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의 숨겨진 과거

공지사항 25.10.06

 또...  20대 초반때  어설프고 철없었던 부질없는 열정에  섣불리 이성에게 다가갔다  두어번 상처받았고  그래서 나같은건 이생에서 여자와는  인연이 없나보다하고  그냥 결혼안하고 혼자살까 그 생각했는데  나이 서른넘어서 다니는 교회 장로님 소개로  장로님 주변 친구나 지인 혹은 친척의  자녀나 조카를 알게되어  결혼한 그런 이야기냐구요 ?   허허...글쎄요 뭐  세상에 진짜로 그런 과정을 거쳐서  결혼에 이르는 사람이 있는지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전 그저 저의 이야기를  하고싶을 따름입니다   전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온뒤  뭐 그 시절 흔한  하이텔 동호회나 헬스 동호회  뭐 이런데서 여자를 만났던 것은 아니고요  학교를 졸업하고 어찌어찌 하다보니  알고지내던 이를 통해  연예기획사에서 일을 좀 하게되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연예기획사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와~~~!!! 연예인 많이 만나보고 좋겠다’  그렇게 생각할수 있겠지만  하하...글쎄요 그건 소위 매니저나 코디같은  연예인들과 늘 함께 활동하며 스케줄을 소화하는  그런 사람들한테나 해당되는 이야기지  저같은 일반 사무직에겐  그냥 일반 직장에서 일하는것과  별반 다를것없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우연히 알게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니까...제 직종상 아무래도  대외업무를 자주 보면서 사람을 만나보게 되는데요  흔히 말하는 ‘거래처’의 개념쯤 된다고나 할까  뭐 그러니까 방송사나 공연쪽 관계자라던가  또는 이런저런 회사(연예기획사)일과 관련해  그런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보게 되니  그렇게 알게된 여인이 있었습니다  직업은...원래는 방송사에서 피디일을 잠깐 했었다 하더라구요  그리고 얼핏 듣기로 어릴 때 방송국 합창단에서도  좀 일했다던데  근데...솔직히 그런 경우는 이 바닥(?)에서 일하다보면  그런 사례가 생각보다 많아서  뭐 그리 크게 의미를 두진 않았습니다  어릴 때 잠깐 아역배우를 했든 방송국 합창단을 했든  또는 엑스트라 알바나 스텝을 잠깐 해봤든  그런 경우 많거든요  저 같은 경우도 그렇게  방송사 피디로 잠깐 일한적 있고  거슬러 올라가면 어릴적에도  방송국 어린이 합창단 잠깐 해본적 있는  그 정도 전력의 여인을  일 때문에 종종 만나게되었다 이거죠   하지만 막상 그러다보니  비슷한 직종에 종사하고 또 그런대로  성격이나 기호도 맞다보니 호감이 이끌렸다고나 할까요  공적인 업모 외에도  가끔 만나 차도 좀 마시고 영화도 보고 식사도 하는  그런 사적인 만남이 몇 번 이어졌습니다   솔직히 딱히 뭐 재미있거나 뜨거울만한  그런 에피소드는 없이  뭐랄까...가랑비에 옷 젓듯이 그렇게 차츰 가까워지다  결혼을 결심한거라고나 할까  그때 저나 그녀나 이미 둘 다 나이는 서른을 넘겼기 때문에  결혼에 대해선 단념하거나...  정 생각이 있으면 너무 고민하지 말고  적당히 정 괜찮은 사람 있으면 이쯤에서 결정내리자  그 정도 생각 할법한 나이기 때문에  그러시 피차 더 늦기전에  결정을 하자...그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었나봅니다   결혼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제 어린시절 작은 상처 하나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사실 전 부모님이 어릴 때 이혼하셔서  유치원 무렵부터는 아버지하고 단둘이 살았는데  특히 국민 학교 2학년부터 한 5학년 될 때까지는  아버지가 해외지사로 발령이 나서  전 혼자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며   당고모(* 아버지의 사촌누이)님들이 간혹 교대로   저희집에 들러주셔서 해주시는 밑반찬  그것으로 밥을 해먹으며  그렇게 지낼때였습니다  학교생활이나 가정생활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 생활비야 아버지가 다달이 은행으로  입금해주셨으니까요   다만 아버지가 해외로 떠나시고 한 두달쯤뒤  혼자 무료해사 아버지 방을 뒤적거리다가  이상한걸 하나 발견했습니다  이상한거라기보단...