 사실을 알고  어린애가 친엄마를 찾는답시고  한번은 전라도로 또 한번은 경상도로  아주 지역적으로도 공평하게끔  그렇게 두 번 연거푸 가출을 한것이니  엄마 입장에서도 얼마나 기가막혔을지  거기까진 나도 이해한다   그날...  엄마는 그러고나서 날  한참을 부둥켜안고 울며 말씀하셨더  ‘OO아, 그러지마...엄마는 지금까지 널  내 아들 아니라고 생각해본적 한번도 없어.’   그날밤 그 말씀 이외에도  날 붙잡고 심지어 밤에 방에서 날  데리고 자기까지 하면서  꽤 여러 가지 말씀을 하셨던 것 같은데  사실 난 거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을뿐더러  무슨말을 했는지 솔직히 기억도 거의 나지 않는다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기보단  공연히 엄마 이야기에 토달았다가  이야기가 길어지지나 않을지 그런 우려도 있어서  가급적 엄마말에 토달지 않고  묵묵히 이야기만 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솔직히 어린애가 그 먼곳까지 혼자갔다가 왔으니  지쳐서 바로 새근새근 잠이 들기까지 했고  엄마는 이런 내가 더 기가막혀  한숨까지 쉬시는 듯 했는데   사실 그런 일을 겪고나서   엄마를 찾아야겠다는 내 절실함은  더욱 강렬해져갔다  지금의 엄마한테 뭐 학대를 당했다던가  아니면 어떤 서운함이나 이런게 있었던건 아니지만  막상 그렇게 지금 엄마가 친엄마가 아니란 사실을 알고는  궁금함이 안 생길수가 없더라  도대체 그럼 날 낳아주신 친엄마는  대체 어떤분이고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계실지  그 부분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갔다   그래서  오히려 좀 더 자라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  좀 더 계획을 구체적으로 짜고  엄마에 대한 단서나 흔적,자료도 좀 더 치밀하게 조사해서  본격적으로 찾아볼 생각을 했다.  그러고보니 나도 어느덧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사실상 초등학생시절 마지막 학기잖아  그러니까...초등학생 시절을 마무리할날도 머지 않았는데  머지않아 중학생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여러 가지로 만감이 교차했다  솔직히 어느 연극대사마냥  ‘시간이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도 들었고  그러다 어느덧 중학생이 되었는데  중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  학부모 면담을 하시는때가 되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더라  ‘내 얼굴이 많이 어두워 보이더라’고  엄마한테 직접  OOO 학생한테 무슨 그늘이나 상처가 있는건 아닌지  그게 좀 궁금해서 뵙자고 했다고  하셨다더라   그늘...상처...그리고 얼굴이 어둡다...  뭐 대충 비슷하게 통하는 의미이긴 하지만  하필 그래도 중학교 들어가서 첫 번째 담임선생님이  엄마한테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은  내 심정을 다시금 복잡하게 만들었다  엄마는 아무래도 그런말까지 듣고와서 걱정이 되셨는지  날 붙잡고 또 한참을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셨는데  나눈 뭐...  솔직히...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글쎄...  이런 상황에서 내가 무슨말을 더 할수 있을까   다만  조금만 더 자라면 어떻게 해서든  친엄마를 찾고 싶다는 생각은 더욱 강렬해졌다  계획도 좀 더 치밀하게 구체적으로 짜고  또...자료나 단서 같은것도 좀 더 치밀하게 수집해서  반드시 친엄마를 만나보겠노라는 생각  엄마는...과연 어디계실까  그러다 문득 엉뚱한 생각을 했다  차라리 이북으로 가볼까하는  전라도에서도 경상도에서도 찾을수 없는 엄마라면  혹시 북한에 계신건 아닐까 하는  그런 엉뚱한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서 차라리...북으로 한번 가볼까...그 생각까지 했지만  일단...그 생각은 바로 접었다  아무리 그래도 1953년 7월 휴전협정 이후의  대한민국이란 국가공동체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치고  제정신 가진 사람이라면 진짜로 북한으로 갈 생각 할 사람은  거의 없을테니까  그럼...  일단 북한으로 가는건 포기하고  외국으로 가서 엄마를 찾아볼까  미국이든 일본이든 유럽이든 또는 그 외 어디로든  그야말로 방구석에서 혼자  실제 실행에는 옮기지도 못하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해봤던건데  하지만 실행은 하지 못했다  하루는 문득 날을 잡아서  터덜터덜 서울역에 와 보았다  기차를 타는 그 서울역으로   쓸데없이...  거 왜 어릴 때 봤던 만화영화  ‘엄마찾아 삼만리’란 노래가사가  머릿속으로 떠올려졌다  ‘아득한 바다 저멀리~~~ 산설고 물길설어도~~~  오늘도 가야하리~~~ 외로운길 삼만리~~~’  역시 뜬금없지만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된게  새삼 안타깝고 아쉼다는 생각까지 들더라  만약 분단된 나라가 아니라면  여기서 그냥 기차타고 수월하게  중국대륙 거쳐 시베리아벌판건너  저 머나먼 유럽 끝자락까지  생각해보니 아프리카나 중동쪽으로 가는것도  가능한코스네 ???  여하튼 그렇게 하염없이 대륙끝까지  엄마찾아 가보는걸  머릿속으로 수도없이 상상했는데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란 분단국가  휴전선 인근 그 이상까지는  기차가 달릴수가 없잖아  그게 새삼 아쉽더군  이 기차로는 더 이상  엄마를 찾아 대륙끝까지 하염없이 달릴수 없다는 것을  혹시 평행우주 그 어딘가의 다른 대한민국에선  가능할일일지 몰라도  이 세계관에선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게  새삼 아쉬움으로 몰려들더라  결국  기차타고 대륙끝까지 엄마찾아 가보는건 결국 포기하고  돌어올수 없었던길  눈물이 났다  울고싶었다. 집으로 들어와서는  만화영화랑 동요 카세트 테이프집에 수록되어있는  ‘엄마찾아 삼만리’를 하염없이 들으며  나는 울고 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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