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며칠 전 갑자기 남편이 죽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힘들고 아프고...
글로 표현하면 조금 나아진다고 하여
여기에 몇 글자 끼적여봅니다.
23살에 만나 26살에 결혼해 올해로 결혼 만 20주년이었습니다.
그 사이 아들 2명을 낳아 싸우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그렇게 생활을 했습니다.
평소에도 사람과 술 그리고 운동을 좋아했던
남편... 그런 것들 때문에 결혼 초에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매번 같은 이유로 싸우기 싫어
어느 순간 남편을 이해가 아닌 포기가 되더라구요.
운동을 하는 둘째를 위해 시간은 낼 수 없어도
자신이 하는 운동에는 시간을 내는 사람...
다른 아이들은 잘 한다고 최고다라고
칭찬하면서..
정작 자기 아들들에게는 인색한 사람...
가족과의 시간보다 자신의 주변 인들과의
시간이 중요한 사람...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끝까지 하는 그런 사람이였죠.
그래도 내 남편이고 아이들의 아빠이고.
그리고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우리 남편...
결혼 20주년이라고 그동안 고생했다며 여행가라며
백만원을 주더라구요.
그래서 둘째와 일본 여행을 가게 되었어요.
같이 가자고 했는데 추석 연휴 후 바로 연차쓰기
힘들다고 했던 남편...
일본여행 마지막날 새벽에 남편으로부터
보이스톡이 왔어요.
자기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서...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외도를 했다고... 그 여자와 모텔에 들어가기 전
그 여자 남편을 만나 싸움이 나서 상간에 대한
합의금 6천4백만원 폭행에 대한 합의금 5천만원을
요구한다고... 그 남편이라는 사람이 계속 전화와
문자로 돈을 주지 않으면 가족들을 칼로 찔러 죽인다고
연락이 와서 힘들다고..
지금 아파트 옥상에서 죽을려고 한다고...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정신이 없었어요.
옆에서 자고 있던 둘째아이도 어떤 상황인지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남편에 죽지 말고 기다리라고 집에 가서
이야기 하자고 말하며 거의 2시간 가까이 통화를
했어요.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오는 길에 울기만 한거 같아요.
집으로 돌아와 남편을 만나 이야기 하는데
미안하다고 실수였다는 이야기만 반복했어요.
한참을 일방적으로 소리지르면서
뭐라고 하고 울기도 하고...
그렇게 날이 밝아 왔어요.
아침에 일어나 남편은 샤워를 하고 회사에 출근했어요.
그 모습도 보기 싫어 눈을 감아버렸네요.
그렇게 남편이 나가고 얼마 후 전화가 왔어요.
어제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서...
합의서가 2장이라고..
왜 합의서가 2장인지 물어보니
이미 한번 걸려서 그 여자 남편과 합의서를 쓰고
3천2백만원을 주었다고 했어요.
다시 한번 더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였어요.
그래서 나는 너를 살지 못한다.
이혼해 달라. 나도 합의금 주라고 이야기 했어요.
그렇게 통화가 끝나고 다시 전화를 걸어
빨리 시간 내 합의금 주라고 내가 집을 나가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통화를 끝냈어요.
그때도 남편은 실수였다 미안하다라는 말만
반복했어요.
네일샵예약이 있어 받고 있는데
기분이 이상해 전화를 하는데
계속 통화가 되지 않아 너무 불안했어요.
그래서 네일 끝나고 바로 근처 지구대로
가서 신고를 했어요.
제발 아무 일도 없길 바라며....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30분쯤 뒤
찾았다며 연락이 왔는데...
이미 한참 전에 죽은 것 같다며
사후경직도 되어 있고 심폐소생도 필요 없다고...
아마 지속적인 협박에 멘탈이 무너져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아요.
그 후 장례식 내내 많이 울었네요.
어떻게 그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게...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장례식장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왔더라구요.
나중에 확인했는데 남편 핸드폰으로
죽은 날. 다음 날 그 여자와 그 남편이
전화를 했더라구요.
아는 사람이 그러는데
진짜 죽었는지 확인하러고 장례식장에
온다고도 했답니다.
그렇게 장례식 마지막날
남편을 화장하면서 아이들과 약속했어요.
이제 울지 않겠다고...
남편을 그렇게 떠나보고 채무조사를 하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대출금이 1억이 훨씬 넘게
있더라구요.
큰시누는 생활비 받으면서 생활 했을텐데
대출금이 있는지 몰랐냐면서요.
저 이제까지 남편에게 생활비 받아 본 적이 없었어요.
남편이 통신비.아파트관리비.보험료 내고
입고 먹고 아이들 용돈도 다 제 월급에서 다 해결했어요.
평소 남편이 자신 월급 3백도 안된다고 했는데
이번에 보니까 5백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이고
보너스 없다고 했는데 명절. 연말에 2백 넘게 나왔더라구요.
남자 밖에 나가 기 죽으면 안된다고
나와 아이들은 인터넷으로 싼 거 쓰고
남편은 백화점에서 옷 맞춰 입히고.
아침에 꼭 밥상 챙겨 주고
하고 싶은거 있다고 하면 내가 카드 빚이라도
내서 해 줬는데...
그렇게 20년을 살았는데
남는 것은 배신과 대출금 뿐이네요.
남편의 물건을 정리하는데
다 메이커에 맞춤 정장에 맞춤 셔츠에...
정말 바보처럼 살아온 것 같아요.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너무 힘들고 우울합니다.
남편의 배신감에 치가 떨리지만
그래도 옆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쯤 이 고통이 끝날까요?
두서없이 긴 글이지만 이렇게라도
끼적이니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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