아버지가 녹화해 놓으신  방송 녹화테이프였습니다  그게...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그때가 그러니까 1980년대 초반  언론통폐합으로 TBC가 폐방되어  KBS로 흡수된지 얼마되지 않을때였습니다  근데 아마 아버지가 TBC 고별방송과  다음날 KBS에서 한 새가족을 맞는 방송을  아마 나름 무슨 역사의 기록이 될수도 있겠다  생각하신건지  녹화를 해놓으신겁니다  저야 그때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떄라  언론통폐합 그 정치적 의미라던가 그런  세세한건 알수 없었지만  방송가에 뭔가 큰 격변이 벌어졌다는 것  그건 충분히 이해할수 있었죠  - 아이들 입장에서도 재미있는 만화,코미디 많이 하던  그런 방송사가 하루아침에 없어진거니까요   저도 나름 호기심에  그 TBC 고별방송과 KBS의 새가족 맞이 녹화테이프를  혼자 밤에 심심할떄  몇 번 틀어보곤 했습니다  그때...  눈길가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TBC가 폐방되었으니  TBC 어린이 합창단도 자연스레 해산되고  아마 그중 몇몇 멤버는 흡수통합된  KBS로 옮겨갔나봅니다  그...KBS로 옮겨간 TBC 어린이 합창단 멤버를  인사시키는 코너가 있었어요  눈길가는 소녀였습니다   반했다...고 하는건 괜히 좀 민망하고  부끄럽긴 한데  한동안 관심이 갔는지  - 게다가 초등학교 저학년때면 아직 그리  이성에 대해 눈을 뜰만한 나인 아니건만  그래도...어쨌거나 자신이 합창단으로 있던   방송국이 폐방되고 합창단이 해체되어  다른곳으로 옮긴 저와 비슷한 또래 연배의 단원에  어떤 연민의 정이라고나 할까...불쌍하다고나 할까  문득 그런 감정이 들어  해당장면을  몇 번이고 돌려 틀고 또 돌려보고는   하였습니다   그러고보니  누구인지 이름도 성도 알 수 없는 소녀  방송국 어린이 합창단원이라는 것을 빼곤  누군지 알 방법 자체가 없는  게다가 요즘처럼 무슨 인터넷 검색같은 것으로  찾아 확인할수 있는 시절도 아니니  그야말로 이름도 성도 알수 없는 소녀에게  다만 TBC가 폐방되어 강제로 KBS로 옮겨가게된  이름도 알수 없는 소녀의  슬픈 눈망울이  절 애처로와지게 만들었습니다   한동안  좀 엉뚱한 일탈을 했었습니다  그 소녀가 누군지  한번 알아도 보고싶고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거죠  하지만 TBC는 이미 폐방되어 사라진 방송사  TBC가 KBS로 흡수통합되었다지만  꼭 지금 KBS로 간다고 옛날 TBC 멤버들을  - 그것도 어린이 합창단 출신을  만나본다는 보장도 없으니  전 이따금...주말같은데 시간을 이용  혼자 버스를 타고 KBS 방송국 근처까지 가서  감히 혼자 방송국 안까지 들어가볼 엄두는 내지못하고  인근의 한 커피숍에서 혼자 쥬스를 시켜  그것을 마시며  길건너 보이는 KBS 방송사 건물만  괜시리 안타깝고 슬픈 눈빛으로  바라다 보았습니다   초등학생 어린아이가 커피숍에  혼자 출입하는게 가능한가 의아해하실지 모르겠는데  일단 그 시절엔 가능했어요 그리고  적당히...여기서 엄마나 삼촌을 만나기로 했다  핑계를 대고  쥬스한잔을 시키고 돈까지 직접 지불하니  커피숍 직원도 별다른 의심도 이의도  제기하지 않더이다  그렇게 주말시간을 이용  혼자 버스를 타고 KBS 방송사 근처까지 찾아가  인근의 커피숍에서 혼자 쥬스를 마시며  - 그런다고 그 소녀를 만나질수 있는것도 아닌데  공연히 안타깝고도 애틋한 마음으로  긴 시간 KBS 방송사 건물만을  혼자 뭔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만 보았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3학년 중반부터   대략 4학년 1학기가 끝나기 전까지  한 1년이 채 안되는 시간  좀 기이하다면 기이한  그런 행각을 했던 셈인데  솔직히 국민 학교 5-6학년 정도만 되어도  이미 ‘이건 아니다’  창피하고 쪽팔린 일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더는 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 일 자체가 저도 커가면서  참 부끄럽고 창피한 짓거리였다  그 생각밖에 들지않아  자라면서 차츰...  