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친구를 끊은 이유

공지사항 25.12.30
아주 오래된 친구가 있다.
40년이 좀 안 되는 소꼽친구

이렇게 오랜 인연을 끊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한 1년여 안 만나고 서로 연락도 안 하다가
(약간의 감정 싸움이 있었음)
그 친구가 어느 날,
아무렇지 않게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두어달 만남을 시도하기에
나는 또 비겁하게 회피했다.

이렇게 오랜 인연을 끊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기록 보니 10월까지는 이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이런 거 보면
이 친구는 나를 굉장히 좋아했던 걸까?
나는 이런 친구를 왜 그렇게 긴 시간 싫은 감정으로 만나왔던 걸까?
(이미 십수년 간을 그 친구가 두세 번 만나자고 졸라야 한 번 만나면서도 온갖 핑계를 대어왔다.)

그러다 갑자기 하나씩 올라오는 감정들이
좀 짜친다, 싶은 것들이었다.
만났을 때, 금전적 손해를 전.혀. 보지 않으려는 행동들이나
메뉴를 세네가지 골라 제시해도 끝끝내,
나는 이거저거 싫으니 그거 빼고 니가 골라,라는 안하무인 행동들

최근에 새로운 기억이 떠올랐다.
난 책이 많았다, 재미없는 책들이..
친구한테, 그나마 재밌게 읽은 책을 간헐적으로 빌려주기 시작했다.
(이 짓도 5년 이상, 10년 미만으로 한 것 같다.)

내 책을 빌려줄 때 매번 같은 말을 했다.
난 재밌는 책은 사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으면 빌려주겠다고..
몇 권 있지도 않은 소설책 중에서 줄거리 얘기하며 볼거냐 의견 묻고 빌려준다.
그러면 항상 하는 말은, 그.런. 거.라도 빌려주면 좋지 였다.

그러면서 나는 추리소설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었고 재밌게 빌려 읽은 추리소설 얘기도 자주 했다.
여러 차례 요새는 책을 사지 않는다, 빌려 읽는다고 얘기했다.
그럴 때마다 혼자만 재밌는 책 읽지 말고 자기도 그런 책 좀 빌려달란다.

내가 도서관 셔틀까지 했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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