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가루 해협의 겨울 풍경

공지사항 25.12.22

 한국이나 일본이나  현대사의 거쳐온 보통사람들의 과정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학교 졸업하고 20대 되면 취직해서  직장생활 시작하고  그러다 결혼해서 애낳고 키우고  그렇게 30-40대 시절을 보내다 50대를 넘어서면  그때쯤 정년퇴임하고 노후의 여생을 보내는  그런식의 사회생활 구도가 만들어진게  대략 2차대전 이후부터의 일로 봐야할겁니다   저도 전쟁 이후에 태어난 전후세대로서  60년대에 청춘을 보냈고  학창시절 재주는 딱히 없었지만 그래도 공부는 잘한  그런게 좀 있어서...  20대 중반쯤 일본에서 그런대로 알아주는  중견기업에 취직 직장생활을 시작했지요  주변사람 소개로 두 살 연하의 여인을 만나  교제가 시작되어 결혼을 하고  그렇게 70년대를 보내고 나니  어느덧 아들셋을 키우는 가장  그렇게 80년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땐 어느덧 저도 회사에서  과장급으로 일하고 있을때니  그런식으로 능력을 인정받는  샐러리맨으로 자리잡아간 셈이네요  그래도 그때까진 도쿄 본사의 직원으로 일했었는데  홋카이도 지사로 발령을 받은때가   대충 70년대가 지나고 80년대로 접어들  그 무렵의 일입니다   홋카이도가 일본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섬인데  그 홋카이도와 혼슈섬 사이에 있는 바다를  ‘츠가루 해협’이라 부른답니다  혼슈섬은 바로 여러분들이 흔히 머리에서 떠올리실법한  일본 네 개 섬중에 가장 큰 섬  그리고 도쿄,오사카등 일본의 오만게 다 있는  사실상의 일본의 중심이며 모든게 이루어지는  그 섬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에 있는 바다를  ‘츠가루 해협’이라 부르는거죠  저도 사실 도쿄 인근지역에서 자라나  학교 졸업하고 도쿄에서 직장생활할때까진  도쿄 이외의 지역은 가본적이 거의 없어서  츠가루해협을 건너보는 것은  그때가 사실상 제 인생 첫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도를 보면 대충 아시겠지만   만약 도쿄에 사는 사람이라면 홋카이도나 그 인근지역까지 가는 것은  솔직히 결코 만만한일이 아니랍니다.   사실 그런 먼 지역으로 발령을 받으면 보통은  가족들도 함께 이주를 하게되기 마련인데  전 그래도 어느덧 소학교 들어갈 나이가 된 아이들은  기왕이면 계속 도쿄에서 학교를 다니게 하고픈 마음에  아이들은 아내에게 부탁한채  저 혼자 츠가루 해협으로 가는 신간센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삿포로에 소재하고 잇는 홋카이도 지사  버스로 30분 정도 걸리는 외곽지역에  자취방을 잡았습니다  어떤분을은 저더러 홋카이도 관광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여쭤보시기도 하던데  근본적으로 제가 홋카이도에  일하러 간사람이지 관광하러 간 사람이 아닙니다. -.-;;;;  홋카이도가 되었건 삿포로가 되었건  저같은 샐러리맨의 일상은  아침에 출근해서 하루종일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때 되어 퇴근해 자취방으로 돌아오면  피곤해서 그냥 자리깔고 눕는거 외에  달라질 일상이 없습니다.  홋카이도의 의외로 넓은 지리적 특색때문이 아니더라도  저혼자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할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다는 이야기죠   그러고보면  아내와 아이들을 도쿄에 떼어둔채  이곳에서 지사 생활을 해야하는 저  퇴근후 저녁식사 문제 때문에 많이 고충을 겪었습니다  일단 적당히 근처 가게 같은데서 인스턴트 식품따위를  두주치건 한달치건 잔뜩사와서  그걸로 간단히 저녁을 때우는  그런식의 시간이 삿포로에 자리잡은뒤  한 2-3주 정도 지속되었습니다   사실 이쯤되면 집에서 아내가  ‘밥은 잘 챙겨먹냐 ?’고 전화가 한두번쯤 올법도 한데  아차...  제가 아내에게  삿포로에 새로 잡은 자취방 주소와 연락처를  미처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깜빡했네요  삿포로로 오고나서 한동안  회사일도 회사일이지만 마땅한 자취방 잡느라  한동안 동분서주 바빴던 탓도 있지만  덕분에 아내는 여전히 제가 새로 잡은 자취방  주소는커녕 연락처도 모르는 상황이  한동안 지속되었습니다   게다가 사실 제 자취집 전화는  주인아저씨 방에만 딱 한 대가 있기 때문에  설사 아내한테 집에서 전화가 온다해도  제가 전화받으러 아저씨 방까지 들어가기  시간도 좀 걸려서 번거롭고 여러 가지로  난감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을것입니다   여하튼 홋카이도...