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인해 어머니와 형님이 아파트 분양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소 두서 없고 내용이 길더라도 이해바랍니다.
저는 현재 40대 가장으로 2017년에 분양 받아 입주한 경기도 외곽 30평대 아파트에 아내와 초등 아이 하나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아직 대출금 8천만 가량 남음)저희 어머니와 형은 같이 살고 계신데 그 지역이 재개발이 되어 내년 1월에 입주 예정입니다.재개발 지역에 오래 살면서 어머니 명의의 집(빌라)이 하나 있고 어머니가 오래전 형 명의로 사둔 집(빌라)이 하나 있어서 재개발로 인해 아파트 두 채를 받습니다.(20평대 하나, 30평대 하나) 제가 신경쓰지 않아서 조합원으로 받는 아파트는 얼마며, 어떻게 갚아 나가는지 모르겠지만 어머니와 형이 둘이 같이 갚아 나갈 겁니다.한번도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는 어머니와 형은 새아파트에 들어 가서 살 수 있다는 설렘에 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십니다.(특히 형님이)저도 이젠 번듯한 집에 살게 될 어머니와 형 생각으로 좋은 마음에 집에 대한 같이 이야기를 많이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다 저희 아이의 교육문제 때문에 재개발이 다 되면 어머니 집으로 저희 부부와 아이가 들어가 살기로 했고,형 집에는 어머니와 형이 살기로 가볍게 이야기가 되었습니다.그래서 제가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에게도 연말에 이사갈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직원이 제 이야기를 듣더니 "아 그럼 어머니 집에 들어가 살면 나중에 어머니가 집 OO씨한테(저) 주시겠네"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그건 어머니 집이고 제가 잠시 들어가 사는거라 저 안주실걸요?" 했더니,"어머니가 형 집 마련해 주셨으니, 어머니 집은 OO씨 주겠지" 하시더라구요.
전 지금까지 그런 생각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얘기를 들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어머니가 형 집은 해주셨는데 내 집은 해주지 않으셨구나.
그리고 현재까지 어머니가 일 다니시면서 모아 놓은 돈을 모두 형과 어머니 양쪽 집 집 분담금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형이 가지고 있는 돈도 포함되겠지만, 어머니가 평생 버신 돈도 포함됩니다.(집 두 채로 인해 어머니와 형 돈의 경계가 사라졌습니다. 그냥 둘이 함께 쓰는 돈으로 된 것 같아요. 마치 부부처럼)앞으로 어머니는 연세가 많으셔서 경제적인 일은 하기 힘드십니다. 결국엔 지금까지 모아 놓은 돈의 상당수가 형 집으로 간 것이죠.(집도 어머니 집은 20평대로 옵션을 하나도 안했으며, 형 집은 대리석 바닥에 기타 옵션까지 많은 옵션으로 계약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부부가 어머니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던건 무산됐습니다.어머니와 형이 평생을 같이 사셔서 이젠 떨어져 살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어머니는 어머니 집에서, 형은 형 집에서 살기로 해서(어차피 같은 단지라 가까운 곳에서) 저는 어머니 집으로 들어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해가 갑니다. 평생 붙어 사시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지긋지긋하다는 얘기를 어머니에게도 종종 들었으니까요.
저희 형은 어려서부터 말썽도 많이 부렸고(가출이라든지), 대학도 가지 않았으며(어머니와 형 말로는 대학등록금 걱정 때문에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등학교때부터 시작한 주점 알바로 인해 성인이 돼서도 계속 주점 매니저 등을 하다가 개인 가게를 차렸지만 잘 되지 않아 몇 년 하고 접었습니다. 가게를 하면서 중간에 업종 변경도 했었는데 잘 안되었어요. 군대도 허리 디스크로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혼도 하지 않아 현재 어머니와 계속 같이 살고 있습니다.그래서 어머니에게 형은 아픈 손가락이라고 합니다.
저는 큰 말썽 없이 평범하게 자랐으며 비록 비루한 대학이지만 대학도 나왔고 때 돼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서 형에 비하면 어머니가 크게 신경쓰이는 아들은 아니었습니다.30평대 아파트도 분양 받아서 잘 살고 있으니 어머니는 제가 큰 걱정은 되지 않으실 겁니다.