뭐 공부도 해야하고 대학갈 준비도 해야하고  그렇게 바삐 보내는 시간동안  국민 학교 저학년 1년이 채 안되는  짧은시간 벌였던 일탈은  자연스럽게 제 기억에서  잊혀져갔습니다  또 혹시 불현 듯 떠오르더라도  차라리 제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부끄러운 기억이었죠  나중에 성인이 된 뒤엔 더더욱 말할 것도 없구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이들어 철들고  또 사는게 바빠지면서 잊혀져간거고  또 저 스스로도 창피하고 부끄러운일이라  생각했기에  그 일을 이후 그 누구에게도  말할이유는 없었죠   나이 서른 넘어서 시작한  아내와의 결혼 생활은  한 20년 가까이  무난하게 흘러갔습니다  사실...  아내는 저에 대해 어찌 생각했는지는 몰라도  전 뭐...  애정없는 결혼생활이었다고 할것까진 없지만  그저 막상 해보니 결혼생활이란게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솔직히 결혼에 대해 딱히 별로 환상도 없었고  그저 나이도 들고 더 늦기전에 결혼을  하긴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던차에  만난게 아내라  그렇게 그냥 식사랑 차 몇 번 같이하고  영화도 보고 여행도 한두번 갔다와보고  그리고 결심한 결혼이라  뭐랄까...흔히들 말하는 그런 뜨거운 불꽃같은 사랑  혹은 설레임...그런 감정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아내는 진심으로  ‘그래 딱 이 정도면 무난하겠다’  그 정도 느낌이 들게하는 상대였으니까요   20년 결혼생활 하면서  무슨 이유인지 아이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문제인건지 아내가 문제인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  아이가 생기지 않아 입양도 한두번  진지하게 고민해 봤지만  막상 시도해보려니 절차도 복잡하고  나중에 일만 더 복잡하게 될거같아  그마저도 단념하고 그저 우리 두 사람  생이 다하는날까지 함께 지내다  만약 둘중 먼저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정중히 보내주기로 약속하기로 하고  그렇게 남은 여생도  함께 보내기로한 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직장생활은  사실 저도 나이 어느덧 50에 접어들 무렵에  그때까지 20년 가까이 일하던 연예기획사에서  실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사실 연예기획사에서 일한다고 해서  다들 맨날 연예인 만나보고 그러는건 아니고  사무처에서 일하면 그건 그냥  일반 회사 시무직원과 별반 다를것이 없어요  여하튼...무엇보다 아무리 그래도  변화하는 방송,연예가 트렌드에 항상 발맞춰야하는  제 직장의 속성상  나이 어느덧 50에 이르고  점점 차고 올라오는 젊은 직원들에게 밀려나  실직을 하게 된거죠   막상 제가 직장을 잃게되자  아내는 함께 치킨집이라도 여는건 어떻겠느냐  위로겸 권유를 했는데  근데 제 성격이 또 게으르다면 은근히 게을러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손님맞고 요리하고 닭튀기고  막상 그런일은 또 해볼 자신이 없어서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사실 아내도 여하튼 젊은시절 피디로도 일해봤고  또 거술러 올라가면 어린시절  방송사 어린이 합창단도 잠깐 해봤다고 하니까  또 결혼뒤에도 한동안 그런류의 직장에서  쭉 종사를 했으니  해당직종에 인맥이 아주 없는편은 아닌데  다만 아내도 어쨌든 나이가 50이 넘으니  다시 그런쪽에서 새 직장을 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왔습니다  - 깜빡잊고 말을 안했는데  아내는 실은 저보다 두 살 연상입니다   여하튼 저나 아내나 어느덧 나이 50  다시 새 직장을 구하긴 쉽지 않아졌고  치킨집을 하든 뭘하든 그런류의 자영업은  막상 뛰어들자니 자신이 없어 쉽지 않은  그런 어정쩡한 상황이 한동안 계속되고 있었죠  한동안은 아내가  연기학원에서...강사는 아니고 대충  그곳에서 허드렛일 비슷한 것을 돕는  그런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고  저는 집에서 실은  소위 말하는 유튜브 추억의 영상 같은 것을  즐겨보기 시작한게 그때부터의 일입니다  사실 제 나이가 그래도 아직은 50이니  소위 극우 유튜브 같은거 즐겨보는 틀튜브  - 그런건 대개 60-70넘은 할아버지들이 즐겨보는거니까  그런거 즐겨볼 나이는 아직 아니고  전 오히려 뜻밖의 대어를 낚았습니다  아니...