그 중심도시 삿포로에서  살게된지도 어느덧 2-3주 정도의 시간  보통은 집에 들어오면 혼자 대충 인스턴트 식품으로  저녁챙겨먹고 잠드는  그런 일상이 지속되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어찌하다보니  밤늦게 잠도 오지 않아  공연히 집 근처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았습니다   어디선가 이상한 악기연주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악기소리도 뭔가...타는 기종을 짐작하기 쉽지 않을만큼  뭔가 생소히 느껴졌고  게다가 음악이 뭔가 구슬프고 처량하게 느껴져  공연한 관심에 이끌림에  음악소리를 따라가보았습니다   한 작은집에  방에 불을 켜놓고 연주를 하는  한 어린 소녀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렇다고 이 밤늦은 시간에 남의집에 함부로 들어갈수는 없고  괜한 관심에 한번 그냥 길잃은 나그네인양  조심스레 집 벨을 눌러보았습니다  조금전 악기연주하던 소녀가  바로 나오더군요  전 적당히 길을 잃은 나그네인체  이것저것 질문을 하긴 했지만  결국 질문할 레퍼터리가 금방 바닥이 나  솔직하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실은 음악소리가 특이해서 궁금해서 따라와본 것이다.  대체 무슨 연주를 하는것이냐 ?’고요    소녀는 살포시 웃으며  저를 방으로 안내하더이다  그리고 조금전 연주하던 악기를 보여주며  ‘아이누족’ 전통악기라 말해주더군요  아이누족이라면 저도 어릴 때 학교에서  간간이 들은 기억이 있긴한데  ‘그럼 아이누족 출신인거냐 ?’고 물으니  그건 아니고 부모님 모두 순수 일본인 출신이며  다만 학교다닐 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아이누 전통악기 연주하는걸  좀 배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은 얼마전까지도 인근의 한 주점에서  동료들과 함께 아이누 전통악기로 공연연주를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해당주점이 폐쇄되어서  그냥 혼자 집에서 심란할 때  가끔 이런 연주를 한다고 하더군요   혹시 밤에 시끄럽게 하거나 잠을 깨운거면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하더군요  제가 바로 손을 내저으며 그건 아니고  실은 인근에서 하숙을 하고있는  도쿄에서 지방지사로 발령이나 살고있는 사람인데  밤에 식사도 마땅치않고 출출해  잠도 안오고 그냥 혼자 돌아다니다 그만  낯선 악기연주소리에 이끌려 여기까지 온 것이다  사실대로 대답해주었습니다   제 말에 소녀가 다시금 살포시 웃으며  정성스레 따뜻한 국밥 한그릇을 만들어  제게 내주더라구요  그래서 그걸로 식사를 했습니다  사실 저녁식사 요기는 늘 하듯 한두시간여전에  인스턴트 식품으로 간단히 하긴 했는데  그래서 배가 출출한 것은 마찬가지라  이 밤늦은 시간 그녀가 해주는 따뜻한 국밥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소녀는 제게 원한다면 한번 더 악기연주를 해드리겠다면서  한번더 제게  아이누 전통악기로 트는  구슬픈 연주를 해주었습니다   그후로도 이따금씩  퇴근시간에 그녀의 집에 들러  그녀가 해주는 따뜻한 국밥을 먹으며  그녀의 악기연주를 듣곤 했었죠  하숙집에서 생활을 하며 인스턴트 식품으로  간단히 저녁을 떄우던 저로서는  그녀가 직접 끓여주는 따스한 국밥  그리고 악기연주소리  참 훈훈하고 온화한 기분  모든 것이 편안해지고 마치 무슨 고향이나  엄마의 품에 들어온것만 같이  안온해지더이다   그때부터 저도 모르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퇴근후엔 제가 머무는 하숙집으로 바로가지 않고  그녀의 집에 들러  그녀가 해주는 따뜻한 국밥 한그릇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그녀의 특기인 아이누 전통악기 연주를 듣고  돌아오는게  일상이 되어갔던거죠   저의 이런 다소 변화가 생긴 일상이  하숙집 주인 아저씨가 좀 의심이 갔는지  의아한지 하루는 그렇게 물어보시더이다  ‘대체 밤늦은 시간에 어딜 그렇게 쏘다니는거냐 ?’고  전 대충 변명을 했죠  실은 맨날 집에서 인스턴트로 간단히 저녁 때우기가 그래서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오는 길이다라고  ‘이 근처에 그렇게 좋은 식당은 잘 없을텐데 ?’  주인아저씨가 좀 의심이 가는지 그렇게  이해안간다는 듯 의아한 반응을 보이시긴 했지만  그래도 제게 뭐 그런걸 굳이 캐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셨는지  더 묻지는 않으시더이다   원래 세상의 모든 ‘부적절한 관계’가  이렇게 시작되는건가요 ?   