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임마다 느끼는 이 마음, 정상일까?

공지사항 25.11.19
안녕하세요.
조금 일찍 결혼했다면 일찍한, 올해 서른여섯살 여자입니다.
26살에 결혼해 바로 아이가 생겼고, 지금은 10살 딸을 둔 엄마가 되었네요.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지쳐버린 제 마음을 스스로라도 붙들어보려고, 그리고 제가 느끼는 감정이 과한 건지 아니면 정말 문제가 있는 상황인지 객관적인 조언을 듣고 싶어서입니다.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부끄럽지만 제 가족사를 적어봅니다.

저는 장녀이고, 네 살 어린 여동생이 있습니다.
제가 26살에 결혼했을 때 집안 사정은 좋지 않았고 부모님의 지원도 거의 없었습니다. 결혼식 전날까지도 어머니께 생활비를 드리고 있었고, 신혼여행도 여윳돈 하나 없이 떠났습니다. 신혼여행 경비로 쓰려고 있던돈 다드리고 마지막으로 따로 조금 챙겨둔 30만원마저 결혼 당일 아침 화를내며 어머니께서 가져가셨습니다. 불행했던 결혼식 당일이었어요
30만원 사실 그거 들고 어딜갑니까 .

그때 느꼈던 허무함과 서러움, 한푼없이 떠나는 첫 해외여행에 대한 두려움
그런 저의 신혼여행을 마음으로 경제적으로 온전히 지지해준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모두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보낸 제 결혼식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바 한 번 제대로 안 하던 동생은 엄마가 보태준 돈으로 한 달 가량 미국 여행을 떠났습니다.
저는 결혼식 비용도 부족했고 신혼여행도 빠듯했으며, 하루하루 먹을 돈조차 넉넉하지 않았는데 동생에게는 ‘경험’이라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돈이 쓰이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에 큰 금이 생겼습니다.

저는 대학 시절 내내 학기중이며 방학이며 밤 열시까지 일을 했고, 알바비 절반 이상을 엄마께 드렸습니다.
반면 당시 동생은 노트북도, 학원도, 필요한 건 대부분 지원받았고 알바조차 제대로 오래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늘 ‘왜 이렇게 선택적인 지원을 하는거지?’ 하는 질문을 마음속 깊이 숨기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
때문에 결혼을 빨리 했던 것도 같구요 .
아가씨시절 어차피 곧 결혼하니까 방은 동생주고 냉장고방에서 잠만자고 나가라던 말도 두서없이 떠오르네요 ㅎㅎ


결혼 후 생긴 아이는 제 삶의 가장 큰 선물이었지만, 동시에 정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어린나이에 결혼을 하여 공감해줄 친구도 도와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
남편은 야근이 많아 늘 혼자 아이를 돌봐야 했고, 산후 우울증도 혼자 감당해야 했습니다.

아이를 낳기 한 달 전까지도 엄마는 한 번도 아이 용품을 보러 가자는 말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너무 서러워 긴 메시지로 제 마음을 털어놓고 나서야 겨우 연락이 오더군요.
아직도 꾹꾹 눌러담던 메세지가 기억에 남네요
인생의 가장 중요하고 힘든 순간들의
아픔은 사진처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제 딸도 저도 어렸던 제 인생의 가장 힘든시절 동생이 저희 집에 온 건 단 한 번뿐이었습니다.
그날은 남편이 출장 다녀오며 장모님과 처제에게 화장품을 사왔다고 했고, 그 얘기를 들은 엄마와 동생이 오랜만에 저희 집에 왔던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남자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한 시간 정도만 있다가 먼저 나갔습니다.

저는 엄마와 이야기를 더 나누려고 집에 남아 있었는데, 그때 엄마 휴대폰에서 스피커로 새어나오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내 립스틱 꼭 챙겨와.”

방금 나간 동생이 엄마에게 건 전화였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렇게 이외에도 수많은 일들과 감정이 쌓여 있었지만, 몇 년 전 동생이 미안했다며 사과했고 저도 마음을 열어가며 서로에게 다시금 좋은 관계로 향해가는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연말, 또다시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동생과 새해 인사를 주고받고 있던 중, 인스타 스토리에 엄마, 이모, 할머니, 사촌들까지 모두 모여 연말 파티를 하는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저희 가족만 빼고요.