월척이었죠...   그러고보니 깜빡 잊고 또 말을 안했는데  그...초등학교 저학년때 즐겨보았다는  언론통폐합떄 있었던 KBS 새가족이란 추억의 영성  아버지가 나름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으셔서  녹화는 해놓았지만  그로인한 저의 흑역사가 잠시 있었고  전 그때일이 부끄러워서라도 가급적 기억에서 지우려했고  그래서 그 해당 비디오는 더더욱 신경도 쓰지 않고  눈길도 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마 그러다보니 이후 학교 졸업하고 20대 성인될 무렵까지  두어차례 정도 이사를 했던 것 같은데  아마 그 과정에서 버린듯합니다  아버지는 딱히 이제 그 비디오의 필요성을 더 못느끼신듯하고  전 이미 그 비디오 자체를 기억에서 잊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비디오가 분실되었다는 사실을 안 것은  한참 시간이 지난뒤의 일이었습니다  사실 그땐 이미 초등학교때 그 일을  거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있을때라  막상 해당 비디오가 분실되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별로 서운해하거나 안타까와하진 않았는데  오히려 시간이 들고 나이가 들면서  새삼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이들어 솔직히 TV프로나 이런것도  점점 요즘 젊은세대 취향과 제가 맞지가 않고  그래서 차라리 나이들어 그 비디오 영상이나 보면서  어릴적 추억이나 되새기며  심란한 마음을 달랠수도 있는 것을...그 생각도 들었는데  여하튼 문제의 그 비디오 분실한게 아쉽다는 생각이 든게  막상 이사과정에서 분실 혹은 폐기처분되고  시간이 한참 지난뒤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제가 실직을 하고 한동안 아내가 대신  돈을 벌러 동분서주할때쯤  아내가 출근한동안 저는 집에서   유튜브로 1970-80년대 추억의 영상이나  한참 즐겁게 보면서  차라리 저 시절이 좋았다...저때로 돌아가고 싶다  심지어는  차라리 진짜 타임머신을 타든 타임슬립을 하든  저 시절로 돌아가 다시 살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마저 들때쯤  뜻밖의 대어(?)를 낚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문제의  KBS 새가족 맞이 영상  그러니까 TBC가 폐방되고나서 눈물의 고별방송을 보내고  그 다음날 흡수통합된 KBS가   TBC,DBS의 새 식구들을 맞이하는  축하방송  그게 유튜브에 올라와있더라구요  솔직히 전혀 예상못한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그 영상...솔직히 KBS가 정치적 부담감 때문에라도  유튜브 그것도 추억의 영상 이런식으로  올리지는 못할것이라 생각했거든요  -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TBC 고별방송은  지금은 저작권 문제로 볼수가 없게 되었다 하네요   이사가던 과정에서 분실한   아버지가 녹화해놓은 ‘KBS 새가족’ 영상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제가 그때 그 일을  머릿속에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고  그래서 더더욱 그때 그 영상을  다시 접해볼일은 없었을거라 생각했는데  70-80년대 추억의 영상으로 그게 올라올거라곤  정말 꿈에도 상상 못했습니다  저는 바로  어느덧...아아...그러고보니 벌써 40년이 다 되어가는일  한참동안 잊고 있었던  그 소녀 영상부터 찾아보았습니다  한동안 홀딱 반해있었던  - 반했다기보단 정확히는 어떤 애틋함과 안타까움에  그런 감정이 일어났던거라고 보는게  정확하겠지만요  여하튼 TBC에서 KBS로 합류하게된  어린이 합창단이 인사나누는 장면...  