아마 형 집은 형이 먼저 결혼을 할 줄 알고 어머니가 작은 빌라라도 하나 형 명의로 사놓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장남과 막내라는 차별에 많은 서운함을 느끼며 자랐습니다.소소하지만 할머니가 형에게는 사탕을 한움큼 주고 저는 반만 준다던가, 세뱃돈을 받으면 형은 만원 저는 오천원이라든가, 형만 한약을 먹인다든가,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이 형이랑 같이 먹을 때와 저하고만 먹을 때 반찬이 달라 진다든가.. 이런 소소한 것들이 이 나이가 돼도 전 기억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어머니가 집마저 내 생각은 안하시는구나 생각이 들어얼마 전 어머니와 통화를 하던 중 제가 얘기를 꺼냈습니다.약간은 장난식으로 어머니가 형은 30평대 집을 해주셨으니 어머니 집(20평대)은 나중에 재산 물려 주실 때 저한테 주시겠죠? 했더니 웃으시면서 대답을 피하십니다.그건 어머니 노후자금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일하느라 바쁘다며 끊자고 하십니다.
제가 지금 당장 어머니 명의의 집을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재산 물려 주실 때 형은 30평대 해주셨으니 20평대는 나를 주겠지? 한건데..그리고 그게 꼭 진심은 아니더라도 어머니께서 그러겠다 라는 말 한마디 듣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끝까지 그런 말씀은 안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다시 한번 역시 장남을 챙기시는 구나, 나는 그냥 평범하게 자라서 내가 집 분양 받아서 아이 낳고 사는 것이 오히려 잘 사는 것으로 보이고 단점이 되는 거구나, 어머니는 이런 나를 보고 전혀 신경쓰지 않는 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저희 어머니는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형은 대학도 안갔는데 너는 엄마가 등록금도 다 대주고 자취방 월세도 다 대줬는데, 형은 그렇게 해주지도 못했는데, 넌 이제 엄마 집까지 달라고 해? 철 없는 것.그리고 제가 결혼할 때 어머니가 5천을 해주셨는데 여기에는 제가 결혼 전 모은 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른게,형이 대학을 가지 않아 등록금을 해주지 않으셨어도 형 가게를 운영할 때 어머니가 금전적으로 많이 지원을 해주셨을 겁니다. 저희 형 혼자 벌어서 가게를 절대 운영하지 못합니다. 가게가 잘 되지도 않았구요. 가게 종목을 바꿨을 때도 어머니가 지원을 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는 어머니가 어머니 집은 저한테 물려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이게 진심일지 그냥 하시는 말씀인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언짢아 하는걸 계속 보시니 그러겠다고 하셨어요.
저희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하시고 혼자 공장 다니시며 두 아들을 키우셨습니다.그런 은혜를 저도 충분히 압니다. 그래서 저도 항상 어머니께 잘하려고 하고 어머니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차별을 당하고 있고, 죽을때 까지 차별을 받겠구나제가 어머니를 생각하고 위하는 만큼 어머니는 나를 생각하지 않으시구나결국 어머니에게는 형이 최우선이구나이런 상대적 박탈감이 많이 듭니다.
제가 어머니께 집 관련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어머니 성격상 앞으로도 제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으실 겁니다.그냥 넌 결혼해서 나가서 알아서 잘 사는 애.. 형은 끝까지 내가 챙겨 줘야 할 장남..아마 형 집은 형 집, 어머니 집은 나중에 니네가 나눠 가져. 이렇게 하실 겁니다.어머니는 현재 조합원으로 분양 받는 집에 들어 가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일하기도 힘들고 해서 평생 다 갚지 못하고 월세 사는 식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혼자 평생 일궈온 재산을 가지고 속물처럼 이러는 제가 저도 싫습니다.하지만 자꾸 맘이 풀리지가 않습니다.그냥 이런 생각 하지 않던 때로 돌아 가고 싶습니다.지금은 아무리 어머니와 형과 잘 지내고 싶어도 연락을 선뜻 하지 않게 됩니다.어머니가 어머니 집은 저한테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지만, 형 집은 30평대 풀옵션에 어머니 통장의 돈도 다 갖다 쓰는 것을 생각하면마음 속 응어리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제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지금까지 키워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데 이 나이가 되도록 철이 없는 걸까요?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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