당시 연말이었고 친구들도 결혼한 언니와 함께하는 스토리며 게시물이 올라와 좀 더 복받쳤는지도 몰라요

본가는 일산 저희집은 영등포쪽이라 집이 멀어 우연히 그랬나 스스로를 위로해보려 했지만, 초대조차 없었다는 사실에 대한 서운함이 더 컸습니다.
게다가 사촌동생은 “언니 왜 안 왔어? 같이 먹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메시지와 사진들을 보냈고 서운함이 깊게 마음을 찔렀습니다

용기 내서 가족 단톡방에 제가 느낀 서운함을 말했고, 동생은 “생각이 짧았다,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이야기하고 나니 그래 오해겠지 하는 마음이 크더군요
그렇게 당시 잘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사촌동생이 저희 집에 와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날 이후 가족끼리 또 술자리가 있었는데, 동생이 먼저 제 이야기를 꺼내며 그게 기분나쁠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더군요

저는 화가 나서 동생에게 물었고, 동생은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오히려 사촌동생이 그렇게 말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제 동생을 믿기로 했습니다. 사촌동생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내 마음을 이야기 하고 동생과 털어놓으니 훨씬 마음도 괜찮아지고 서로가 조금 더 각별해지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이번 추석.
추석 당일 저희 가족만 먼저 방문했고, 엄마 혼자 계셔 조용히 식사하고 왔습니다.

동생은 예비신랑과 다음날 방문한다고 했고, 그날도 지난 연말과 똑같이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또 사촌동생이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엄마, 이모, 할머니, 동생, 동생 예비신랑까지 모두 모여 회와 새우, 술을 차려놓고 파티를 하는 사진이었습니다.
추석겸 동생이 “새우 먹고 싶다”고 해서 잡힌 자리라는건 후에 동생이 말해주더군요 .

사촌동생은 당일 동생에게 연락받고 그 자리에 갔고 제게 언니도 오늘 왔으면 좋았을텐데 라며 사진과 함께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지난 연말과 똑같은 상황이었습니다

‘너희도 다음날와 다같이 맛있는 것 먹자’ 라는 말한마디 해주는 제대로 된 어른 하나 없다는 설움과
‘내일 맛있는 것 먹기로 했는데 언니네도 내일 같이가자’ 라고 이야기 해주는게 뭐가 그리 어려웠을까? 하는 도돌이표 같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어 잠이 안오더라구요


사촌동생은 저를 많이 따릅니다 .
산후 힘든시절 어린 스무살임에도 재미도 없을 우리집에 자주 와서 아이보는일도 도와주던 아이입니다 . 그럼에도 모든상황이 모순인지라 제게 메세지 주는 사촌동생도 엇나가게 생각하는 제가 싫더군요
모든상황이 잘못됐다고 느낀 것 같아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후에 다시 동생에게 물으니 그러더군요
언니가 너무 일찍 결혼해서 분리된 가정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고 그리고 이야기를 전하는 사촌동생에게 화가 난다고 때문에 언니랑 사이가 멀어지는 것 같다고 .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내게 왔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전하는 사촌동생이 잘못된걸까
알면서도 굳이 얘기하지 않은 동생이 잘못된걸까
왜 자꾸 비슷한 맥락의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날까

또 다시 새삼스레 느껴지는 복잡하고 서운한 감정에 혼자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남편에게도, 제 감정을 느꼈을 딸에게도 미안했습니다.


스무살에 만나 6년이라는 연애 후 결혼한 남편은 이제와서 하는말이지만 항상 마음아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찍 결혼해 데리고 오고 싶었다고 .
그 말을 들으며 마음이 더 아프고, 또 고마웠습니다.


저만 이겨내면 될 일일까요?
이제는 더 아플 마음이 없이 지치네요
그냥 쓴 웃음만 납니다


곧 결혼을 앞둔 동생이어서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지난 결혼당시 서운했던 마음도 또 다시 울컥울컥 떠오릅니다

이번 추석 이후로 모든게 고의였을까 하는 의문도 들고 하나하나 자꾸 이런 기억만 떠올라요
못벗어나는 제가 너무너무 싫습니다 ..
잘지내고 싶어요 그냥 다른 가족들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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