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0대 자녀 둘을 둔 가장입니다.
아이들이 한창 사춘기라 요즘은 엄마에게 더 붙어 있고, 저에겐 예전보다 말수도 줄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예쁘고 사랑스럽고, 존재만으로 제 삶의 원동력이 됩니다. 그냥 집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놓입니다.
저는 어릴 때 많이 맞고 자랐습니다.
주로 어머니에게 맞았습니다. 아버지는 엄하긴 했지만 신체적인 체벌을 하신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반면 어머니는 같은 일이라도 그날의 기분에 따라 화를 내거나 매질을 하셨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느꼈습니다.
이건 ‘사랑의 매’가 아니라는 걸요.
훈육이라기보다 분풀이에 가까웠습니다. 한바탕 매질이 끝나고 나면 미안한지 잘해주려는 모습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자라서인지 눈치를 많이 보게 됐고,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게 어렵습니다. 폭력이라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서, 누가 저를 때리거나 제가 누군가를 때리는 일이 큰일처럼 느껴지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언젠가 어머니께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내 아이들이 크는 걸 보니까 너무 예뻐서 손도 못 대겠던데, 어머니는 어떻게 나를 그렇게 때릴 수 있었어요?”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땐 다 그랬다. 그게 맞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어머니가 하신 건 훈육이 아니라 감정의 분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야기를 했을 때도 어머니는 끝내 인정하지 않으셨습니다.
요즘 가끔 ‘요즘 애들은 안 맞아서 사고를 치고 버릇없다’는 기사나 댓글을 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 때문인지, 저는 체벌에 강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차라리 명확한 규칙과 법적인 제재, 책임을 지게 하는 방식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어머니에게, 선생님에게, 동급생과 선배에게, 군대 선임에게 맞았던 기억들은 아직도 제 안에 남아 있습니다. 그 기억들은 트라우마가 되어 사람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맞고 자란다고 사람이 단단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체벌은 정말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방법일까요,
아니면 어른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흔적을 아이에게 남기는 일일까요.
‘맞아서 철든다’는 말 속에서,
정작 누가 가장 편해지는 건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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