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6살 아이의 첫 등교

공지사항 25.11.29
만4세, 한국나이로 6살 아이의 첫 등교날 아침, 아이는 겁먹은 표정도 놀라는 표정도 아니었다. 오히려 나와 아내만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그 첫 등교를 노심초사 걱정하고 있었다. 혹시 적응을 못하면 어쩌나, 하루 종일 울면 어떡하나… 오전 8시 45분부터 오후 3시반까지 7시간 가까이 말이 안 통하는 낯선 환경에 놓여진다는 것은 어른의 상식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동양인 아이는 아이가 유일한 것 같았다. 영국 아이, 인도와 중동 아이들 사이에 섞인 유일한 동양인 아이의 모습이 생경하다. 아내는 오줌 마려워요, 응가 마려워요, 화장실이 어디에요, 이 세 마디의 영어발음을 한글로 적어 아이에게 쥐어 주었다.

아이도 그런 상황은 알고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 튼튼영어를 몇 개월 하였지만, 그것으로 턱없이 부족하였고, 자신도 영어를 못 알아듣겠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고 웃고 떠들고 있었다. 이 아이가 한국에서 어린이집을 처음 갈 때에 울고불고 하면서 몇 주 간 등원 거부로 고생했던 전력이 있어 더욱 걱정이 되었다.

드디어 8시 45분, 교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들어간다. 안내하는 선생님이 알아보고 아이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아이는 씩씩하게 안 가겠다는 말 한마디 없이 선생님과 함께 입장한다. 그의 영국에서의 정규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아내는 눈물을 찔끔 흘리고 있었다.

하루 종일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아이가 하루 종일 울 경우, 나에게 전화를 한다고 하였기 때문에 전화를 항상 신경썻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3시가 되자, 나는 수업을 끝내고 학교로 갔다. 3시 반 아이가 나온다. 얼굴에 웃음기가 있다. 씩씩하게 걸어 나온다. 웃으면서…

어땠냐고 물었다. 재미있었단다. 혹시 울지 않았냐고 물었다. 머뭇머뭇하더니 딱 한번 울었단다. 왜 울었냐고 하니까, 선생님이 자기 이름을 쓰라고 하는데, 이름을 영어로 못 쓰겠어서 울었단다. 운 것은 그렇다쳐도 영어를 모르는 아이가 이름을 쓰라고 한 말을 어떻게 알아들었을까…?

​그리고 또 어땠냐고 마구 물어보았다. 아이가 너무 대견해 마구 칭찬하고 안아주면서 물어보았더니, 맛있는 것이 많았다고 한다. 토마토, 옥수수…요플레도 있었어! 그런데 (쌀)밥은 안주던데?? 친구들 이름은 기억나는게 있냐고 하니까 들었는데 모르겠단다.

아이는 한국 나이로 6살이지만, 한글도 다 읽고 말도 많은 아이인데, 거기서 답답해서 어떻게 지냈을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의외로 아이는 적응을 한다. 학교에 인도계와 아프리카계 등 다양성이 강한 것 같아서 그것이 어찌되었건 선호되는 환경이 아니라고들 해서 걱정도 했지만,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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