처음부터 그녀를 속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어찌어찌하다보니  사실대로 말할 기회를 놓친것뿐   게다가 솔직히 누가 물어본것도 아닌데  게다가 무슨 상대방이 사귀고 싶다고 하거나  어떤 특별한 의미로 생각하고 다가온것도 아닌이상  그냥 제 입장에서도 처음엔 생전 처음 들어보는  특이한 악기연주에 이끌려 그녀의 집으로 들어간것뿐이고  멀리 도쿄에서 추운 삿포로로 전출이나서  하숙을 하며 인스턴트로 저녁을 때우며 사는중이다  그런 제가 안타깝게 느꼈는지  따뜻한 저녁 몇 번 대접해준게 전부일뿐인 그녀에게  처음부터   ‘아...저 사실은 애딸린 유부남입니다. 아이들 학교는  도쿄에서 계속 다니게 해야겠기에 아내와 아이들만 도쿄에  남겨두고 저 혼자만 이곳이서 홋카이토 지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중입니다’  모든걸 밝히는것도  좀 우습다면 우스운 일이잖아요  비겁한 변명으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따지고보니 상황이 결국  그런식으로 전개가 되더라는겁니다   홋카이도가 추운지역이라는 것은  한국분들도 대충은 들어 아실것입니다  일단 근본적으로 한반도보다 북쪽인 지역이고  눈내리는 추운 겨울이 다소 긴 그런 지역이지만  사실 제가 처음 홋카이도 지사로 발령올때까지만 해도  아직 본격적으로 날이 추워지긴 전이었는데  하지만 어느덧 한달...두달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본격적으로 추운 겨울로 접어들더군요  - 눈내리는 홋카이도나 삿포로 거리가  한국인 관광객들에겐 낭만적으로 느껴질지 몰라도  저처럼 매일같이 출퇴근 해야하는 사람에겐  죽을맛이 되는거죠 뭐...   바로 그런 저를   퇴근하면 기다리고 있어서 따뜻한 밥 한끼를  아이누 전통악기 연주와 함께 대접해주는 그녀가  그저 한동안은 모든게 감사했을 따름입니다  그러고보니 소녀의 이름도 한참 뒤에나 알게되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노미즈 이오리라 하더군요  나이는 스물두살  저는 그때 이미 나이 30대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접어들 무렵인데말입니다   무엇보다 그러고보니 어느덧 삿포로로 발령와서  직장생활을 시작한지도 석달  그녀에게 매일같이 저녁식사 대접을 받은지도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난건데  여지껏 제대로 된 답례한번 못했네요  뭐 비록 지방지사일지언정 저도 그렇게 잘나가는 대기업에서  간부급으로 일하는 사람이니만큼  돈은 잘 버는편이지만  솔직히 도쿄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생활비 부치고 나면  저 혼자 한달 사는 것은 빠듯해지더군요  교통비랑 식비...그리고 주인아저씨한테 다달이 내는 하숙비 제외하면  사실상 남는돈이 거의 없는 처지라  그녀에게 딱히 답례할 뭐가 마땅치도 않아  그저 늘 전전긍긍 미안한 마음 뿐이었습니다  아무리 일본인이 원래 자기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 석달 이렇게 얻어먹기만 하고 답례한번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인간적으로도 뭐라고 싫은소리 한번 할법도 한데  그녀는 그런 이야기 한번 안하고  늘 저를 따뜻하게 대해주더군요  그래서 한층 더 미안해졌습니다   한번은 그래서 피곤한 몸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날도 이미 많이 추워졌는데  주말에 이오리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제가 좋은데 구경시켜 드릴테니 같이가지 않겠느냐고  이오리도 싫지만은 않은지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아...그런데 다만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홋카이도든 삿포로든  생전처음 발령와 살게된곳이고  무엇보다 어느덧 석달넘게 살았을지언정  매일같이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몸으로  어디 뭐 괜찮은 관광지를 아는데가  있기나 해야말이죠  뭐 대충 귀동냥으로 어느어느 눈쌓인 거리가 좋다더라  또는 어디 온천이 좋다더라  대충 그 정도 이야기만 귀동냥으로 들었을뿐  그 외에 아는바가 전혀 없었습니다   따라서  좋은곳을 구경시켜주겠다며 호기롭게 나선  데이트길이건만...  