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 어렸을 때 살던 집이 마당 있고, 들어가면 주방이랑 마루 지나서 방이 딸린 구조였대. 앞쪽에는 부모님이 하시던 점빵 같은 가게가 붙어 있었고. 그 집이 좀 특이했던 게, 동네 고양이들이 드나들면서 새끼를 낳아도 굳이 내쫓지 않고 그냥 같이 키우곤 했던 거야.
그날도 평소처럼 가게 문, 주방 문, 방 창문까지 전부 다 잠그고 다 같이 잠에 들었대. 근데 새벽쯤, 갑자기 눈이 떠졌는데 주방 쪽에서 뭔가 느낌이 오는 거지. 보니까 고양이 한 마리가 미닫이문 앞에 딱 서 있는데, 털을 완전히 곤두세우고 있더래. “쟤 왜 저러지?” 싶어서 가만히 보고 있는데…
그 순간, 미닫이문 불투명 유리 두 번째 칸에 사람 손가락 모양이 딱 붙더니, 천천히— 진짜 느리게— 위로 쭉 올라오는 거야.
불투명 유리라고 해도 그림자는 다 비치잖아. 고양이처럼 뭔가 서 있으면 형체가 보여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손가락만 보이는 거야. 그게 위로, 위로…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너무 무서워서 울면서 부모님을 흔들어 깨웠대. 그러다 기절했어.
정신 차리고 나니까 부모님이 집 안을 환하게 다 켜놓고 보여주면서 “문 다 잠겨 있잖아, 어디 사람 들어올 데가 어딨니” 그러셨대. 실제로 가게도, 주방도, 방도 전부 안에서 단단히 잠겨 있었어. 근데 이상한 게, 아까 털 세우고 있던 고양이는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거야.
그날 이후로 손가락은 다시 안 나타났대. 근데 문제는 그때부터 방에 불 다 끄면 옷장 밑이나 구석에서 검은 물 같은 형체가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게 보이기 시작한 거야. 나중에는 그게 그냥 물이 아니라, 뭉쳐서 사람 모양처럼 변하는 걸 직접 봤대. 성별이나 표정까지 희미하게 구분될 정도로.
그래서 지금도 완전히 불 끄고는 못 자. 항상 불을 켜두거나 티브이를 틀어놓고 잔대. 혹시 그게 다시 나타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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