다시 틀어보면서  40년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의 그 소녀를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나마  다시 재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40년 세월인데  그때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이고 그 소녀는  어쨌든 저보다는 두어살 많은  한 초등학교 5-6학년 정도 그 정도 나이때 영상인데  제가 어느덧 나이가 50인데도  그때 그 소녀는 여전히 열두살 어린소녀로만  TV 영상으로 남아있다는게  신기하게까지만 느껴졌습니다   한동안  문제의 추억의 영상만  한참을 틀어보고 또 틀어보았습니다  70-80년대 추억의 영상에 푹 빠져있는탓도 있었지만  문제의 그 소녀와 재회하게 되었다는  어떤 기쁜 희열감에...  아내가 퇴근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모른채...  보고있는데 ‘야 !!!’ 하면서 큰 고함소리가 들리더군요  저보다 두 살많은 누나인 아내의 고함이  사실 혼날만 했습니다  제가 실직을 하고 대신 아내가 일자리를 구하러 돌아다니면서  최소한 아침,저녁상 정도는 제가 차려주기로  약속을 했거든요  헌데 백수된 주제에...하루종일 유튜브 추억의 영상에나 푹 빠져서  퇴근한 아내 집에 들어온줄도 모르고 있었다니...   그날 아내한테는  잘못했노라고...다시는 안 그러겠노라 싹싹 빌었고  ‘아내가 밖에서 돈버는데 남편이란게 집에서  유튜브나 보고 자빠져있느냐’는 핀잔까지 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마냥 백수로 지낼수만은 없기에  - 아내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라도  다른 일자리라도 구해볼까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만  어차피 이미 나이가 50이 넘은지라 쉽지 않았고  그런식의 일상이 한동안 반복될때였습니다  한번은 반대로 휴일인데 아내가 집에 있고  제가 일 때문에 밖에서 돌아다니느라  좀 늦게 귀가했습니다  헌데 이번엔 반대로 아내가 집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고있더군요  헌데 좀 뜻밖인게  전 뭐...어차피 유튜브 영상이 한둘도 아닌데  그 많은 유튜브중 우연히 제가 자주 보는 영상을  아내가 볼 가능성도 별로 없을텐데  뜻밖에도  하필 그날...제가 평상시 즐겨보는 문제의 그 영상  KBS 새가족인가 하는 그 영상을  아내가 보고있더이다  헌데 좀 다른 것은  저는 그야말로 70-80년대 추억에 푹 빠져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보고픈 마음으로  게다가 한때나마 짝사랑 감정을 품었던 첫사랑 그 소녀  합창단원 영상을  약간의 설레임과 그리고 그를 압도하는 어떤 안타까움과 아픔으로  지켜보고 있었던반면  아내에게선 순간  어떤 회한과 한숨 그리고...뭐라 형언할수 없는  복잡한 심경이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두줄기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는걸 보았습니다  하늘을 한번 우러러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더군요  제가 들어온것도 모르고 그때까지 말입니다   헌데 아내가 문득  그러고보니 제가 그제서야 집에 돌아온 사실을 알고  좀 화들짝 놀라 바로 컴퓨터를 끄더니  벌 빤히 쳐다보더이다  그 표정...  이전에 볼수 없었던 뭔가...  약간 작심한듯한 표정이랄까.  뭔가 알 수 없는 어떤 원망...분노...그런  묘한게 느껴져서  순간 전 괜시리 겁에 질려 뒷걸음질치기까지 헀습니다  아내가 제게 묻더군요  ‘내가 뭘로 보이냐 ?’고...  이게 웬 뜬금없는...  그것도 유튜브로 추억의 영상 보다가  남편이 뒤늦게 들어온걸 알고 화들짝 컴퓨터를 큰 아내의  첫 질문 치곤 너무 어이없고 황당해서  ‘당신이야 내 아내지 뭘로 보이기는...’  그렇게 다소 어이없다는 말투로  답해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아내가 더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듯  다시금 절 바라보며 어이없어하더이다  그리고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와선  다시 묻더군요 ‘내가 뭘로 보이냐 ?’구  그래서 전 더 어이가 없어서  아내의 실명까지 순간 입에 담아올리며  ‘당신이 내 아내지 그게 뭐 달라질게 있느냐 ?’  이러고만 말았습니다.   처음엔 그저 사소한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또 그러더군요  두 번째로 한번은  제법 차분한 정장차림을 하고  제 앞에 와 서서 묻더이다  ‘나 보면서 느껴지는거 없냐 ?’