처음부터 뭘 어찌해야할지 몰라 안절부절하는  아저씨가 되어버렸습니다  생각해보니  아무리 삿포로며 홋카이도가  1년에 한 다섯달은 눈에 쌓여있는 추운지역이라지만  그런 삿포로 인근지역에서 나고자란 이오리에게  늘 보는 그런 눈쌓인 거리가  딱히 무슨 특별한 감홍을 느끼게 해줄일도 없을것이고  - 하긴 저도 막상 이렇게 삿포로에서 한 석달여 살며  출퇴근을 해보니  이건 ‘낭만의 길’이 아닌 ‘지옥의 길’이로구나  깨닫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시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뭘 어찌해야할지 몰라 안절부절하는 제게  오히려 이오리가  좋은곳을 구경시켜주겠다고 제안하더군요   이거 그러고보니  처음엔 한 석달여 저녁식사 신세를 진 그녀에게  보답해주는 차원으로 나선길인데  헌데 여기서도 오히려 이오리 도움을 받는  우스운 모양새가 되어버리더군요  이오리가 절 데리고 간 곳은  삿포로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하지만 사람들이 웬만해선 찾지 않는다는  작은 숲길이더군요  뭐 삿포로나 그 인근에서 흔히보는 눈쌓인 길이지만  이곳은 또 다른지역과는 다른   남다른 느낌이 드는 그런곳이더군요  이오리 말에 의하면 이곳은  진귀한 동물들이 종종 출몰한다 이야기하더군요  하긴 홋카이도에 가면    가령 도쿄나 관서지방 같은데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진귀한 동물을 많이 볼수 있다는  이야기 정도는  저도 어릴 때 귀동냥으로 어른들로부터  이따금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무슨 알 수 없는 이상한 작은 새라던가 기어다니는 동물  그중 한두마리를 살짝 품에안아 제게 가져와서는  보여주기도 하고 놀래키기도 하고  이오리와 함께 그 눈쌓인 작은 숲길에서  한참을 사진도 여러장 찍고 그러면서  한바탕 시간가는줄 모르고 놀다가  어느덧 저녁해가 지는 무렵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이오리와 함께 이제 숲길에서 나오려는데  갑자기 불쑥 이상한 짐승 한 마리가 출몰했습니다  여우...였습니다  사실 이 숲길은 이오리가 사춘기 여고생때  가령 돌아가신 부모님이 그립거나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 때  자주 와보곤 하던곳이라던데  헌데 그러던때도 이런 경험까진 못해보았는지  갑자기 출몰한 여우 한 마리에  많이 놀라고 기겁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전 일단 급한대로 라이터불이라도 켜서  여우앞에서 휘휘 돌렸습니다  그래도 산짐승,들짐승들이 불을 무서워한다는 이야기  어릴 때 소년캠프 같은거 갔을 때 얼핏  그곳 레크레이션 선생님들로부터 들은 기억이 있어서  시키는대로...아니...차라리 횃불대용으로  라이타불이라도 켜서 휘휘 저어본거죠    여우는  제 딴에는 그런 라이터불을 처음 보는지  처음엔 살짝 한 2-3초 장도  한편으론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결국 아무래도 겁이나고 두려운지  저만치 달아나더이다  그렇게 이오리를 여우의 습격에서 구해준 저  한참을 서로 다행스럽기도 하고 재매있기도 한지  서로 손뼉을 치며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숲길을 빠져나왔죠   집으로 돌아왔을때는  어느덧 밤늦은 시간이 되어있었습니다  이제 그만 이오리를 집으로 돌려보내줘야할 때  뭔가 한없는 아쉬움이 밀려들더군요  저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이오리가 잠시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양 손으로  잠시 제 볼을 살짝 감싸쥐었습니다  저를 따뜻하게 해주려고 그럤는지  저도 보답으로  이오리의 양볼을 두 손으로  살짝 감싸쥐었습니다  그리고 대략 10여초정도  서로를 뭔가 애처롭고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본  우리 두사람  그리고는  각자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홋카이도로 온지 6개월쯤 지났을 때  처음 일주일 휴가를 내고  도쿄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보면 그 사이 연말연시도 있고 설도 있었는데  그때 휴가를 내고 집으로 가지않고  이제야 잠시 시간을 내 도쿄집에 가볼수 있게된건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일 때문에 바빴다...네, 솔직히 뭐 그 외에 다른 특별한 이유는  있을수가 없네요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는 제 가슴팍을 치며 울며불며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전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혹시 그동안 집에 무슨일이 있었나  아니면...