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대 초반이고요. 제가 연년생남동생을 둔 장녀인데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동생이랑 저를 편애하고 가스라이팅하고 스트레스 푸는 도구로 써서 어렸을 때는 진짜 엄마랑 더이상 같이 살면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대학을 아무도 모르는 타지로 왔어요.
그러니까 저는 스무살이 됐을 때부터 엄마 곁에서 떨어져서 혼자 살았고 2017년도에 엄마랑 아빠가 이혼을 하셔서 그때부터 엄마를 아예 안 보고 살았어요.
저는 엄마를 생각하면 힘들고 우울하니까 일부러 엄마 생각 안 했어요. 솔직히 보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안 들었어요. 그런데 올해 유독 힘들었어서 심리검사를 하니까 제가 엄마가 너무 미워서 미운 마음이 커서 그게 아직까지도 박혀있다고 하더라고요. 상담 선생님이 성인이라면 독립을 할 줄 알아야 한대요. 엄마를 탓하고 미워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문제해결을 하고 혼자 일어설 줄 알아야 독립을 하는 거래요. 상담을 받으면서 엄마를 마주 볼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그래야 제가 안 힘들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고 두시간 동안 통화를 했어요.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 아빠가 초등학교 때 집을 떠나 타지에서 일하느라 아이 둘을 키우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 의지를 한 거래요. 동생이랑 차별할 생각은 없었고 똑같이 사랑 주면서 키운 것 같은데 제가 그게 상처가 됐으면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하더라고요.
엄마가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딸을 안 봤으니까 변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2주 전쯤에 너무 아파서 힘들어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어요. 8년 만에 엄마 보고 집에 와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엄마가 서울로 와서 얼굴을 봤어요.
그리고 다음날에 엉엉 울면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제가 너무 아파서 혼자 못 두겠대요. 일 하라는 말도 못 하겠다면서 그냥 다 정리하고 본가와서 쉬래요. 저는 그 말을 믿었어요. 저도 지금 혼자 서울에 있는 건 힘들 것 같아서 2월달에 중도퇴거를 한다고 신청했어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요. 저 보고 본가 오면 언제 서울 올라갈 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제가 엄마한테 여름에 호주 가겠다고 말했는데 본가에 있는 대학교 조교 1,2년 계약직을 권했어요. 제가 돈이 급했는데 조교일을 하면 돈을 주겠다, 안 하면 안 주겠다. 이렇게 저를 떠보고 협박을 하는 것 같았어요.
돈은 끝까지 안 줬어요. 저한테 리볼빙을 받으래요. 지금 직업이 없는데 대출은 되겠냐고 리볼빙 하래요. 주변에서 리볼빙은 절대 하지 말라고 해서 결국 비상금대출신청했어요.
저는 여름에 호주 워킹홀리데이 가기 전까지 계획을 다 세워놨어요. 자격증을 따고 내년에 취직을 해서 5월에 만기퇴거를 하게 되면 두달 동안 아빠랑 살다가 호주를 가려고 했어요. 서울은 인프라가 정말 좋은데 해야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저는 오랜만에 만난 엄마가 엉엉 울면서 본가 내려오라고 빌길래 그거 하나 때문에 중도퇴거를 하겠다고 한 거에요.
근데 엄마가 이제와서 저한테 이러네요. 중도퇴거한 건 니 선택인데 왜 자기 탓을 하냬요. 저는 서울 온 지 3년이고 대구에서 6년을 살았고 인천에서 1년을 살았어요. 대도시에서만 10년을 살아서 아무것도 없는 시골 본가에서 어떻게 사나 걱정이 많이 됐어요. 그래도 가족이 있으면 혼자 있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이제는 본가 내려오지 말고 서울에 있으래요. 아빠도 저한테 같이 살기 싫다고 해서 집을 2월에 빼기로 했는데 7월에 워킹홀리데이 가기 전까지 있을 곳도 없어진 것 같아요. 그래도 네이버 부동산에 단기임대 찾아보니까 방은 있더라고요. 2월에 퇴거하면 호주 가기 전까지 방세는 내주겠대요. 그런데 본가는 오지 말래요.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 오랜만에 본 엄마가 엉엉 울면서 본가 오라고 딸이 아파서 아무것도 못 시키겠다고 그냥 본가 와서 쉬라고 하면 방을 뺄 것 같아요 안 뺄 것 같아요...? 이것도 제가 선택한 거라고 엄마탓 하지 말래요. 지금 모든 것을 엄마 탓을 한대요.
저는 정말 여름에 호주를 가려고 돈 모을 생각 밖에 안 했어요. 제가 아무리 아파도 얼른 나아서 취직하려고 했어요. 근데 2월에 본가를 간 건 진짜 엄마가 울면서 빌었기 때문이지 엄마가 만약에 안 울었으면 저는 계속 서울에 있을 것 같거든요? 제가 잘못을 한 건가요?
저는 엄마를 8년 안 보면서 잘 살았고 엄마도 8년 동안 많이 변했을 거라고 기대를 했어요. 근데 하나도 안 변한 것 같아요. 지금 저는 왜 아프고 힘들 때 차라리 119를 부를 걸. 왜 엄마를 불렀나 후회가 돼요. 엄마를 계속 보면 스트레스 받아서 더 아플 것 같은데... 저는 진짜 이제 아프기가 싫어요. 딸이 엄마를 계속해서 안 보고 살면 제가 나쁜 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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