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희 집이 감옥같아요. 안녕하세요. 저는 25살 첫째고, 형제는 대학생 한명, 띠동갑 동생 한명 있습니다.
저희 집은 통제적입니다. 막내동생에게까지 통제적입니다. 특히 아빠가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면이 강해요. 어느정도냐면 남친이랑 여행가는걸 신혼여행 취급하고, 연을 끊어버리겠다는 정도에요.
먼저 이 여행 에피소드를 전하려고 합니다. 올해 있던 일에요. 저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어요. 저보다 연상입니다. 부모님과 같이 밥 먹은적도 있고, 같이 교회도 다녔어요.
커플이면 가끔 여행 갔다오잖아요. 국내여행 1박2일로 두번 갔었는데 엄마한테만 비밀로 말하고 아빠한텐 안했어요. 그리고 이번 일본여행 갈때는 2박3일이기도 하고, 두분 다 저희 관계를 잘 아시고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속이는 것보다 말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얘기를 꺼냈어요. 근데 처음엔 아빠가 강하게 반대하더라고요. 결국 저도 세게 나오니까 아빠는 자기와 남자친구 부모님이 만나서 얘기해봐야겠다는 조건을 걸더라고요. 상견례도 아니고 이건 정말 아닌것 같아서 눈물로 빌었어요. 그랬더니 생각을 오래 정리하고 와서 그렇게 안하겠으니 갔다오래요. 그렇게 허락을 받았지만 바로 가버리면 마음이 찝찝하기도 하고.. 또 오빠에게 일이 생겨서 여행 날짜를 미뤘어요.
그렇게 두달 지나서.. 이때 일본여행 가려고 한다. 얘기하니까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졌어요. 결국 가냐면서 헛웃음을 치더라고요. 그렇게 저희집은 2차 냉전이 시작됐어요. 이 갈등은 여행 하루 전날까지 지속됐어요. 막내 동생이 제 캐리어를 보고 어디가냐는 질문에 아빠는 니 누나 신혼여행 간다라며 이상한 말을 하고, 자꾸 부모님이 부엌에서 저와 제 남자친구 욕을 하는데 저희집은 방에 방음이 약해서 다 들려요. 그래서 둘째가 못듣겠다 싶어서 화를 냈어요. 그랬더니 말싸움이 크게 번지는거에요. 상황이 안좋아져서 제가 침착하게 대화를 시도했어요. 일단 아빠는 제가 여행 안갈 줄 알았대요. 그리고 자신이 여행 갔다오라고 한걸 미친듯이 후회한대요. 그리고 한번은 저의 의지를 꺾으면 하는 바램이래요. 아까 그렇게 욕할때는 여행갔다오면 자식취급 안할거다, 결혼하면 결혼식 안갈거다 이런식으로 말했는데 상처줄거 다 줘놓고 이런말을 하니까 아무말이 안나오더라고요. 참고로 이보다 더한말 많았어요. 비행기 타기 8시간 전인데, 짐도 다 싸놨는데 여행 취소 얘기까지 나오더라고요.
저는 여기서 너무 갈등했어요. 차라리 여행갔다와서 가족과 연을 끊을까. 여행 취소하고 가족의 평화를 지킬까. 근데 제가 여행 갔다오면 집에 동생들이 아빠에게 어떤 불똥을 맞을까 걱정됐어요. 아빠는 욱하면 온갖 쌍욕을 하고 물건도 던지는 사람이라 무서웠어요. 그리고 여행을 가도 즐기지 못할것 같더라고요. 결국 남자친구에게 상황을 다 말하고 취소를 결정하고 아빠에게 조용히 말했어요. 그러고는 침묵하더니 고맙다고 하고요. 나중에 취소 수수료는 주더라고요..ㅋㅋㅋ
다음날 엄마는 제가 취소한걸 알고 충격먹고 미안하다며 저를 안아줬어요. 아빠와 저 사이에서 누구도 편을 들수가 없었다며.. 아빠는 제 외박 문제로 너무 힘들어하는데, 딸 여행은 보내주고 싶고. 엄마도 아빠가 이렇게 강하게 나올줄은 몰랐다며 혐오스럽다고 하더라고요. 전에 아빠랑 같이 욕한게 마음에 걸리지만..
아빠는 자라온 환경이 외로웠다면서 가족을 소유하고 싶은 생각이 강한것 같대요.. 이해는 되지만 그 사랑의 방식은 온통 상처이자, 통제적인데 어떻게 그 사랑을 먹고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그렇게 저는 집의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 선택을 한 제가 약한걸까요. 지금은 좋아지나 싶었다가 이번엔 막내동생과의 갈등으로 다시 냉전이 되었네요..
반응 좋으면 막내동생 이야기를 풀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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