구  전 뭐 처음엔 그 왜 흔히 말하는  아내가 가끔 남편한테 이뻐보이고 싶거나  인정받고 싶어하는  그런 심리인가 생각하고  ‘이쁘다’고 적당히 화답해주었는데  아내가 ‘그런거말고’   다시 묻더이다  자신이 뭘로 보이냐구  그래서 전 이번에도   ‘당신이 내 아내인게 뭐 달라진게 있느냐 ?’고  그리고  이 사람이 내가 자기 이름 잊어버릴까봐 이러나 싶어  아내의 이름은 물론 나이,생년월일,출신학교  가족관계와 고향 그리고 젊은시절 방송사 피디로  잠깐 일했었고 그 뒤에도 쭉 비슷한 업계에 종사하다  나랑 결혼했으며  지금도 이따금 방송,연예쪽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줄줄 읊어주었더니만...  아내는 이번에도 더 어처구니없다는 듯  피식 웃더이다  난 진짜 저 사람이 뭐 잘못먹었나  아니면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었나  쓸데없이 혼자 괜한 고민을 장시간 하게 만들더니   다시 얼마가 지나선  이번엔 좀 요상한 옷차림새  아니...요상한 옷차림새라기보다  좀 어려보이는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아니 옷차림새까진 뭐 그렇다치더라도  그러고보니 유난히 긴 흰 양말  굳이...말하자면 왜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이  졸업사진이나 소풍 혹은 행사장같은데서 신고 나오는  그런 아이들용 정장의 하얀 흰양말  특히 남자애들보다는 주로 여자애들이 주로 착용하는  그런걸 또 어디서 구했는지  일부러 신고 나와서는  다시 묻어디나  ‘날 다시 똑바로 봐보라’고  내가 누구인거 같냐...고   전 하도 귀찮고 어이가 없어서  다시한번 아내의 실명에서부터 인적사항을  줄줄이 읊어대려했더니  아내는 더 기가막힌 듯  이번엔 절 발길로 한 대 차더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가 뭐...꼰대나 여혐...솔직히 과거에  무슨 어설픈 페미까진 아니더라도 그래도  대체로 여성의 권위를 존중해주는편인  그런 인생을 살아온편인 사람이긴 한데  그런 제 입에서조차도  ‘하늘같은 남편한테 이게 무슨짓이냐’  는 말이 안 나올수 없게 만들더군요  다른건 몰라도...  남편을 발길로 찬다는건 좀 그렇지 않나요 ? -.-;;;;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그리 했기에  아내한테 백주대낮에 발길로   걷어차야기까지 해야하는건지  아내는 그러고도 사과한마디는커녕  뭔가 진심으로 토라진 듯  방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더이다   밤늦은 시간  아내가 거실에서 혼자 우는 것을  발견한게 그로부터 얼마지나지  않은때였습니다  전 가까이가서 달래줘야하나 뭘 어찌해야하나  좀 망설이면서도  일단 그냥 놔두는게 좋겠다싶어서  그냥 놓아두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지켜본 아내의 표정과 분위기  그저 단순히 저에대한 어떤 서운함 같은게 있어서  운다기보다는  어떤 알 수 없는 내면의 깊은 한이나 슬픔  또는 어떤 아쉬움이나 속상함  그런게 느껴지는  눈물이고 울음소리였습니다.   말없이 그런 아내를  잠시 바라보았습니다   아내가 집을 나간 것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렇다고 무슨  이혼이라도 해야할만큼 사태가 심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좀 의아하긴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나 집사람이나 어느덧  나이 50에 이른 지금  아내의 부모님 즉 장인,장모님은  이미 다 세상을 떠난 상태고  아내에게 아마 밑으로 네 살터울지는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신후엔 그때까지 살던집을 처분하고  지금은 경기도의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시점에서 굳이  아내에게 ‘친정’이란 개념의 집은  - 있다면 네 살어린 동생집 정도 – 없는 상태고  게다가 있다해도 아주 멀리 지방이나 이런대로  보따리를 싸갖고 갈 상황은 아닐텐데  물론 친구집이나 이런데  임시로 가 있거나 할수도 있겠지만  의아함과 불안함이 겹쳐서 떠올려지는 가운데  한 일주일 그렇게 연락도 없던 아내가  보따리 하나를 싸들고 돌아온게  그 정도 시간이 지난뒤의 일이었습니다   보따리 하나를 제 앞으로  툭 던져놓더군요  글쎄요...