이 여자 혹시 내가 삿포로에서  이오리와 있었던일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아무리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고  객지에서 고생하는 제게 이오리가 매일같이  퇴근한 제게 저녁때 따뜻한 국밥 한그릇 대접해주고  그 답례로 같이 여행한번 한게 전부라해도  혹여 누구의 귀나 눈에라도 들어가 아내가 알았다면  정말 이상한 이야기가 될수 있는 것 아닙니까. -.-   하지만 다행히(?) 그런 것은 아니고  ‘어쩌면 그럴수 있느냐고...어떻게 6개월동안 전화 한통화가 없느냐고  아니...전화 자체를 할 방법이 없어서...  죽거나 무슨 큰 사고가 난줄만알았다’고...  아내가 그러더군요  그때까지 제가 아내에게  하숙집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지 않은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일단 뭐 처음 홋카이도에 왔을때는  그만큼 하숙집 잡기 어려워 정신없을때기도 했고  막상 그렇게 하숙집을 잡고 안정이 되었을때는  주인아저씨방에 달랑 한 대있는 전화를  굳이 사용하는게 죄송해서라도 그런것이지만  하지만 이쯤되면 아내의 태도도  좀 이해가 안가네요  제가 무슨 어느날 말없이 홋카이도로 훌쩍 떠난것도 아니고  지사로 발령나가 그곳에서 일하는걸 뻔히 알면  회사 사무실로 전화하면 대번에 안부통화 가능한걸  왜 안했는지...  아내의 말인즉슨...낮에 일할 때 회사 사무실로 전화하면  민폐가 될까봐 안했다더군요   여하튼...  이렇게 6개월만에 돌아와 살아있는걸 보았으니  되었지않느냐  그리고 아내를 겨우겨우 달래며 뒤늦게 하숙집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앞으로는 무슨일 일어나면 이리로 연락하라고  말해주었죠   휴가를 나온 일주일은  그냥 말없이 집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냥 괜히 티내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침울하거나 우울해하지도 않고  그냥...퇴근해서 피곤해 쉬는 평범한 세상의 직장인마냥  그렇게 지냈습니다  그럼 뭐...제가 이판국에 이 이상 뭘 더 해야하나요 ?  아내에게...‘실은 삿포로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럼 헤어지자...’ 라고 할까요  아니면 ‘실은 삿포로에서 어찌어찌하다보니 이런일이 좀 있었다. 죽을죄를 지었다’  며 모든걸 사실대로 자백할까요  아내가 굳이 묻지도 않고 언급도 않는데  제가 괜히 과잉되게 그런 행동을 할   필요는 없는거잖아요  제가 아무말없이 집에만 쥐죽은 듯 있으니  아내는 아이들에게도  ‘아빠 많이 피곤하고 힘드신가보다. 그러니  귀찮게 해드리지말고 방에서 공부하거라’   이렇게 타이르더군요   일단 일주일의 휴가는 도쿄 집에서 조용히 보냈고  아내에겐 삿포로 인근 하숙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주고는  휴가기간이 다 끝나 임지인 홋카이도로 돌아왔습니다  배를타고 하코다테 항구에 내렸을 때  뜻밖에  이오리가 마중나와있더군요  이오리가 제가 돌아오는 날짜와 시간을 알수는 없을텐데  아...물론 하숙집 주인아저씨께야 제가 언제 돌아온다는 것  그리고 연락선을 타고 들어오게 될것이란 것 정도는  말씀을 드렸으니 물어보면 알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오리는  몇시가 될지도 모르는...그 당일 하루종일  이렇게 하염없이 저를 항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소린지    3월이면 홋카이도는 아직 추운 계절  너무 보고팠고 그리웠다며 제게 깡총 뛰어오르며  안기는 이오리를  __안고 한바퀴 삥 돌았습니다  그리고 사이좋게 서로의 허리를 감싸쥔채  하숙집이 있는 동네로 돌아왔습니다  아아...정녕 시간을 멈출 재주나 초능력이 있다면  이대로 시간이 멈춰서 도쿄로 돌아가는일 없이  이오리와 이대로 여기서 함께하면 좋겠다  그런 시간마저 들더군요  뭐가 그리 슬프고 울고싶은지  눈물 흘리며...제 주머니에 공연히 손을 넣어보기까지하며  ‘가지말라고...앞으로도 계속 제곁에 있었달라’고  애처롭게 애원하는 이오리를  말없이 안아주었습니다   홋카이도 삿포로지사에서 근무기간은  애초에는 3년 좀 넘는걸로 예정이 되어있었는데  본사 사정으로 2년을 더 이곳에서  머물러야 했습니다  방침을 바꾼 본사측에서도  ‘원래는 3년만 홋카이도에 있게하고 이후  다른 사람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적임자가 지금 없다  미안하다’며 양해를 구했는데  뭐 저같은 일개 샐러리맨이  본사에서 명이 떨어졌으면 따라야지 뭐 힘 있습니까 ^^;;   홋카이도에서 5년을 지내며  도쿄의 집으로 오는 것은 1년에 한두차례  휴가를 받아 일주일여정도  그리고 나머지 시간 이오리와는  매일저녁 만나는 사이  아내와 이오리중 어느쪽에 더 정이 쌓여질 수밖에 없는지는  굳이 더 설명드리지 않겠습니다  처음엔 객지에서 하숙생활을하면서  저녁을 인스턴트로 때운다는말에 걱정되는지  매일같이 저녁을 챙겨주던 이오리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사이는  이제 때론 휴일이나 주말같은데  가끔 삿포로 인근 경치좋은 숲길이나 이런데  놀러도가고 같이 식사도 하고 공연도 보고...  