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못받은 티가난다?

공지사항 25.10.05
예전에 술자리에서 아무말이나 해대는 애가
나한테 사랑을 못 받은 티가난다고 했었어.
그땐 그냥 기분만 나쁘고, 뭘 안다고 그래? 라고 말았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집에서 엄청 사랑받고 자란애들은
뭔가 마냥 해맑고 밝고 구김살이 없는건 사실인것같아.

나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사랑을 받고 커왔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돌이켜보니 나는 여자인데, 이상하게 나는 엄마한테 살갑고 애교많은 딸도 아니고, 자주연락하는 편도 아니고, 어릴 때 부터 미주알고주알 엄마한테 말하고 수다떠는 스타일도 아니었어.
일단 엄마가 말수가 적으신 편이기도 했고,
어릴 때 부터 내가 배우고싶다는거나 학원같은거, 심지어 대학교 학과를 정할 때도 언제나 내 뜻대로 뒤에서 믿고 밀어주시기만 했고
항상 "네 인생은 부모가 대신 살아줄수없다. 네 인생은 네가 책임지는거야."라고 말씀하셨어.
그래서 지극히 평범하지만 내 몫은 충분히 하면서 살았고..

아빠는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까진 엄청 나를 이뻐해주셨고
주말이면 어디든 자주 데려가서 놀고오고했던것 같긴해. 근데 그후에 사업실패나 안좋은 일들이 많았어서 그 후로는 별로 좋은기억이 없긴하다. 지금은 돌아가셨어.
엄마는 아빠 사업실패 전까지는 가정주부셨고, 나랑 집에서 십자수도하고 뜨개질도하고, 같이 종이공예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정적인 취미를 많이 나눴었고.
그 뒤로는 항상 일하러 다니셔서 늘 바쁘셨던 기억이나.
빠듯한 살림에서도 그래도 최대한 부족함 없이 키우려 엄청 노력하셨고..
나는 이게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든. 나를 사랑하니까 그 고생을하면서 뒷바라지 다해주시던 모든 것들이.

다만, 내 환경이 그래서 였을까? 내 성격인걸까?
좋게말하면 난 굉장히 독립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엄마와 그리 친해보이지 않는 것 같아.
사실 나는 첫 취직을 했을 때 나보다도 이제 우리엄마 고생을 어떻게 덜 시킬까,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엄마를 만나면 속 얘기도 잘 안하게 되고 표면적인 얘기만 하게된다.

친구들 보면 엄마랑 카페가고, 놀러가고, 마트가고 영화보고 친구처럼 잘 지내는데 난 그러기가 안익숙해.
그런거보면 사랑 못받은 티가 난다는게 그런건가? 싶기도하고..

남들 눈은 중요한게 아니지만
내가 우리 부모님한테 받았던 사랑도 사랑이라 생각하는데
그렇게 남들 만큼은 사랑을 못받고 컸던건가? 싶은 생각이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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