뭐 이혼하자고 짐보따리 싼걸  내놓은건 아닐테고  게다가 지금은 집을 나가는게 아니라  나갔다가 되려 돌아온 상황이니까요  아내는 뭔가 좀 화가난듯한 표정으로  그걸 풀러보라 하더라구요  도대체 뭐가 뭔지 전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일단 시키는대로 보따리를 풀러보았습니다  그러고보니 그 안에는  작은 옷 한 벌...대충 무슨 제복같아보이는  그리고 성인이나 사춘기 여학생이 입을옷은 아니고  대충봐도 대략 초등학교 5-6학년 정도  그 정도의 어린 소녀가 입을법한  딱 그 정도 분위기의 제복이더군요  옷을 대충 펼쳐보고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듯한  저를 보고 – 그러고보니 단복 자체가  뭔가...어디서 한번 본듯한 그런 느낌은 들더이다  다시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더군요  그리고 다시 뭔가를 하나  제 앞으로 툭 던져놓더군요  그게 뭔가 하고 봤더니  방송사 출입증이더이다...    아...  그러고보니  바로 문제의 TBC 방송사  출입할수 있는 어린이 합창단원용  출입증이었습니다  저는...너무나 놀라고 황당하기까지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았습니다  아내는 거듭 어이없는지  저를 한번 발길로 뻥 차보고는... -.-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제야 눈치챘냐 ? 이 바보야...’  아...참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그렇다면 정말  당신이 그때 그 소녀...   저는 너무나 반가움에 감격하여  아내를 와락 감싸안았습니다  아내는 그런 제 품안에서  뭔가...어이없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듯  그런 표정을 계속 짓고 있었고  저는 아내를 __안은채  대체 어떻게 이런 우연이...이런 인연이 있을수 있는지  하늘의 뜻인지 귀신의 조화인지  알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럼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때  짝사랑이라기보단 일시적으로  애틋한 감정을 품었던 그때 그녀가  지금 내 아내가 되어있다니  그리고 20년 세월을 같이 살면서도  지금껏 눈치를 못챘다니   생각해보니  그렇게 폐방된 방송사의 해체된 합창단  단복과 출입증을   그것도 40년 넘는 세월동안 폐기처분하지도 않고  지금까지 어디에 고이 보관해두고 있던 아내도  참 어지간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만큼 아내도 그때 그 일의  상처와 안타까움 애석함...  그 감정이 컸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40년 고이 숨겨두었던 합창단원 단복을  이제야 제 앞에서 공개하는 모습  너무나 놀랍고...  이런걸 참...신의 도우심이라 해야할지 귀신의 장난이라 해야할지  참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더 이상 무슨 표현이 떠오르지 않더이다   그날밤  아내와 알콩달콤 밤을새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그러고보니 아내와 산지는 어느덧 20년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자녀가 없어 그냥 이대로  우리 둘이 서로 의지해가며 죽는날까지 살기로 한  우리 두 사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나이 50을 이미 넘긴... - 게다가 저보다 두 살 연상인  아내에게서 더 이상  유튜브로 볼 수 있는 KBS 새가족 영상에서의  초등학교 5-6학년 소녀의 앳된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수 없다는게 아쉬움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40년의 세월을 돌아서  재회(?)하게 만들어준 신에게 감사드리며  그렇게 그날밤을  그 어느날보다도 편안하고 안온한 감정으로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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