그러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삿포로 인근의 잘 알려지지 않은 숲길에서  저흰 그야말로 세상 모든 시름 다 잊고  서로에 대한 감정에만 푹 빠져있는 남녀처럼  서로 그저 좋아서 얼굴 부비고 감싸안고  눈발위를 뎅굴뎅굴구르며 어울리고  그렇게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습니다  웬 여우 한 마리가 또 저희를 막아서더군요  이전에 삿포로 인근 이오리가 사춘기때 종종 찾곤했다던 숲길  그곳에서 만났던 여우와  동일한 여우인지는 확인할 방법도 없었지만  거리상으로는 그때 그 숲에서 멀리 떨어져있는곳이고  시간적으로도 어느덧 한 1년여정도 흐른때이긴 하지만  일단...그때 겁에질린 이오리 그리고  라이터불로 위협해 여우를 쫒아냈던 저  그때와 달리 이번엔  막아선 여우를 다정하게 한번 쓰다듬어주고는  ‘그만 가보라’는 듯 손짓을 해주었습니다  - 사실 여우도 육식동물이니 좀 위험하다면  위험한 상황이긴 합니다.   여우는 저희의 의도를 알아듣는것인지  나름 정중히 목례까지 건네고  그리고 저만치 사라지더군요  그 여우의 행동이 재미있고 귀여워 보였는지  아니면 이런식으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서로 그저 좋아 그럤는지  우리 둘...서로를 바라보며  파안대소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오리와의 시간...길게 가진 못했습니다  결국...  홋카이도 지사에서의 근무기간을 마치고  본사로 돌아가야할때가 되었거든요  애초 3년 임기에서 2년이 더 연장된 상황이라  본사에선 오히려 그 미안함때문에라도  빨라 돌아오라고 했는데  마음같아선...절 그냥 홋카이도 지사에 영구히 근무하게  아니 그보다...  차라리 회사를 때려치우고  이곳에서 이대로 이오리와 함께 살까  그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은 다가오고있고  전 어쩔수없이 이오리에게 말했습니다  이제그만 도쿄로  돌아가야할 것 같다고   솔직히  이오리를 속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말할 기회를 놓친것일뿐   그렇다고 이제와서 무슨말을 할까요 ?  나...사실은 도쿄에 아내도 있고 아들도 셋 있는 유부남이란 사실을  이제라도 모든걸 사실대로 털어놓을까요 ?  ‘가지말라’며 울며불며 애원하는 이오리를 보니  오히려 차마 더 그 말은  못하곘더이다  이오리가 그러더군요  차라리 도쿄로 자신을 데려가주던가  아니면...  자신이 여기서 먹여살려줄테니 회사 그만두면 안되냐구요 ?  그래봤자 한낱 홋카이도 지역에서  아이누 전통악기를 타는 가난한 젊은 연주자에 불과한 그녀가  어디 저를 먹여살릴 능력이나 되곘습니까만  그래도 막상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오리도 앞뒤 재보지 않고 이렇게  아무렇게나 내뱉으며 애원하더군요  그러고보니 어느덧 22살 소녀에서 27살  숙녀로 자라있는 이오리의 눈물과 애원  그 모습을 보며  정말...  발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야속한 시간은 계속 흘러  결국 본사로 돌아가야하는 날이 되더군요  여전히 울고있는 이오리  저를 위해 다시한번 악기연주를 해주었습니다  흥미로우면서도 생소한 연주소리에 이끌려  처음 이오리의 집을 찾았던 그날밤처럼  하지만 이번엔 5년전 그날밤과는 달리  ...뜨거운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못난 제가 이 순간 이오리에게 줄수 있었던게  그것밖에 없었던것을요  그렇게 이오리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도쿄로 돌아가기위해...연락선을 타기위해  하코다테 항구로 향했습니다  이오리가 그러더군요  닷피곶까지만 함께 가면 안되곘냐구...  뭐 그리 어려운 부탁은 아니라  함께 배를 탔습니다  그러고 이오리가 말하더군요  생각해보니 자신이  홋카이도 섬을 벗어나보는 것은 처음이라구요  하긴 그렇게 삿포로 인근지역에 살면서  27년을 살아온...그리고 아이누 전통악기를 타는  젊은 연주자  그렇게 살아온 그녀가 홋카이도 이외의 지역을 가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았다는 생각  - 하긴 생각해보니 저도 이곳 홋카이도 지사로 발령오기 전까진  도쿄 이외지역은 가본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인것을요   연락선이 닷피곶에 당도하고  이제 진짜 이별이라는 생각에  이오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날따라 눈이 펄펄 내리더군요  뭐...