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0년 가까이 된 친구가 있습니다.
서로 힘든 시절도 알고, 연애사도 다 알고, 가족 얘기도 스스럼없이 나누던 사이였어요. 저에게는 정말 가족 같은 친구였고요.
문제는… 최근 몇 개월 동안
그 친구가 힘들 때마다 연락이 오고
감정을 쏟아내고
울고, 화내고, 답답하다고 하고 그때마다 저는 걱정됐고,
한참 전화 받아주고, 조언도 해주고,
시간 내서 들어주려고 진심으로 노력했어요.
근데 이게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통화가 ‘대화’가 아니라
저는 그냥 감정을 받아내는 사람이라는 걸요.
제 이야기를 꺼낼 타이밍도 없고
제가 무슨 말을 하면 중간에 끊기고
제가 느낀 감정이나 생각은
자리를 얻지 못했어요.
한 번 두 번이면 이해하죠.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으니까요. 근데 그게 몇 달이고, 패턴으로 굳어지니까
저도 지치더라고요.
제가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어요.
“나도 말할 기회를 줘.
대화가 일방향이면 힘들어.”
라고요.
그랬더니
“최근에 바빴고, 몸도 안 좋았고, 환경이 힘들어서 그랬다.
고칠게.”
라고 하긴 했는데…
그 말을 듣고도
제 안에서는 이상하게 해결된 느낌이 없어요.
왜냐면 그 친구는 그저 감정이었겠지만, 저는 그 감정의 여파를 온전히 받았으니까요...미안하다는 말보다 먼저, 그동안 쌓인 결과가 너무 선명했어요.”
결과적으로 저만 계속 감정이 소모되었고
기다렸고
걱정했고
혼자 생각했고
제가 감당했던 감정들은
설명이 안 되더라고요.
요즘은
연락이 와도 반가움보다
‘또 감정을 받아줘야 할까’ 하는 부담감이 먼저 듭니다.........
한때 정말 소중한 친구였는데
지금의 관계에서는
제가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한 느낌이에요.....
여러분은
오래된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경계’라는 걸 설정하시나요?
연락을 줄이고 거리를 두는 게
배신일까요,
아니면
스스로를 지키는 최소한일까요?
댓글로 다른 분들의 경험이나 생각 듣고 싶어요.
(댓글은 자신을 나타내는 얼굴입니다. 비방 및 악성댓글을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