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친구가 무속인한테 받아온 날짜때문에 결혼 미룬 썰

공지사항 25.10.21
작년쯤 식 올린 유부녀입니다.

요즘 주변에 결혼식이 많은데, 그때마다 신랑 친구네 커플이 무속인한테 받아온 결혼날짜 때문에,, 우리 예식을 미뤄야했던 울화가 치밀어올라 썰 풀어보려고 합니다 ㅎㅎ

우선, 문제의 친구는 신랑의 친한 남자 동생이었는데요. 남자끼리 워낙 친하대서 커플끼리 술자리도 몇번 가진 사이였어요.

여자친구분도 (A라고할게요!) 저랑 나이도 같고 신랑이랑도 원래 알던 사이래서 좋게 알고 지냈어요. 그러던 어느날 전해듣길 A가 무속인한테 결혼날짜 하나를 받아왔다더라구요. (여자쪽 집에서 무속신앙을 믿나봐요)

저희도 당시 결혼준비시기였는데, 제가 급 야외웨딩에 꽂혀 원하던 예식장을 빠르게 계약하게 되었어요.

날짜가 워낙 성수기이다 보니 1년전이어도 날짜가 거의 찼더라구요? 상담잡겠다고 홀에 전화를 몇백통을 걸었나 몰라요.

홀에 가서 방문 상담받다보니 A쪽 무속인 픽 날짜 일주일 전이 딱 괜찮길래 별 고민 없이 바로 계약을 했어요.

원하던 야외웨딩에 시간도 좋고, 딱 날씨 좋을 때라 너무 좋아서 가족과 친한친구들한테 날짜도 알리고 기대에 부풀었어요. 신랑도 마찬가지였구요.

근데 날짜를 알리자마자 A쪽 커플이 자기네가 받아온 날 일주일 전으로 잡으면 어떡하냐,, 하객도 많이 겹치는데 상도덕도 없냐,, 라고 연락이 왔대요. (아무리 친해도 제 신랑이 훨씬 형인데 다시 생각해도 속상해요.)

그래서 우린 신행도 너네 결혼식 갔다가 갈거고 (진짜 그럴생각하고 계약했음), 뭣보다 너넨 홀 계약도 안하지 않았느냐,,우린 인기홀이라 날짜변경도 어렵다고 했죠.

근데 A가 노발대발하면서 자기네도 무속인한테 돈내고 받은 날짜고, 먼저 찜해둔(?) 날짜인데 상의도 없이 일주일 뒤에 식을 잡은건 도리에 어긋나며,, 날짜를 안 바꿔주면 A가 그 해에 결혼을 안하겠다고까지 했다더라구요.

A 입장이 너무 강경하다고 하길래 (날짜 컨트롤 하나 못하는 남자랑 어떻게 결혼하냐고 했다고 함) 그럼 우리가 언제로 바꾸면 되냐고, 홀 쪽에 가능날짜를 확인해보겠다고 했어요.

근데 여기서 더 울화가 치밀어오르는게,, 자기네 날짜 앞뒤로 2-3개월은 피해달라더라구요;; 본인들은 홀도 안 알아봤으면서 우리의 야외예식은 쌩여름이나 쌩겨울에 하라는..^^;

무튼, 우린 야외웨딩이라 날씨도 중요하고, 식이 비교되는게 싫으면 우리가 뒷날짜로만 바꿈 되지 않냐고 절절 맸구요. 간신히 뒷날짜면 된다고 컨펌을 받았어요.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참,, 아예 같은 날짜도 아니고, 개나소나 결혼하는 극성수기였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가요.

결국 홀이랑 환불불가 서약서 쓰고, 리스크 감당하면서 A의 무속인픽 날짜 일주일 뒤 저녁타임으로 간신히 변경했어요.

근데 여기서 끝이아니구요,, 신랑이 그래도 친한 동생인데 이런 이슈가 생겨 마음이 쓰였나봐요.

양보하는 김에 저랑 가기로 했던 호텔을 그쪽 커플한테 양도하자고 하더라구요. (동생이 맘고생하는게 불쌍하다며,,,고생은 우리가하는거 아니냐,,)

아휴 그때 제가 그걸 왜 줬나 아직도 사묻히게 후회하는데, 맙소사 우리가 양도한 호텔에서 남자가 A한테 프로포즈 쇼를 펼쳤어요. A는 우리가 양도한 곳이란걸 지금까지 모르구요...

신랑은 이미 준건데 어쩌냐고 우리가 이해하자고 하고,, 와중에 프로포즈 쇼가 실시간으로 인스타 올라오는데 ㅋㅋㅋ
또 그와중에 A가 저를 언팔도 했더라구요;

생전 처음 보는 인간 유형에 어이도 없고, 황당하고 무례하고 억울하고,, 살면서 특별히 누군가를 미워해보지도 미움을 받아본적도 없던 것 같은데 당시에 참 많이도 울었어요.
(신랑이랑도 이문제로 많은 얘길 했지만,, 지는게 이기는거다라는 논리에 제가 졌어요)

각자 결혼날짜가 다가오니 그~~~래도 한번 만나서 청모도 하고 회포 좀 풀까 했는데, 청첩장은 저희만 챙겨갔구요..^^
저도 싫은 소리 못하는 순둥이라ㅠ 그날 화기애애하게 잘 놀다왔지만, 지금까지 우리의 양보에 대한 어떠한 사과나 고마움의 표현도 받지 못했습니다.

결혼식도 저희는 그쪽 예식 참석했지만, 그쪽은 신행 가느라 우리 식 안 왔구요...^^ (차라리 안와서 좋았긴함)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누그러질 줄 알았는데, 주변에 날짜 겹쳐도 기분 좋게 결혼하는 친구들 보면,, 저랑 남편은 참 물러터졌구나 싶어 더 화가나는 요즘이네요.

제 친구들도 입을 모아 A를 욕해주면서도, 찍소리 못하고 전부 양보한 우리 부부가 제일 호구 ㅂ신이라고 하네요.

이상 신혼 유부녀의 신세한탄이었습니다!

잊고 살고 싶은데 문득문득 이 일이 생생하게 떠올라서 힘들고 괴로워요..
어떡해야 이 응어리가 풀어질지 조언 좀 해주십쇼..
(다행히 남편이랑은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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