홋카이도는 1년중 5개월이 겨울이니  눈오는날이 안오는날보다 더 정상같은 느낌마저 드는  그런 고장이긴 합니다만  그날따라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이오리의 눈물  츠가루해협의 처연한 파도소리와 물결  갈매기 울음소리 하얗게 흩어지는 파도만큼이나  더더욱 구슬프게 느껴졌습니다  저벅저벅 어느덧  도쿄로 가기위한 신간센 열차로 발걸음을 옮기는 저  정말 이런식으로 도쿄까지 따라올 작정인지  기차역에 당도했을때까지도  이오리는 차마 저를 놓지 못하고  구슬피 울더군요  다시금 이오리를 달래서 돌려보낸뒤  신간센 열차에 올라탔습니다  수북히 쌓인 하얀 눈발사이로  기적소리 한바탕 크게 울리며 달려가는 기차  이오리...홋카이도와 삿포로  그리고 츠가루해협의 서글픈 파도소리와 물결과함께  어느덧 그 모든 것이  제 마음속에서 멀어져가고 있었습니다  5년동안 쌓여진 그 수많은 추억과 시간과 함께  신간센 열차 한층 더 빠르게 도쿄를 향해  속도로 재촉할때마다  이제 점점 츠기루 해협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저 또한 가슴한켠이 북받쳐  사나이의 눈물을 뜨겁게 흘러내리고 말았습니다   도쿄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는 제 손을 부여잡고 한바탕 울더군요  객지에서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냐며  이제 다른곳으로 가지말고  도쿄에서 편히 살자고  그리고 한바탕 푸짐한 밥상도 차려주며  나 원...제가 홋카이도에서 5년내내  굶고만 살았는줄 안건지...  처음 홋카이도로 발령나 떠날 때  소학교 2학년이던 첫째와 미취학 아동이던 둘째와 셋째도  어느덧 첫째가 중학생, 둘째와 셋째도  모두 소학교 고학년으로 자라나있는데  제 가슴 한켠의 허전함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이 웬지 답답한 도쿄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서  츠가루 해협의 겨울풍경과  이오리의 미소...그리고 그녀의 악기연주를  그리워하는 것은  부질없는 추억일까요 ?  솔직히 막상 도쿄로 돌아와서  본사에서의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공연히 후회가 되더군요  처음 이오리가 가지말라고 제 손을 잡을 때  그냥 미친척하고 회사 때려치우고  거기서 함께 살까  아니면 정면돌파하는 방식으로  아예 이오리와 함께 도쿄로 와서  ‘이제부터 이 여인과 살겠노라’  선언이라도 할걸그랬나  혼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이제 도쿄의 아파트단지  더 이상 삿포로도 홋카이도도 아니고  츠가루해협의 겨울풍경도 이오리의 연주소리도  들을수 없는곳이라 자각하면서  제 가슴 한켠의 허전함과 쓸쓸함은  더해져만 갔습니다   ..........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래도 흔히들 시간이 가면 잊혀진다고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고  일단 도쿄 본사로 돌아와서도 이어지는 직장생활  무엇보다 아이들도 점점 중학생,고등학생으로 자라는 상태에서  한가하게 이오리에 대한 그리움에만 사로잡혀  살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한 5년...6년...  그 정도 시간이 흘렀을때쯤  어느덧 아이들도 대략  대학생,고등학생쯤 되었을 때  회사에서도 어느정도 인정받는 간부급으로  한층 더 성장해있을 때  ...한번 홋카이도 지사나 한번 돌아보고 오겠노라는 핑계로  실로 대략 한 6-7년만에  다시 츠가루해협을 찾았습니다   공연히 가슴 설레더군요  웬지 하코다테 항에 내리면   그녀가 맞아줄것만 같은 공연한 상상도 들었고  아니 어쩌면 그녀는 저에 대한 그리움이 한층 더 커서  아예 닷피곶까지 와서  제가 와주기만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부질없는 상상...  일단 어느덧 연락선이 항구에 내리고  좀 이상한 스쳐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도 나이가 그리 많아보이지는 않는  한 젊은 아주머니같은데  얼핏 보니까 쌍둥이 여자아이로 보이는 두 아이와 함께  선착장을 서성이고 있더군요  얼핏 누군가를 찾는듯도 하고  ‘실례했습니다’ 옷깃 스친것에 대한 간단한 사과인사를 한뒤  저는 제 발걸음을 옮겼는데  공연히 마음쓰이더군요  조금전 그 아주머니와 쌍둥이 딸이   한번  제가 하숙하던 동네로 가보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그 하숙집을 떠난지도  대략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난건데  아저씨는 아직 그곳에서 하숙을 하고 계신건지  아니 그보다도  이오리가 아직 그때 그  아이누 악기연주를 하던 그 집에 살고있을지  궁금증이 밀려들었습니다  일단 한번 인사라도 드리고파서  하숙집에 들렀습니다  다행히 아저씨가 절 알아보시는 눈치였는데  아저씨는 저를 보시더니 눈자위가 파르르 떨리는 듯 하더니  절 ‘덥석’ 손을 잡더이다  그러고는 묻더군요  ‘이오리 소식...그동안 한번도 못 들었던거냐 ?’고...    저는 순간 놀랐습니다  일단 애초에 이오리와 하숙집 아저씨는 이웃 주민이니  서로 면식정도는 있는 사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절 보더니 대뜸 이런식으로 묻다니  저도 순간 놀라서 ‘이오리에게 무슨일이라도 있느냐 ?’  하숙집 주인아저씨는  마치 남자 잘못만나 신세망친 딸 때문에 크게 탄식하는 노인마냥  한바탕 서럽게 울더군요  그만큼 기가막힌 일이라도 있었던건지...   아저씨로부터 들은 이오리 소식은 대략 이와같았습니다  사실 이오리가 제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을 했다  수치심때문인지 저 외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고  떠나긴 했는데...  이오리가...  쌍둥이 딸을 낳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그제야 들었습니다.  게다가 그땐 이미 이오리도 이 동네 사람이 아닐때라서  하숙집 주인 아저씨 입장에선 – 그렇다고 아저씨가 저희집 주소를  아는것도 아니니  일단 절 어떻게든 찾아서 소식을 전해볼까 어쩔까 하다  쉽지않아 결국 체념하고 있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길 듣다가 문득  스치는 생각과 장면이 있었습니다  아까...하코다테 항구에서 마주친 의문의 여인  쌍둥이 딸과 함께있는 여인...  설마...이오리가 ?  바로 부리나케 항구로 달려가보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아무리 6-7년 세월이 흘렀기로  이오리가 제 얼굴을 못알아볼리는 없을터인데  하긴 그런식이라면...이오리를 못알아본건 저도 마찬가지라  피차 할말없는 처지긴 하지만  부리나케 하코다테 항구로 가보았지만   그땐 이미 밤늦은 시간  이오리고 뭐고 항구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전 그제서야 미친사람처럼 한껏 발악을 하며  이오리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정녕...정녕 그렇게 그날밤  뜨거운 밤을 보내고  이오리가 내 아이를 가졌단말인가 ? 그리고 쌍둥이딸을...  그럼 이제 무엇을 어찌해야하는가  어질어질한 생각에  일단 이오리의 행방부터 찾기로 했습니다   쉽지는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오리는 그럼 그 이후 어디로 간걸까요 ?  그럼 제가 실로 7년만에 처음 하코다테 항구에 내렸을떄  마주친 의문의 여인과 쌍둥이딸이  이오리와 제 아이들이란 말인가  그럼 정말...이오리는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린다는 어느 전설속 여인처럼  츠가루 해협 항구로 나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날 그리워하기라도 했단말인가  또는 오지않는 나를 원망하며 정처없이  츠가루해협과 닺피곳만을 아이들과 함께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었단말인가 ?  이오리는 정녕 어디로 간걸까요 ?  하숙집 주인아저씨 말처럼  그렇게 쌍둥이 딸을 낳고 아이들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버린것인지  아니면 츠가루해협 항구로 나와 눈내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아이들과 함께 제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것인지  이오리...  비록 부적절한 만남이었을지언정...  참으로 애틋하고 애절했던 인연...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걸까요 ?  행방을 소식을 찾기도 쉽지 않은채  눈내리는 츠가루해협의 겨울풍경만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을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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